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VF 홈페이지.
▲IVF 김종호 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캠퍼스 23곳에서 기독학생회(Inv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 동아리 등록이 취소된 것과 관련, 한국기독학생회(IVF) 김종호 대표가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작년부터 이 일이 이슈가 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김종호 대표는 “동아리 등록이 취소되면 캠퍼스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강의실이나 강당을 유료로 빌려야 하는 등 많은 불이익이 따른다”며 “동아리 축제 등에 참여하여 신입생 모집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 홍보에도 제약이 발생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비롯해 다양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캠퍼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동아리 등록을 동아리연합회가 아닌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신앙고백을 중시하지 않는 다른 종교 동아리들은 학교의 권고를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여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유대인 학생회는 비유대인 학생들도 회원으로 받거나 임원 자리에도 세운다는 것. 그는 “미국 IVF는 공식 동아리 지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신앙고백에 충실한 것이 옳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학교의 결정은 IVF 리더가 되기 위해 신앙고백과 윤리적 정결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신자나 동성애자들이 리더로 서지 못하게 막는 차별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내려진 것”이라며 “이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오랜 차별반대 운동이 자리잡고 있는데, 인종이나 종교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동성애 그룹의 정치적 캠페인까지 더해지면서, 차별금지법은 점점 더 힘을 얻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미국 대법원은 한 공립 로스쿨 기독법조인회(Christian Legal Society)가 동성애자를 회원으로 받지 않은 것 때문에 동아리 등록이 취소된 것은 정당한 결정라고 판결했는데, 이 건이 이번 동아리 제명 사태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고 했다. 또 “1997년에는 아이오와 그리넬 칼리지(Grinell College)에서 성(性)적 절제를 서약하지 않는 게이 리더를 세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IVF가 징계를 받은 전례도 있었다”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사태 이전에 밴더빌트, 롤린스, 터프츠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발생했었다”고 덧붙였다.

사태의 해석에 대해 김 대표는 “한 마디로 ‘공적 영역에서의 기독교 배척’이라 요약하고 싶다”며 “다원주의 사회가 정착되면서 미국은 차츰 기독교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고, 그것이 각종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실체들이 공존해야 하지만, 다른 실체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그룹은 반작용으로 배척을 받기 마련”이라며 “애석하게도 기독교가 이런 다원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적처럼 공격을 당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기독교를 특정해서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기독교가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종교적 신념과 차별금지 사이에 많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 논란이 극도로 다원화·세속화된 사회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어떤 위치를 잡아야 할지를 더 정확히 짚어내고 구체화하는 모델들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종호 대표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곧 일어나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고, 공적 영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기독교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사실 한국에서는 기독교의 배타성, 독선, 일방적 무례함이 더 많이 관찰되는데, 이는 역풍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함께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사회가 공감하는 보편적이고 선한 가치들을 우리도 존중하고 인정하며, 그에 준하는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배타성과 공격성이 우리 신앙의 척도라는 오해를 버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고유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재확인하며, 그것을 공격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계승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막아야 기독교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등을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진 고유함이 세상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너그러움과 섬김의 자세를 가질 때, 세상이 기독교에 보이는 반감도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가 세상을 먼저 품고 긍정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특성을 간직해 갈 때, 더불어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CSU)는 최근 산하 23개 캠퍼스에서 동아리 리더 자격에 기독교 신앙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IVF의 동아리 등록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