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공동체의 가을 햇살은
주께서 주시는 희망의 볕이요 은혜의 빛입니다.
올 봄에 심은 고추 모종 9천 여 주에 주렁주렁 달린 붉은 고추를 
열매 맺게 하는 마지막 햇살이기 때문입니다.

이 풍성한 고추 수확은 단순한 고추 농사가 아닙니다.

5년 전 포천에 노숙인을 위한 자립자활을 위한 공동체를 세운다고 할 때에
그런 공동체가 성공을 해본 일이 없으니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 벽에 부딪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예닐곱 명의 노숙인 형제들을 데리고 갔을 때에
시베리아 유배 왔느냐며 마음을 두지 못하다가
결국 떠나 버렸던 좌절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형제가 기둥이 되어서 지키며
계속 여러 형제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는 단 한 사람이라도 성공해서 자립해야 할 것이며
이로써 서울역 거리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소망을 가지고 기도하며 땀 흘렸습니다.

처음 고추 농사의 성공을 앞두고서
지지난 겨울엔 겨울을 나며 염소 50여 마리를 잃기도 하였고
지난 겨울에 숙소가 전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공동체에 있던 식구가 화재 사건 때에
과거의 벌금 미납 사실이 드러나 노역으로 옥살이도 해야 했습니다.

결국 지난 해에 고추 농사에 성공하고
올해는 드디어 자립에 필요한 수확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엔 판매까지 잘되면
최소 4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 수확은 단순한 농작물 수확이 아닙니다.
우선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마음까지 치유함을 받고
새로워진 새 삶의 결실입니다.
이것이 넘기 힘든 가장 큰 산이었습니다.

둘째는 수년간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고
농업 기술을 익힌 땀과 인내의 결실입니다.

셋째는 아직도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에게 ‘새 삶이 가능하다’는
좌절과 절망에 대한 희망의 결실입니다.

넷째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하여 사랑의 손길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산마루교회의 성도들과
해맞이 공동체 이사님들 그리고 산마루서신 가족들이 보낸
사랑의 열매입니다.

그러하기에 해맞이공동체의 풍성한 붉은 고추는
땀과 인내의 승리요 사랑의 승리이며 영적인 승리입니다.

이 가을 밤엔 주 의 말씀이 살아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 9)
<이주연>

* 오늘의 단상 * 
 
절망하지 마십시오.
마음만 먹으면 오늘도
새로워질 수 있는 날입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