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열린 선교사 파송예배 모습. 앞줄 오른쪽에서 여섯번째가 안 목사. ⓒ교회 제공

성도 수 9명에 총 6가정이 함께 예배드리는 ‘작은 교회’가, 인구 3천만명에 기독교인 비율이 2-3%에 불과한 나라 네팔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현지에 신학교를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안양 평촌에 위치한 미자립교회인 초원교회(담임 안명복 목사). 지난 2000년 6월 설립된 이 교회는 지난 8월 31일 교회에서 정완섭·노순옥 선교사 부부 파송예배를 개최했다. 초원교회는 지난 2012년 9월 22일 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네팔에 성토신학교를 세우고, 갈 곳 없는 대학생들을 먹이고 재우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네팔의 대학교는 시설 미비와 교수진 부족으로 1일 3부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1부제 수업은 오전 6-10시에 이뤄져 오전 10시 이후에는 대학생들이 갈 곳도, 할 일도 없다. 경제상황도 어려워 ‘알바’ 자리도 없고, 학교에 도서관이나 컴퓨터도 없어 시간을 때울 곳이 없다는 것. 여기에 대학생들은 하루 세 끼 식사하기도 벅찬 주머니 사정이어서, 안 목사의 표현을 빌리면 ‘알아서 능력껏 놀아야’ 한다.

초원교회는 이에 성토신학교를 세워 학생들에게 점심·저녁 식사와 함께 기숙사를 운영, 그야말로 ‘숙식’을 제공하면서 복음을 전한다. 학년과 연령이 달라도 수준이 비슷해서 가르치기도 수월하다고 한다. 그들을 돌봐주면서, 졸업 후에는 자유롭게 전공에 따라 직업을 갖도록 하되, 신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남게 한다. 졸업생 모두를 ‘목회자’로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안 목사는 “교사를 해 보니, 기독교인 교사와 힌두교인 교사 밑에서 배우는 이들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파송한 선교사들에게도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다. 초원교회는 선교사들에게 ‘선교보고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당장 교회 몇 개 세웠다는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 목사는 “선교사는 하나님과 계산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네팔 성토신학교 전경. ⓒ교회 제공

네팔을 선교지로 선택한 것도 한국교회에서 선교를 덜 가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안 목사는 네팔을 ‘아시아의 아골 골짜기’라 부르고 있다. 거리상으로 히말라야 산맥이 위치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릴 정도로 찾는 이가 드물고, 아시아 최빈국으로 방글라데시보다도 궁핍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의 대부분이 힌두교(81%)나 불교·이슬람교를 믿고, 기독교 인구는 2-3%에 불과한 이유도 있다.

안명복 목사는 적은 교회 규모에도 활발하게 선교하는 비결로 성도들의 희생정신과 목회자에 대한 신뢰, 기도훈련과 지출 최소화, 자율적 교회생활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미자립교회로 안 목사는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지 않고, 헌금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헌금은 대부분 전도에 사용한다. 올해 맥추감사헌금도 전액 세월호 유가족 돕기를 위해 기부했다고 한다. 재정을 담당했던 한 집사는 안 목사가 헌금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다며 교회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초원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선교를 위해 재정을 후원해 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유일권 목사 부부, 림헌원 목사 부부, 성토신학교장을 맡고 있는 허인석·양명희 선교사 부부 등이다. 이번에 파송예배를 드리고 지난 1일 출국한 정완섭 선교사는 인디아선교회를 창립할 정도로 인도 선교에 대한 사모함이 있었지만, 인근의 네팔 영혼들을 위해 섬기기로 했다. 노방전도로 만나 초원교회 첫 성도가 된 이기용 집사 등 성도들 자랑에 여념이 없는 안명복 목사는 “선교 사역의 경우에도 성도들 중 한 사람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교사로 재직하다 뒤늦게 소명을 받아 신학(총신대 신대원)을 공부한 후 목회자가 된 초원교회 안명복 목사는 “작은교회라도 하나님께 인정받는 일을 하면, 사람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성도들에게도 ‘작은교회라고 위축되지 말자’고 자주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