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32장 사회공포증의 치료와 약물(2)

사회공포증을 치료하는 데는 여러 약물들이 사용된다. 때로 한 가지 목적에만 사용하는 약물들이 아니어서 복합적 사용기능을 하지만, 사회공포증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효과는 대개 불안을 감소하면서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앞장에 이어 사회공포증에 활용하는 약물을 소개한다.

1. 벤조디아제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은 비교적 근래에 사회공포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 약은 종종 항불안제로 불리며, 여러 약물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약은 신경안정제로 알려져 있으며, 발리움(다이아제팜)과 자낙스(알프라졸람)가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이다. 1960년대 초 약물을 활용할 수 있게 됐을 무렵, 과거의 항불안제들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1) 벤조디아제핀의 효과

벤조디아제핀은 일반적으로 더 안전하고, 바비튜레이트 같은 다른 오래된 약물에 비해 과량 복용하였을 때도 더 안전하다. 실제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과 항정신병약물들은 진정작용과 정신운동 기능 장해를 초래하는데 있어 부가적 효과를 가진다. 이 약물들은 직접적 항정신병 작용을 갖지는 않지만, 항정신병약물에 부가해 사용하면 항정신병약물 용량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약물들이 갖는 진정작용과 항불안작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연구자는 일반화된 사회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치료에서 MAO 억제제가 효과가 없으면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어떤 환자들에게는 이 약이 초기 불안증상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벤조디아제핀은 임상적으로 불안 감소, 수면, 간질 억제, 근육이완, 마취 등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은 벤조디아제핀 수용기와 결합하는데, 이 수용기는 중추신경계에 고루 퍼져 있으며, 불안조절과 관련된 GABA (gamma aminobutyric acid)라는 억제 신경전달물질과 유사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다.

벤조디아제핀은 불안 신호에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몸의 여러 기관에 있는 베타 수용체에 작용하는 베타 차단제와 다르게, GABA라는 뇌 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뇌에서 생겨난 불안 신호에 작용하여 보통 15분 이내에 불안 증상을 경감시키는 등 극적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과도한 긴장과 걱정, 그리고 일반적인 불안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황발작 같은 다른 특정한 형태의 불안에도 작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벤조디아제핀의 임상적 제한성

벤조디아제핀 중 특히 로라제팜(lorazepam)은 난폭행위가 임박했거나 발생했을 때 단독으로 또는 항정신병약물과 병용함으로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항신병약물과 벤조디아제핀을 병용하면 항정신병약물의 용량을 50% 가량 줄일 수 있다. 초기에는 다아제팜과 클로르디아제폭시드(chlor-diazepoxide)가 많이 연구되었지만, 근육주사 과정에서 흡수가 일정하지 못해 혈중농도의 개인차가 커 점차 사용빈도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다이제팜은 호흡억제나 후두경축(laryngeal spasm)을 일으킬 수 있고, 역설적인 분노 반응이나 적개심이 유발된다는 보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근래 클로나제팜(clonazepam)의 유용성이 알려지고 있으나, 행동상 심각한 탈억제를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알프라졸람(alprazolam)은 항울효과나 호전성을 유발하는 효과 때문에 공격적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로라제팜이 다른 벤조디아제핀에 비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인정되고 있다. 로라제팜은 경구투여를 할 경우 진정효과에서는 투여 후 1-4 시간 만에 나타나므로 10여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근육주사에 비해 작용이 느리며 용량도 더 많이 필요하다. 이는 공격적인 환자에게는 근육주사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이다.

다만 로라제팜은 우선 2-4mg을 근육주사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한 시간 후에 2-4mg을 추가로 주사하는 편이다. 그러기에 로라제팜은 16mg 이상의 고용량을 사용한 연구에서는 운동실조, 오심과 구토, 혼돈과 지남력 상실, 빈호흡이나 빈맥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심하게 초조한 환자에게 항정신병약물과 벤조딩제핀을 병용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급성 초조를 보이는 98명의 정신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는 할로페리돌 5mg과 로라제팜 2mg을 병용했을 때 두 약물을 각각 사용했을 때보다 효과의 발현이 빠르고 주사 횟수도 적었다. 할로페리돌과 로라제팜은 각각 근육주사하거나 또는 하나의 주사기에 혼합해서 근육주사를 할 수 있다.  

