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모양만 고운 꽃에는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 사람도 빛깔만 좋은 외모보다는 향기롭고 따스한 마음을 가져야 진국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외모가 준수하고 아름다운 것은 큰 재산이지만, 겉만 예쁘고 속이 비었다면 차라리 평범한 게 낫다. 한문 속담에 있는 “桃李不言 下自成蹊(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아무 말 안 해도 그 밑엔 저절로 오솔길이 생긴다 / 史記)”는 말은, 꿀만 있으면 벌과 나비는 오지 말래도 제 발로 찾아온다는 말이겠다. “冬日之陽 夏陽之陰 不召而民自來”(겨울날의 양지와 여름 볕의 그늘에는 초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제 발로 모여든다)도 같은 뜻이겠다. “딸이 예뻐야 사위를 고르지”, “외할머니 떡도 싸야 사먹지” 같은 말도 있다.

이길옥 시인은 <모름지기 남자란> 이란 시를 통해 모범적인 남자의 모습을 규정해 놓았다. “모름지기 남자란 입이 무거워야 한다. 시시콜콜 털어놓는 헤프고 가벼운 떠버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할 말도 가두어 감춰두었다가 하고 싶은 말도 감싸서 담아두었다가 양념을 더 넣고 간을 맞춘 뒤 적당할 때, 꼭 필요할 때, 살짝 꺼내어 진하게 가슴을 울려야 한다. 그것도 짧고 간단하게 /

남자란 모름지기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늘 지갑을 열어두고 아픔을 같이해야 한다. 없을 때는 정이라도 듬뿍 퍼 주어야 한다. 그것도 부족할 때는 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 다 주고 비우면 그 때가 되면 가벼워진다. / 남자란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야 하고 생각의 폭도 넓어야 한다. 잘못을 용서하고 덮어줄 줄 알아야 한다. 불의와 타협하는 비굴함에 칼을 댈 줄 알아야 하고 만용 앞에 정의로워야 한다. 모든 일에 자신이 있어야 하고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앞서야 한다. 모름지기 남자란 이름을 더럽히지 않아야 한다.”

이 시는 대장부의 의연함과 기개에 대한 적정한 조건과 모습을 그렸다. 우리 남자들이 명심하고 아들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조형(造形)시켰으면 좋겠다. 마치 맥아더 장군이 “이런 아들을 허락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던 내용과 흡사하다. 넓은 품, 넉넉한 도량과 따뜻한 인품, 그리고 듬직한 모습을 그려본다.

또 하나,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을 삼가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다보면 불신이 생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깨어지게 된다. 말에 힘을 잃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될 수 없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고 어릴 적부터 배워 왔다. 그리고 손해가 올지라도 진실을 당당하게 말하라고 배워 왔다. 그러나 멋있는 사람은 거짓말 못지 않게 진실을 말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진실’이란 조건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아무리 진실이라도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대상과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때에 알맞은 말 한 마디는 은쟁반에 담아 놓은 금사과”라고 언급했다. 진실이라도 때와 곳을 분간하라는 것이다. 얼굴이 못생긴 여인에게 “당신은 매우 못생기셨군요”라고 말해선 안 된다. 진실이라 할지라도 덕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기를 앓고 있는 사람 앞에서 부스럼 이야기를 자주 해선 안 된다. 누가 어떤 물건을 산 후 어떠냐고 의견을 물으면, 설령 그것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친구가 결혼을 했을 때, 그 신부가 미인이 아닐지라도 부인이 정말 아름다운 미인이라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말해야 한다. 또 남편의 회사가 부도난 부인에게 그 회사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하나 말하면 안 되는 진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비밀’이다. 자신의 것이나 남의 것이나 일단 비밀은 폭로하지 않아야 한다. 진실도 역시 면도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또 하나 멋있는 사람은 욕심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욕심이 많으면 이익을 구함이 많아서 번뇌도 많다. 욕심이 적은 사람은 남의 마음을 사기 위해 굽혀 아첨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에 이끌리지 않는다. 욕심이 없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으며, 하는 일에도 여유가 있다.

모든 고뇌를 벗어나려면 조그만 변화나 성취에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넉넉함을 아는 것은 부유하고 즐거우며 평온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풀밭 위에 두 팔 베고 누워있어도 편안하고 즐겁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제일 가난한 사람이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항상 오욕에 이끌려 만족함을 누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긴다. 지식과 권세와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가진 것과 누리는 것만으로 행복하거나 멋있게 살 수 없다.

文·史·哲의 인문정신에 의해 자기 존재의 의미를 느끼고,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가 충만해야 비로소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