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1. 쉽게

일본의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을 표현하기를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하였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 하여 고통의 바다에 비유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말씀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니라(마태복음 11장 28~30)”.

요약컨대 예수께로 오면 쉼을 누리게 되고 삶의 짐이 가벼워지고 인생살이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설교를 준비할 때나 강의를 준비할 때 다섯 가지 나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설교학에서는 설교를 준비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의 전 과정을 Inventory라 한다. 나의 설교 인벤토리에 다섯 가지 기준이 있다. 그 첫째가 <쉽게>이다.

나는 설교를 준비할 때나 강의를 준비할 때에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쉽게 전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 내가 행하는 설교를 ‘할머니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던 나는 전도사가 된 후에도 처음엔 철학용어들을 사용해 가며 어렵게, 복잡하게 설교를 하곤 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 2학년 학생이던 때 청계천 빈민촌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였다. 개척 초기에는 역시 어려운 설교를 하곤 하였다. 그런데 빈민촌 주민들을 전도하여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설교시간이 되면 잠자는 교인들이 많았다. 보기에 민망하여도 처음엔 못본 척 하고 설교를 계속하곤 하였다. 그러나 6개월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친해진 후에 하루는 예배 시간에 교인들에게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여러분 왜 교회에 오면 늘 자는 겁니까? 예배당이 여관방으로 착각하시는 겁니까? 설교시간만 되면 자는 교인들이 많으니 무슨 연고입니까?” 하고 나무라는 듯이 말하였더니, 그 말을 듣고 앞자리에 앉아 늘 졸고 있던 한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며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이고 젊은 사람이 딱하시오. 우리를 재우면서 잔다고 나무라면 어쩝니까?” 그 말에 내가 말하기를 “할머니 내가 재운다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내가 자장가를 불렀어요, 수면제를 드렸어요. 왜 재운다고 하셔요?”

하였더니 할머니가 답하기를 “재우는 게지요. 하는 말이 어려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데 졸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고맙다 하여야지 존다고 나무라면 경우가 없는 소리지라요.”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아 곰곰이 생각하였다. 빈민촌에서 설교하며 하이데거니 칸트니 하는 말들을 섞어가며 설교를 하였으니 껌팔이, 행상, 막노동 하는 주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설교를 한 것이다. 그래서 설교시간이 되면 교인들이 졸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빈민촌까지 가지고 들어갔던 철학책들을 모두 엿장수에게 주고 엿을 바꾸어 마을 아이들과 갈라 먹고는 주민들의 생활 현장으로 들어가 함께 살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대화하고 설교하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설교나 강의를 할 때에 쉽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