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명의 임신부들이 음악회에 자리한 모습. ⓒ이대웅 기자

“아시죠? 저희 음악회는 언제든지 안내를 받아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오셔도 됩니다. 주무셔도 됩니다. 코만 골지 말아 주세요(웃음).”

객석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자리했다. 히잡을 쓴 큰 눈의 여성도 보였고, 북한 사투리가 남아있는 탈북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공통점은 ‘배가 불룩하다’는 것. 41회째를 맞은 월드휴먼브리지 주최 모아사랑 태교음악회 풍경이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미혼모를 비롯해 다문화·장애인·탈북민·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산모들에게 출산용품을 지원하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모아사랑 태교음악회’를 전국 곳곳에서 개최, 총 8천여명의 임신부들에게 사랑을 실천했다.

이번 음악회는 지난 8월 설립된 양천 월드휴먼브리지(대표 황성수)에서 주최했다. 서울 한사랑감리교회(담임 황성수 목사)에서 설립한 양천 월드휴먼브리지는 첫 사업으로 태교음악회를 개최했다.

18일 오후 현대백화점 목동점 토파즈홀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지난 한 달간 신청한 임신부 250여명이 참가했다. 다양한 환경의 임신부들은 모처럼 시종 환한 얼굴로 음악을 감상했고, 음악회 후 14만원 상당의 출산용품이 담긴 가방을 받아갔다.

지원품목은 기저귀 가방, 분유 400g, 젖병 2개, 베이비 바디샤워, 바디로션, 속싸개 2장, 배냇저고리 2벌, 수건 10장, 물티슈 3종, 신생아 면봉, 젖병솔, 목욕 스펀지 등이다. 이와 별도로 음악회 후 유모차와 아기 욕조, 체온계 등의 경품 추첨식도 진행됐다.

음악회는 이정원 아나운서 사회로 디즈니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인들이 결성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M&M Concerts’와 영국 음악일간지 The Herald에서 별 4개를 받은 클래식 보컬그룹 유앤젤보이스 등이 출연해 산모와 태아를 위해 연주를 선물했다. 이들은 모두 ‘재능기부’로 음악회를 빛냈다.

▲황성수 양천 월드휴먼브리지 대표(한사랑감리교회 목사)가 출산용품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이대웅 기자

황성수 대표는 “참석해 주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예쁜 아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여러분들이 지역과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분들인지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기시고 건강하게 순산하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황 대표는 “내년에도 여러분들을 이 태교음악회에서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음악회에는 여성인 김수영 양천구청장(새정치민주연합)과 다문화 여성인 이자스민 의원, 지역 국회의원인 길정우·김용태 의원(이상 새누리당) 등도 참석해 격려했다.

김수영 구청장은 “월드휴먼브리지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구제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음에 경의를 표한다”며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양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위대한 일은 바로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며, 여러분 모두가 고귀한 어머니이시고 태중의 아이는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양천 월드휴먼브리지 관계자들께 감사드리고, 태교음악회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는 기쁨과 사랑 충만한 시간 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사랑감리교회 부임 3여년 만에 NGO 사역을 시작한 황성수 양천 월드휴먼브리지 대표는 “기독교 기관이나 교회 이름을 앞세우면, 처음부터 아예 도움을 거절하는 분들도 있더라”며 “도움을 받을 이들의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NGO를 통해 지역과 사회를 섬기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미국 생활 동안 NGO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된 황 대표는 “사회 공공기관들과 기업들도 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를 돕고 싶기도 하지만, 특정 종교의 이름 때문에 부담을 갖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음악회 전 임신부들의 접수를 받고 있는 모습. ⓒ이대웅 기자

황 대표는 “NGO는 종교적으로 중립적인 ‘플랫폼’을 제공해 교회와 사회 단체들이 손을 잡고 이웃을 돕는 일을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며 “함께 이웃을 섬기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고, 이웃들에게는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등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권태홍 양천 월드휴먼브리지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양천구청과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눔의 다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태교음악회 외에도 미혼모자 가구의 자립을 지원하는 ‘엔젤맘(Angel Mom) 프로젝트’, 취약계층의 개안수술(백내장·녹내장)을 지원하는 ‘아이 러브(Eye Love), 한부모가정에 매달 쌀을 지원하는 ‘사랑의 곳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공익카페 파구스’ 노숙인·독거노인 설렁탕 지원을 위한 ‘사랑의 설렁탕 나눔’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양천구, 남양유업과 물티슈업체 몽드드, 현대백화점 목동점, 한사랑감리교회 등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