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인천새로운교회).

여로

하늘은 높고 풍요를 아우르는 훈풍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생경한 오늘들

맹렬하던 태양은 한숨 돌리고 갈바람 가슴 어리어
걸어보아야 산 높고 골 깊은 줄 아는 까닭에
내친 걸음 방향 없는 길에서도 평안한 건
어깨 잡은 손 어릴 적 그 달이어서

두런두런 등짐에 매달린 세상 소욕의 파문
찌르르 밤 알리는 풀벌레 사연에 묻고
太初에 始原에 주인 없이 핀 꽃 어딨으랴

산이 크고 골이 깊으면 메아리가 멀지
인고의 세월로 그늘을 품은 산
날다람쥐 한달음에 비로 쏟는 낙엽
변화는 지나온 세월처럼 다가오는 소망이어서

간헐적으로 부는 미풍 情 같아서
사랑을 부릅뜬 눈으로 애증에 떨던 삶
긴 허기들을 숨긴 허울 밖에서의 쉼

환희의 정점이 약조된 지금
마음 쉴 수 있는 곳
사랑과 이별 없는 공간 뿐이란 걸

무릎 걸음 두 손 모아 허공을 친 열망으로
떠나온 길 돌아올 길 모두 네게 준 여로라고
불꽃으로 쓸어안는 삼천 층 너른 가슴

아부지 아부지 하나님 아부지

간이역

여름 내내 등짐지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쌓은 장작더미를 보노라면 겨울이 포근합니다.

벌써부터 화로에 담을 참숯도 여간하지 않습니다.

오늘 가늘게 실눈 뜬 사이로 내리는 눈꽃은 분주한 인형의 잰걸음을 그려냅니다.

한 세상 사는 것이 눈 한 번 껌벅이는 허망 중에
그나마 절반을 피납 당한 뒤안길에서 엮은 자리
몇 날 아니지만 긴 육간을 달구는 시간입니다.

오랜만에 기찻길 그 언덕을 올랐습니다.

혹시 막 지난 일곱 깐 열차 그 창에 선명하지 못한 그림자를 쫓았습니다.

이내 땅 끝에 있을 사람이기에 피식 웃었습니다.

아무리 깊은 상념을 동반해 보아도
열망으로 태워질 남은 여정은 산 연기로 피어오릅니다.

먼저 방 덥히어 고단한 그리움을 맞이하렵니다.

수화를 마치고 돌아선 역무원 어깨에 희붐한 간이역 이름표가 매달려 있습니다.

열차의 긴 꼬리는 지금 막 새벽을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