3) 벤조디아제핀의 부작용

벤조디아제핀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 가장 흔한 부작용은 졸음이다. 처음 약을 시작하였거나 용량을 늘렸을 때, 특히 잘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피곤이나 졸음이다. 근육운동 협력이 어둔하거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벤조디아제핀 사용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데, 이는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고혈압 약을 복용하듯 신체적 의존이 생긴다는 점에서다. 고혈압 등의 약은 갑자기 중단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만, 벤조디아제핀을 서서히 중단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불안이 증가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이러한 ‘반동 불안’은 약을 중단했을 때 잘 나타나지만, 약을 몇 주에 걸쳐 서서히 감량하면 감소한다. 이는 벤조디아제핀이 다른 약들에 비해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수일 동안 어느 정도 불안이 증가하는 것에 대처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부작용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서 수일 이내에 감소하거나 없어진다. 약을 복용하는 중에 술을 마시면 평상시보다 부작용이 더 심해지고 위험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졸음을 점차 극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조금만 복용하게 한다. 신체가 이 약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높은 흥분수준을 요구하는 활동이나 빠른 판단, 운전이나 기계 조작 같은 활동은 피해야 한다. 많은 양을 복용하면 몸이 둔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두통, 근육이완, 피곤함, 입이 마름, 구토 등이 있다. 월경불순이나 성기능의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약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알콜에 비하면 정도가 약하다. 만일 약물이나 알콜 남용 경험이 있다면, 약을 처방받을 때 약물의존에 관해 다루어야 한다.

2. 삼환계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는 종종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등 다른 불안장애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삼환계 항우울제 가운데 이미프라민을 이용한 연구가 많고,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막아 수용기에 보다 잘 전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우울증 치료에서 일차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다.

1) 삼환계 항우울제의 효과

삼환계 항우울제는 우수한 효과와 안정성 때문에 일차적으로 선택되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단극성 우울증 특히 심한 주요우울증에 효과를 보이는데, 비슷한 약물학적 임상적 작용을 공유하는 세 개의 군(群)이 있지만 각기 사용량과 부작용, 특히 진정작용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삼환계의 임상적 효과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등의 생화학적 신경전달물질의 중추신경계 작용을 강화시키려는 치료 능력과 관련되고 있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양극성 우울증과 단극성 우울증 환자의 일부는 이 약물에 대한 반응으로 조증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삼환계 계열의 처방용량 범위는 넓다. 환자에게는 저용량에서 시작하여 고용량으로 증량해 간다. 다만 과다 복용은 수면 방해를 유발하므로 적절한 양의 복용이 중요시된다. 이때 삼환계 항우울제는 항고혈압 효과와 교감신경 흥분제의 약리효과를 상승시킨다. 치료에서 갑상선 호르몬이나 리튬(lithium)을 추가하면 반응이 상승한다. 저용량은 하루에 20-40mg의 이미프라민(imipramine), 하이드로클로라이드(hydrochlo- ride) 혹은 그 등가량에 해당하는 정도로 시작한다.

2) 임상적 제한점

고용량은 하루 200mg에서 300mg까지 서서히 증량시켜 나갈 수 있다. 치료효과는 2-4주간이 필요하다. 적절한 처방 용량을 얻으려면 치료적으로 원하는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또는 환자가 부작용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하루 전체 용량을 서서히 늘리는 것이다. 이때 용량을 조심스럽게 조절하고 증상의 호전이나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환자에게 맞춘 적절한 용량을 사용했음에도 4-6주 내에 임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대안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에 속하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부작용의 정도는 미미하지만 하루 200-300mg 이상의 용량을 사용할 때 많이 나타난다.

3) 부작용

삼환계 항우울제는 부작용으로 진정작용과 아트로핀 유사작용과 같은 현상을 보인다. 입 마름, 발한 증가, 동공 조절 어려움, 기억 곤란, 소변보기 곤란 등이지만,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순환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심혈관계 부작용이다. 나아가 삼환계 항우울제를 사용할 때 기립성 저혈압, 심계항진, 부정맥, 비정상적 빠른 맥박의 빈맥, 심전도 등의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형편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세로토닌(serotonin)이 개발되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그렇다 해도 부작용에 대해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치료자의 주의력은 요구되는 실정이다.

고전적 삼환계 항우울제는 환자의 수면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지만, 두통 등의 통증 조절과 불면에 사용되는 경우 부작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최근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선택적 효과를 보이는 세로토닌 등의 약물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녹내장 병력이 있는 경우 삼환계 항우울제 사용에 앞서 안과의사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심혈관계 질환, 특히 부정맥이나 이전의 심근경색의 병력이 있을 경우도 반드시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3. 선택적 세로토닌 제흡수 차단제

선택적 세로토닌 제흡수 차단제(Selective Ser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들은 새로운 항불안제 영역에 속한다. 1980년대 후반 항우울제로 소개되었을 때는 기적의 약으로 각광받아 수백만명에게 처방했다. 이러한 혼란이 지난 후, SSRI는 어떤 조건에서 기존 항우울제보다 효과적이고 평균적으로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는 것이 확고해졌다. 프로작(플루오섹틴)이 미국에 처음 시판되었던 SSRI이었다. 그 이후에 졸로프트(설트랄린), 팩설(패로섹틴), 루복스(플루복사민) 등 3가지 약이 나왔다.

