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사람은 누구나 뭔가에 구속되거나 속박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가장 먼저 영혼의 자유가 침해당합니다. 쇠사슬로 묶여버리는 느낌, 그 느낌은 심장을 압박하며 불행감을 주게 됩니다. 성경 이사야 61장에는 그리스도가 오셔서 맨 처음 우리에게 행하는 구원의 기적으로 마음의 치유와 속박에서의 자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자유’가 보장되어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의 자유가 억압되어 버리면 사랑을 주고받는 기능이 상실됩니다. 사람의 삶이란 모든 게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랑과 연결되지 않은 삶이란 무의미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자유가 주어진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놀라운 기적입니다.

얼마 전 뉴욕의 맨해튼 거리를 걸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맨해튼의 복잡한 거리를 몇 시간 걸으며, 각양 인종의 사람들이 다채로운 표정으로 거리를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감상하듯 지켜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을 품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활기차게 걷고 있었습니다. 센트럴파크엔 자유로운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기쁨 가득한 표정과 저마다의 자유로운 포즈로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에서 가식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맨해튼 거리에는 자유로운 사랑이 흐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낯선 이국의 땅에서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올해의 화두인 사랑에 초점 맞추고 도시의 풍경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 거리에서 만난, 인상 깊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머리가 하얀 두 사람이 제 앞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할머니가 살짝 토라지는 기색이 보였고, 이어 할아버지가 멈춰 서더니 할머니 쪽으로 몸을 기울여 멈춰서서 늙은 아내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오랫동안 입맞춤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제 앞에서 펼쳐진 그 광경은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정경이기에, 다들 관심없다는 듯 곁을 스치듯 지나쳤지만, 저는 적이 놀라면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곧바로 풀어졌고, 둘은 다시 사이좋게 손을 잡고 제 앞을 걸어갔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랑이 흘러넘치는, 낯설었던 그 도시는 금세 친근해졌습니다. 

사랑은 모든 상처를 씻어내는 만병통치약입니다. 그 백발의 백인 할머니가 남편의 사랑 가득한 입맞춤 한 번에 씻은 듯 치유되고 금세 행복해졌듯이, 사랑은 자유를 줍니다. 그런데 자유가 없는 마음에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유는 치유에서 옵니다. 상한 마음이 남아 있는데도 모르고 살아가다 보면, 사랑이 찾아올 수 없는 척박한 마음밭이 되고 맙니다.

저는 늘 보게 됩니다. 사랑의 기능이 상실된 불쌍한 사람들을. 치유받아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사랑의 기능이 전혀 없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게 됩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을 찾게 되면, 그들의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워질지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처입은 감정을 숨기는 데 놀라운 재능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체면 문화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오랜 관습 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숨기다 보니 치유는 요원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사고가 굳어집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아픔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에도 둔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만 이 사회 전체 분위기가 삭막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억누른 감정을 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자기 성찰과 성숙의 시작입니다. 현재 자신의 마음에 자유가 없다고 느낀다면, 그 원인과 이유를 살펴보고 자유를 위한 치유의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삭막해진 사막 같은 마음에 사랑의 꽃을 피워올리기 위해, 사막 위에 자유의 비를 뿌려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답게 살게 됩니다. 인간답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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