▲통합적 성경공부 시리즈 첫 권인 <갈라디아서>를 출간한 이정규 강도사.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의 현장에 적용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열심’도 높아지고 있다. 적용 중심의 큐티 열풍을 넘어, 이러한 움직임은 교리문답과 교회사 스터디, 그리고 성경 본문의 깊은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적 성경공부 시리즈’ 첫 작품인 <갈라디아서>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소장 학자인 이정규 강도사(시광교회)가 쓴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매튜 풀의 성경 주석 <갈라디아서>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의 ‘통합적 성경공부 시리즈(Integrated Bible Study)’란 겸손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게 하되 신앙고백하게 하며, 믿음으로 살게 하려는 목표 아래 시작됐다. 책은 이에 대해 “좋은 성경공부는 편협한 지식을 배우게 하지도 않고,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게 하지도 않는다”며 “성경이 교리와 역사, 실천과 함께 만나 하나님 앞에서 교회와 개인을 거룩하고 단단하게 세우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정규 강도사는 “보통 성경공부를 하거나 성경신학을 하는 경우, 본문의 의미를 이해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저는 IBS를 통해 본문의 의미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삶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가 믿고 있는 교리와 신앙고백과 어떻게 일치하는가’까지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책의 구성은 본문을 자세히 읽고 모든 구절의 문자적인 뜻을 꼼꼼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본문 들여다 보기’, 깨달은 본문의 의미를 통해 본문의 가르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깨닫는 ‘본문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기’, 깨달은 가르침을 적용하고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본문의 가르침을 적용해 보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세 가지 내용은 ‘빈칸’이어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했고, 책 뒤의 답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가르침을 통해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호소하는 ‘요약과 정리’, 본문의 가르침을 더 정교하고 분명하게 표현한 신앙 선배들의 글이나 신앙고백서를 읽는 ‘다음 글을 큰 소리로 읽어 봅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도합시다’,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개념들을 덧붙인 ‘깁는 글’까지 탄탄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특히 ‘큰 소리로 읽어 봅시다’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칼빈의 갈라디아서 주석 등을 소개해 본문을 통해 배운 가르침을 정교하고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깁는 글’에는 갈라디아서 본문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개념들을 덧붙인 글이다. ‘사도란 무엇인가요? 지금도 사도가 있나요?’, ‘회심 이후 사도 바울의 행적’, ‘이신칭의’, ‘율법의 세 가지 용도’, ‘성령님의 열매가 갖는 아홉 가지 속성’ 등을 설명하면서 본문과 연관된 더 풍성한 주제들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성경공부 시간, 스스로 본문의 논지를 파악하는 수강생들과 이를 돕는 이정규 강도사.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출간 후 교회에서 독자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실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주차까지 진행된 성경공부에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강도사는 “책이 실제로 성경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 검증해 보고 싶었다”며 “같이 나누면서 성경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싶기도 했고, 책을 사 주신 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본문을 읽으면서 의미를 찾도록 하기 때문에, 성경공부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그는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꼼꼼히 뜯어본 적이 거의 없지 않았겠느냐”며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성경 저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논지 전개를 추적하면서 볼 능력을 길러줄 것”이라고 했다. 어렵지만, 짧은 구절이나마 논지 흐름을 파악하고 나면 재미있어한다고 한다. 이후 깨달은 내용들을 서로 나누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난다고 한다.

책은 갈라디아서에 대해 “천천히 소리내 읽어도 20여분이면 끝나는 이 짧은 서신은, 그 길이와 달리 교회사에서 엄청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며 “사도 바울은 복음을 떠난 사람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꾸짖고 복음을 친절히 설명하며 복음대로 사는 삶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젊고 뜨거운 심장을 소유한 한 목회자의 열렬한 사랑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21세기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갈라디아서가 주는 의미를 놓고, 이정규 강도사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나는 하나님께 어떻게 의롭다고 받아들여지는가, 혹은 나는 하나님께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 답은 물론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이 강도사는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죄를 짓거나 하나님 뜻대로 열심히 살지 못하거나 충성하지 못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받아주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으시리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성경의 대답은 우리의 행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더러 우리가 이로 인해 내쳐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한 행위의 어떤 방식을,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들이 설교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사람들은 정죄감 또는 반대로 교만함을 느끼는데, 갈라디아서는 이 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는 ‘이신칭의’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다. 이 강도사는 “갈라디아서는 참된 믿음으로 하나님께 받아들여진 사람들은 반드시 선행을 하고 선하게 살아간다고 가르친다”며 “그러나 ‘나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의롭게 됐고 구원받았으니, 내 멋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이신칭의’ 때문에 한국교회가 타락하고 있다는 이들도 있는 상황. 그는 “하나님 뜻대로 살지 않으면서 회개하지도 않는다면, 참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강도사는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서로를 보완해 주는 책”이라며 “로마서가 로마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쓰였다면, 갈라디아서는 1세기 공동체가 가장 처음 직면했던 문제, 분명한 이단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쓴 글로 초신자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할 성경”이라고 설명했다.

상세정보 

이정규 강도사는 자신을 ‘오타쿠’라 표현할 정도로 하나의 신학적 주제에 천착하는 편이다. 신학공부 초창기에는 조나단 에드워즈나 존 오웬, 존 파이퍼의 글들을 섭렵했고, 2년 전부터는 본문을 원어로 연구해 의미를 밝혀내는 ‘성경 주해’에 빠졌다. 끝으로, 이런 그에게 기독 도서들의 독서법 또는 신학책 또는 신학자 입문 순서에 대해 물었다.

“저는 신학을 가장 쉽게 접하는 방법이 설교집을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조나단 에드워즈를 공부하고 싶다면, <신앙감정론>이나 <의지의 자유>처럼 어려운 작품들보다 그의 설교를 하루 한 편씩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람들이 설교를 종종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설교에는 그 사람의 성경 주해와 신학 전반, 삶의 적용 등 모든 지식이 망라돼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구요. 설교를 어렵게 쓰는 목회자는 극히 드뭅니다. 설교를 통해 신학자의 사상으로 들어간 후 중요한 저작들을 읽으면 어떨까요?”

그는 후속편으로 갈라디아서와 ‘정반대’ 성격의 야고보서를 준비 중이다. “원래는 로마서를 하고 싶었는데, 로마서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담이 있었습니다. 야고보서는 대부분 갈라디아서가 주는 교훈과 상반된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서로 하나인 메시지인 동시에 서로를 보완하는 성경입니다. 갈라디아서 다음 야고보서를 보는 것이야말로 ‘통합적 이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