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이진구)가 8월 30일 오후 서울 동교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이덕주) 세미나실에서 제327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손승호 박사(연세대)는 ‘유신체제 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 이해’를 제목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손 박사는 발표에서 “이승만 정부는 인권을 반공과 동일시했다. 이는 사회주의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방 정국에서, 친미 성향의 단독정부 수립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권 옹호를 통치목적의 하나로 밝힌 이승만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박정희 정부 역시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인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정희 정부의 인권은 경제 성장, 조국 근대화, 그리고 반공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박사에 따르면, 이 시기 NCCK가 주장했던 인권론은 △인권은 천부적인 것으로 권력에 의한 침해는 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인권은 투쟁을 통해 획득된다 △인권은 본래적 가치를 지니며 인권의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공의 명분이 없다 △인권의 존엄성은 개개의 인간에게 주어진다 △정부에 인권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권한이 없으며, 현재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인권의 문제는 정치적·종교적 자유의 확립이다 등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손 박사는 “유신체제 성립 직후의 NCCK는 당시 세계 신학의 조류인 ‘하나님의 선교’를 철저히 정치적인 차원으로 제한해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며 “이는 전태일 사건, 광주대단지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노동자·도시빈민의 생존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 상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높은 교육 수준과 평균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던 중진급 이상의 교회 지도자들이 주로 관계하고 있던 NCCK는, 종교와 정치적 자유에 있어서는 억압을 받으면서도 경제 성장의 수혜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던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었다”며 “그리고 이러한 계층적 특징을 가지는 NCCK가 민중의 실상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NCCK 스스로도 문제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NCCK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었으며, 민중생존권 문제에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도시빈민과 산업선교계에게서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당시 인권주간 행사를 위해 제작된 인권주간예배 포스터가, NCCK 사무실에 놓여 있던 모습(상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크리스천투데이 DB

손 박사는 또 “NCCK가 원론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인권 이해와 현실적 운동에 동원한 인권 이해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차이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신체의 자유’에 대한 NCCK의 활동”이라고도 했다.

그는 “‘신체의 자유’와 관련해 NCCK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연금·연행과 관련해서는 매년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다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상대로 끈질기게 투쟁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나 있는 고문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당시 NCCK가 본인들이 직접 경험하는 인권유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결론적으로 “1973년 중반부터 NCCK는 한국의 정치적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정부의 왜곡된 생존권 중심의 인권론을 비판했다”며 “NCCK의 인권 이해는 처음부터 종교적·정치적 자유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NCCK의 관계자들이 지닌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NCCK의 인권 이해는 그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인권탄압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성직자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억압의 경험은 NCCK가 그동안 주장해오던 ‘종교의 자유’ 개념을 저항적 성격을 가지는 ‘선교의 자유’로 변화시켰다”며 “‘신체의 자유’에 대한 태도 역시 자신들이 실제로 겪는 인권침해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됐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유신체제 하 NCCK의 인권 이해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인권에 대한 원론적 이해는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일정 수준에 다다를 수 있지만, 실제적 이해는 사회적 계급과 침해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인권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진 후에야 비로소 운동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발제자였던 송훈회 씨(감신대 석사)는 ‘웰치 감독(Bishop H. Welch)의 생애와 ‘사회적 복음주의’(Social Evangelism) 사상 이해’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밖에 김승태(세계선교신학대 강사)·이유나(홍익대 강사) 박사가 논찬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