1) 선택적 세로토닌 제흡수 차단제의 효과

SSRI는 대부분 알려진 다른 항우울제처럼 뇌신경의 신호를 알리는 특별한 화학물질이 신경세포로 들어가서 흡수되는 것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 식으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조절한다. SSRI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 보통 4주에서 8주나 걸린다. 다른 기존의 항우울제는 다르게 SSRI는 다른 체계에 최소한의 영향만 주게 되어 원치 않는 효과는 적고, 주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만 영향을 주는 더 순수한 작용을 한다. 이런 이유로 삼환계 항우울제 같은 기존의 약물 복용을 제한시킬 수 있는 입 마름, 변비, 졸음 등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없다. 이 약들은 우울증 치료제로 처음 시판되었지만, SSRI가 강박장애나 공황장애 같은 다른 불안장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SSRI의 사회공포증 사용

SSRI의 사회공포증에 대한 효능은 의학 문헌에서 증례 보고부터 소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위약으로 통제를 한 과학적 연구에서도 그 효과를 확인하였다.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4가지 SSRI(프로작, 졸로프트, 팩설, 루복스) 각각이 사회공포증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벤조딩제핀과 베타 차단제와 투여하는 방법에서 중요한 다른 점은 SSRI는 적어도 수주간 매일 투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SSRI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는 하지만, 다른 약과 똑같은 효능이 있다.

사회공포증에서 SSRI에 대한 효과의 연구에서 50-70%의 환자가 8-12주 치료 후에 불안 증상과 사회적인 기능에서 명백한 호전을 보였다. 이 연구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러 사회적 상황을 전반적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연설 같은 공연상황에 국한된 불안을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사회공포증과 더불어 우울증이 같이 있는 환자에게도 SSRI의 항우울 작용 때문에 베타 차단제나 벤조디아제핀보다 더 유익한 점이 있다. 우울증 없는 사회공포증 환자에서는 SSRI가 정상적 기분 변화 없이 사회공포증만을 전형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러나 사회공포증에서 SSRI의 주된 장점은 다른 효과가 있는 치료에 비해 월등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다.

SSRI의 사용 제한점은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 SSRI는 심리적 의존을 일으키지 않으며, 몸에서 서서히 배설되기 때문에 중단해도 보통은 금단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처방 용량보다 많이 복용해도 기분을 좋게 해 주지 않고, 이런 약물의 남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 약은 오히려 지속적인 사회공포증을 갖는 남용자를 회복시키는 치료 프로그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SSRI가 다른 신체 체계에 상대적으로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심장질환 등의 내과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다른 약보다 더 안전하다. SSRI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이 약이 다른 약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약을 쓸 때 용량을 조절해야 되고, SSRI와 같이 복용하였을 때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한지는 정확하게 체크하여야만 한다.

SSRI의 장점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부작용이 덜 나타나는 반면에, 어떤 환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꿈을 많이 꾸므로 깊은 잠을 못 자는 것이다. 그리고 식욕 감퇴와 구역질이다. 이 부작용은 보통은 수일 만에 사라진다. 피곤과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때때로 나타난다. 성욕 감퇴, 극치감의 지연이나 상실과 같은 성과 관련된 부작용도 남녀 모두에게 상당수 나타난다.

