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9월 정기 월례회에서, 박효우 회장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 월례회에서는 약 50여명의 교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성민 기자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오는 11월 총회를 앞두고 수석부회장 선출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교협 정기월례회에서 박효우 회장은 “9월 안에 후보를 확정짓고 10월에 인준한 후, 11월 총회에서 회장에 공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이 임기 초부터 수석부회장 선출을 위해 노력한 결과 그동안 몇몇 교계 인사가 수석부회장의 물망에 올랐지만, 여전히 대안은 없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44회 총회에서는 교협 역사상 유례없이 수석부회장이 공석으로 남았다. 교협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공천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총회에서 박수로 당선되어 왔다. 따라서 수석부회장은 임기 1년 동안 회장을 보좌하는 동시에 그 사역의 연속선상에서 자신의 회장 임기 중 사업을 구상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지난 제44회 총회에서는 수석부회장 출마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총회에서는 임시로 공천위원회에 수석부회장을 선출·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 상태였다.

따라서 박효우 회장은 임기 초부터 수석부회장 선출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했을 뿐 아니라, 지난 10개월 이상 수석부회장도 없이 교협을 이끌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수석부회장, 즉 차기 회장도 1개월만 부회장 임기를 수행한 후 즉시 회장에 오르기 때문에, 회장직을 준비하는 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월에는 A목사가 수석부회장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미국장로교(PCUSA) 소속 교회에서 목회 중인 그는, 한인교계는 물론 교단 내에서도 중직을 맡을 정도로 신망이 높았다. 그러나 그는 약 한 달 만에 돌연 수석부회장직을 사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협 측은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교계 내외에서는 미국장로교에서 동성결혼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진 것이 그 사유 중 하나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협 활동은 아무래도 무리수가 크기 때문이다.

그 후 6월경 또 다른 후보로 B목사가 거론됐으나, 그는 고령을 사유로 사양했다. LA 한인타운 내에서 목회자로 명망있는 그는, 과거부터 수석부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번번이 고사했다. 그 다음 최근에는 C목사가 물망에 올랐다. 그는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면서 해외한인장로회 총회장 후보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또 같은 교단에서 중형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D목사도 주변에서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교계 내에서는 수석부회장이 공석인 이 사태에 대해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인물”로 귀결된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것은 결국 ‘십자가 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교협의 행정 구조상 회장에게 사업의 기획과 추진 등 대다수의 일이 부과되기 때문에, 회장을 맡아 1년 섬긴다는 것은 자신의 교회나 목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십자가를 질 사람이 없다’는 말임과 동시에, 십자가를 질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옆에서 십자가를 함께 져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누구라도 선뜻 교계를 위해 봉사해 보겠다고 나서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교협 내에서도 차세대 발굴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뜻한다. 최근 몇 년간 한기형·신승훈·지용덕·민종기·변영익·진유철 목사 등 소위 실력파들이 연이어 회장이 되면서 교협의 지위가 한인사회 내에서 상당히 격상되었지만, 그 말은 동시에 새로운 일꾼들이 교협에 계속 수혈되지 않는 한 “이미 교협회장 할 사람은 다 하고 남은 사람이 없다”는 한탄은 44회 총회 이후 얼마든지 반복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더해 환경적인 부분도 있다. 과거에는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교회들까지 남가주교협을 통해 연합 사업에 참여했지만, 약 3년여 전부터 오렌지카운티기독교교회협의회가 독자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목회자들은 남가주교협이 아닌 오렌지카운티교협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물 부재론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교협 내에 계파 갈등이나 주도권 다툼을 멈추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있다. 아무래도 교협회장에게 임원 인선의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에, 현실적·실용적인 면에서 교협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해당 연합사업의 주도권이 많이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소위 ‘자기 사람 밀어주기’로 수석부회장을 세우려는 관행이 교계에서 근절되어야, 정말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한편 이번 월례회에서는 지난 9월 7일 나침반교회에서 열린 차세대 리더 장학금 수여식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학생 2명에게 장학금이 수여됐다. 또 남가주교협과 한국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의 합동설교집 출판에 관한 보고, 10월 교계연합 부흥회에 관한 보고가 이어졌다. 또 특별히 교협 내에 사랑의쌀운동을 위한 특별상설분과를 만들어, 매년 이 사업을 교협이 주도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성시화운동 측에 과거의 사랑의쌀운동 재정 공개와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