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공동체에 지원을 나갔던 노숙인 형제 두 분이
돌아와 1부 주일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공동체 고추 수확하는데 손이 모자라
일주일간 고추를 함께 따다가 돌아온 것입니다.
평소 알지 못했던 두 분이었는데

전해온 이야기는 이 분들이 너무나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고추 수확에 참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힘이 들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엉뚱한 대답이었습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그분들은 붉게 익어 매달린 고추를 따면서 
큰 보람과 감동과 소망을 본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일할 만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분들은 언제고 불러주시면 와서 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동체에 들어가서 한 식구로 일할 의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큰 성과를 내야 그것이 희망이 되어
거리에 사는 분들이 비로소 모이기 시작할 것이다!

장정 네 다섯이 매일 고추를 따고 따도 힘겨울 정도로 열린 고추를 따면서
그 어떤 이들이 희망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동체에서 생활할 것을 권유하면 시베리아 유배 가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가서도 얼마간 지나다가 떠나버린 형제들로 안타까워했던 일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깊은 데서 기쁨과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지난 주에는 상시 공동체에 거주하는 형제가 올라와서
제 두 손을 잡고서 하던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저는 고추 밭에서 일하다 말고
하늘을 바라다 보며 큰 소리로 혼자 막 웃습니다.
너무나 좋습니다. 목사님!”

지난 주간 공동체 가서 일했던 형제들에게 수고비를 드렸더니 
각각 1만 원씩 헌금을 하나님께 드리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그분들이 드리는 헌금은 노숙인을 위한 목욕과 빨래 시설을 만드는데
사용하게 됩니다. 스스로 일어나 스스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기적이 바로 이런 것이지 어디 기적이 따로 있겠는가!
<이주연>
 
* 오늘의 단상 *  

이미 받은 복을 헤아릴 눈은
그 어떤 절망에서도 희망을 봅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