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인천새로운교회).

창을 열고 잠든 새벽바람이 이불자락을 쓸어 덮게 한다. 슬쩍 여명을 틈타 귀뚜라미가 고개를 내민다. 잠시의 정막을 뒤흔들던 귀뚜라미는 이내 고요하다.

그리고 맴맴. 아직은 질고와 인고로 얻은 매미의 삶의 찬미가 끝나지 않았다. 기세가 꺾인 듯싶은 여름 끝자락은 습한 기운을 한껏 품더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가을비. 천천히 고요히 내리는 비일지라도 온몸과 속살까지 젖게 한다. 세상은 한바탕 깊은 탄식과 허한 외침과 꽁꽁 묶어 숨긴 욕망들로 가을비의 씻김이 절실한 채 망나니 춤사위에 허한 눈망울이다.

천상의 소망으로 살아가야 할 구원 성도들은 지상주의의 혐오스런 욕정들로 가득 채운 육신의 안락들을 가린 채,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 다가올 천상의 환희마저 송두리째 내동댕이치고 사방팔방 먼지를 일으킨다.

스스로 빠져나온 죽음의 바다가 아니어서, 그리스도 예수께서 건져내신 참혹한 희생의 결과들이 그저 꿈 같고 아련한 향수 같아서, 죽을망정 소유하고픈 물질과 명예와 안락과 풍요의 대물림으로, 영원한 멸망을 보장받은 목회자들과 추종자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교회당.

성도들을 이끌고, 예배 형식을 반복하고, 수많은 집회를 인도하고 있더라도, 번들거리는 의복과 재기 넘치는 입담을 쏟아내고 있더라도, 쓸어 담은 욕망의 물질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허울 좋은 외침들은 하나님의 긍휼을 벗어난 채 참 회개의 무릎걸음과는 무관한 삶의 허울이다.

물질 명예를 몽땅 토설하라! 교회당은 대물림하는 부동산이 아니다! 인간이 어찌 ‘교황’일런가! 스스로 계신 하나님께 ‘성모’라니 어인 말인가! 마리아는 ‘성령 잉태’를 위해 은혜 받은 여인이 아니런가!

선행으로 갈 수 없는 나라! 지혜로도 갈 수 없는 나라! 물질 명예 가진 자가 가는 정반대의 나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은혜로, 은혜로, 은혜로 주신 나라!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고, 하나님의 형상은 ‘그리스도’이다. 곧 구원받았다 함은 그리스도가 회복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성도들은 물론 목회자들에게까지 그리스도 권세는 찾아볼 수 없다. 천국을 왜 좁은 문이라 말씀하셨는지 내 알 듯하도다.

깊은 사색과 골방에서의 기도는, 절대고독의 인간을 안도의 성취감으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위로를 얻는다.

돌담길 담쟁이가 비에 씻겨 진초록이다. 찌든 먼지를 씻어낼 때 비로소 구원 얻은 진초록은 드러난다.

하늘을 우러른다. 가을비가 눈썹을 넘는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영생 받은 은혜가 사무친다.

버스정거장. 우산을 들고 아버지께서 서 계신다. 속옷까지 다 젖으면 우산이 무슨 소용이랴.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