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트로프 기자의 참수 영상. ⓒ보도화면 캡쳐.

이라크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2일(현지시각)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두 번째 동영상을 공개하며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이라크 내 미국대사관 시설과 인원 보호를 위해 350명의 군병력을 추가로 파병키로 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으나, 백악관의 미온적 외교 대응에 대한 비판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IS는 이날 ‘미국에 대한 두 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Steven Sotloff ·31)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미 그는 2주 전 제임스 폴리 기자가 참수당할 때 다음 희생자로 지목됐었다.

소트로프는 프리랜서 기자로서 시사주간지 타임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등에 글을 기고해 오다가, 지난해 8월 시리아 북부에서 IS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영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이 꿇린 채로 결박당한 소트로프 기자는,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난 IS에 대한 공습을 결정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검은색 제복의 IS 대원이 단도로 그를 무참히 살해했다. 앞서 제임스 폴리 기자를 살해했던 인물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그는, “미국의 계속된 이라크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IS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후, 동영상 화면에는 세 번째 인질이 등장했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그는 영국인 데이비드 카우손 해인즈(David C Hines)로 추정된다. 

이번 영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맞춰 공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트3국 정상회담 및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라크 및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제적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참수 동영상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나치게 신중한 외교 대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젠 사키(Jen Psaki) 미 국무부 대변인은 “영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잔인한 행동으로 인한 역겨움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정보 당국이 최대한 빨리 영상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폴리 기자 참수 이후 이라크 내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으나, 이번 사건을 주도한 시리아 내 IS 세력에 대한 공습은 자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지난달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직 전략이 없는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전후로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꼴”이라며 IS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조차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신중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