사회공포증 이외에 예기치 않은 공황발작, 즉 사회적 두려움이나 사회적 상황과 무관한 심한 불안 발작을 일으키는 경향의 환자는 특히 이 약에 민감할 것이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불안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매우 적은 용량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프로작이 자살이나 타살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초기 보도는 프로작을 복용하는 수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러한 행동이 얼마나 나타나는가 체게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프로작이 성격을 변화시키는가? 정신과 의사인 피터 크래머는 “프로작에 대해서”의 연구에서 프로작과 같은 약물이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쟁점이 되는 문제를 제시하였다. 크래머는 실제로 ‘사회공포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성격 변화에 대해 기술한 여러 예에서 프로작의 핵심 효과는 사회공포적인 억제를 경감시키는 것이었다. 최근에 프로작을 투여 받기 시작한 테스증례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전에는 결코 이렇게 빨리 극적으로 환자의 사회적 생활이 재형성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환자에게는 낮은 자존심, 경쟁심, 질투, 나쁜 대인관계기술, 수줍음, 친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서투름의 일반적인 원인들이 너무 깊이 물들어 있고, 너무 어려워 일반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테스는 금방 활기차졌다. 테스의 성공 사례가 프로작의 인기를 더욱 높여 주리라 믿어지는데, 이는 프로작이 성격을 바꿔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평소에 환자들의 적응방법을 극적으로 바꿔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평소에 적응방법을 극적으로 바꿔 준 것을 증명해 보여준 환자인 셈이다. 그리하여 환자는 사회적으로 활달해져서 더 이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회공포증과 또 사회공포증이 약물치료에 의해서 호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성격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한다. 일생 동안 사회적 억제를 해소시키는 것을 성격 변화라 한다면, SSRI와 다른 약들이 그 같은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테스의 내적 경험을 전혀 알 수 없는 외부 관찰자 입장으로는 그녀가 더 자기 주장적이 되었고,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성격이 정말로 변했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SSRI를 복용하면서 사회적 불안과 회피가 경감됨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성격변화로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 일반적으로는 테스와 같은 환자가 두려움 때문에 밑바닥에 숨어 있던 자신의 진정한 성격과 자발적 성격, 느낌을 더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능력의 변화가 생긴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쉽게 창피해지고, 사회적 기회를 회피하는 일생 동안의 문제를 치료하려는 환자들에게는 이런 괴로움이 없는 삶을 상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변화가 급작스럽게 왔을 때,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는 가끔 약물치료로 잘 나타나며,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혼란스럽다. 때로 환자들은 자신의 성격이 변했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32살 때 일생 동안의 고통스러운 수줍음 때문에 엘라인은 상실감만 남아 있었다. 최근에 남자 친구와 관계가 실망스럽게 끝난 후, 파티에 참석하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들이 고통이 되어 버렸다. 과거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괜찮은 남자들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자신의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절망감 때문에 그런 것이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자신의 수줍음을 합리화하였다. 자신의 사회적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를 직면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제 문제는 남자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시킴으로써 대처하였다. 만약에 몰래 사모하는 직장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면 말이다.

엘라인은 이번에는 절박하다고 생각하였다. 비록 그녀는 프로작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사회공포증 연구에 대한 광고를 낸 진료소에 전화하였다. 치료 3주 동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직장에 있는 사모하고 있던 남자와 대화하기 시작하고, 정말로 즐거워했다. 이야기하는 동안에 전에는 거의 없었던 일인데 그 남자의 눈을 쳐다보기도 하였다. 곧 예전에 거의 하지 않았던 일에 익숙해졌다. 전에는 결코 없었던 방식으로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편 이러한 변화를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이것이 진짜 엘라인일까. 혹은 프로작을 복용했기 때문인가? 자신이 행동의 이상함이 그녀를 괴롭혀서 결국은 약을 중단하기로 마음먹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프로작이 엘라인의 근본적인 본성을 변화시킨 것이 아님이 더 확실해졌다. 그녀가 이것을 인정하자. 주위에 사람들의 결함이 있다는 믿음이 사실은 그녀 자신의 한계를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직면해야만 했다. 지금 그녀는 사회적 제한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었다.

엘라인은 적극적인 행동이 절망적이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절망적이서 그런 것이라 단정하였었다. 그녀는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무감각하다고 결론 내리기 시작했다. 엘라인은 약이 가져다 준 낯선 느낌을 거부하려는 경향에 저항하였고, 대신에 사람들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가정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1년이 지나는 중에도 그녀는 계속 좋아지고 향상되었다. 그래서 약을 끊기로 했는데, 엘라인은 자신의 새로운 사회적 안정이 프로작 때문인지, 그 동안에 겪었던 많은 긍정적인 경험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약을 끊고 수개월 후에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다시 생기는 것을 알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이겨냈다. 비록 프로작을 쉽게 다시 투여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약을 다시 복용하고 싶지 않았다.

4. 정리: 복합적 사용기능이 있는 약물들

지금까지 우리는 앞 장에 이어서 사회공포증의 치료와 약물에 대해서 기술했다. 사회공포증을 치료하는 데에는 여러 약물들이 사용된다고 했다. 이런 약물들은 때로 한 가지 목적에만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어서 복합적인 사용기능을 하지만, 사회공포증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물론 이런 효과는 대개 불안을 감소하는 것이면서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앞 장에 이어서 사회공포증에 활용하는 약물을 소개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