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효(孝)학회(회장 최성규 목사) 제2회 학술세미나 ‘한국사회와 기독교 효’가 28일 오후 부천 서울신대(총장 유석성 박사) 백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최성규 목사의 개회사와 유석성 총장의 축사 이후 박철호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를 좌장으로 이은선 교수(안양대)가 ‘기독교적 효와 제사와 추도예배’를, 이영재 교수(한신대)가 ‘성서에 비추어 본 효 사상’을 각각 발표했다.

▲이은선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은선 교수는 기독교와 제사 문제, 그리고 추도예배의 상호관계를 역사적으로 천주교와 중국교회, 조선 선교사들의 사례에 비춰 고찰하고, 오늘날 기독교의 효 실천과 효도신학의 발전, 토착화 논쟁 이후 조상제사와 추도예배의 관계 등을 탐구했다.

이은선 교수는 “기독교는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고 있고, 십계명을 통해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명령하라고 한다”며 “예수님이 오신 후 이러한 효(孝)의 계명이 혈연적 가족을 넘어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신앙적 가족관계로 확산됐지만, 이것이 기본적인 가족 내 효의 실천을 약화시키지 않았다(엡 6:1-3, 딤전 5:4, 8, 16)”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만 기독교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믿기 때문에, 사후 부모에 대한 섬김의 이야기는 없고 부모가 살아계신 동안 효도를 하라고 가르친다”며 “기독교가 전파된 서양에서도 사후 부모에 대한 제사의식은 없다. 조상의 묘를 만들고 찾아가 꽃다발을 드리며 부모의 신앙과 인격을 기리며 그리워하지만, 반드시 부모가 돌아가신 날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교 문화에서 발전된 ‘죽은 부모에 대한 효의 실천으로서의 제사’는 복음전파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는데, 여기에 천주교는 제사 제도와 죽은 자에 대한 절 허용으로 토착화했고, 기독교는 추도예배를 드리되 절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그러나 추모예배에 대해 △제사가 가지는 가족중심주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절하지 않음에서 오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등의 한계와 비판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WCC의 ‘하나님의 선교’ 신학과 천주교의 제사 허용에 따라, 기독교 진보 진영에서는 이미 절을 하고 상을 차리고 조상들에게 기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제사에는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복을 비는 성격이 강하고 기독교도 그러한 요소가 많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절까지 허용한다면 신학적으로나 한국문화 전통으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술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은선 교수는 “그러므로 교회는 성도들에게 추모예배의 성격을 잘 가르쳐, 건전한 신앙과 함께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제사의 우상숭배적 요소를 제거한다 해도, 제사가 가진 효도와 조상 기림, 가족공동체 유지 등의 미풍양속을 어떻게 지속할지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도의 초기 단계에서 일부 가족들은 믿고 일부는 믿지 않을 때는, 추모예배와 제사를 병행하는 단계를 거쳐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이 망한 지 120여년이 지났음에도, 조상 제사를 명절마다 지낸다는 것은 그 제사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가족중심주의를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한다”며 “앞으로 기독교는 한국 문화를 성경적 효의 실천을 통해 좀 더 건강한 가족문화를 정착시키고, 지금까지 정착돼 온 추모예배를 더욱 기독교 신앙에 토대를 두면서 건전한 가족공동체 형성과 부모님의 신앙유산을 이어받는 건전한 자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명수 교수는 논찬에서 “기독교 추도예식을 지지하면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며 “첫째로 한국의 긴 역사를 고려할 때 단 한 가지의 제례문화만이 존재한 것은 아니고, 둘째로 기독교가 제사를 부정하고 추도예배를 강조하는 것을 문화제국주의라 비판할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반재광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도 논찬했다.

▲이영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어 이영재 교수는 성경 본문 곳곳에 나타난 효 사상을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비춰 살핀 다음, “우리 전통의 가치관이 충효사상으로서의 효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하나님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효의 기준점이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담과 가인과 라멕, 노아와 아들들, 아브라함과 이삭, 이삭과 야곱, 야곱과 요셉 및 열두 아들들, 시내산 율법에 나타난 부모와 자녀 관계, 광야 유랑기에 나타난 부자(父子) 관계, 예언서와 지혜문학에 나타난 부모 자식 관계와 부모의 훈계, 예수의 ‘아버지 하나님’ 등에 대해 읽어 나갔다.

이후 이 교수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사는 이들이 바로 참된 효자이고, 하나님 나라의 반대말이 세속국가 내지 세속도시인데 이를 성경은 ‘세상’이라 부르고 있다”며 “세상에서 세상을 위해 사는 사람들에게 효는 가족주의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선악과를 먹고 이기주의가 발달하고 그것이 가족주의로 확산되며, 이윽고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로 귀결된다”며 “로마제국 같은 사회를 하나님은 ‘죄악의 도성’이라 노여워하며 심판하신다”고 했다.

이영재 교수는 “이 심판의 세상에서도 기초 단위를 이루는 것이 가족으로, 가족이 악인의 멸망사를 계대하는 주체가 되지 않도록 구원하여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것이 참 효도가 된다”며 “자녀들도 구원사의 자녀로서 하나님께 먼저 효도를 다하고 육신의 아버지를 하나님의 아들로 구원받게 하여 그를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인도하는 일이 참 효도가 되고, 온 가족이 하나님을 참 아버지로 부르고 효도를 다할 때 육신의 부모와 자녀로부터 받는 모든 상처들이 치유되고 아름다운 가정으로 회복되며, 그때 비로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승진 박사(익산 황등중 교목)는 논찬에서 “오늘날 천주교나 이단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이미지를 통해 모성적·감성적 이미지로 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기독교 효학의 연구 영역으로 아버지·어머니라는 가족 개념 연구와 함께, 하나님의 부성과 모성에 대한 논의도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성관 교수(장신대)도 논찬했다.

앞서 열린 예배에서는 강사근 장로(대외협력위원장) 사회로 황덕형 교수(서울신대)가 기도,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가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