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북 4월호 표지.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격월간 땡스북(Thanks Book)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여러 정기간행물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거의 사라진 가운데, 땡스북은 지난 1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현재 4호까지 출간됐으며, 정기구독 및 정기후원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땡스북은 ‘좋은 삶은 좋은 책 없이 불가능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매 호당 24권씩의 추천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엄선된 편집위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선정된 24권의 책은 ‘5분 읽기’ 코너에서 출판사·저자의 입장을 배제한 메시지와 함께 만날 수 있다. 당연히 도서 선정에는 출판사 등의 입김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믿을 수 있다.

‘5분 읽기’의 신선함은 특히 출퇴근길, 점심시간 등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배려한 데 있다. 책을 통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가, 5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새로운 결심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5분 읽기’는 매거진 땡스북의 ‘하이라이트’ 격으로, 읽다 보면 마치 정해진 본문을 읽고 묵상거리를 찾는 큐티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이 24권의 추천 도서들은 하루에도 쏟아지는 출판물들 속에서, 온전한 세계관에 기반한 ‘건전한 일반 양서’를 골라 읽고 싶은 기독교인들이 적극 참조할 만하다.

이외에도 ‘보통 사람들’의 책과 관련된 특별한 사연, 독서편지, 독서공동체 탐방, 포토 에세이, 만만한 고전 읽기, 미디어 비평, 도서관 이용법 등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최근호인 4호를 보면 나 대표의 ‘편집인의 글’을 비롯해 권일한 교사의 ‘삼척밭 독서편지’,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 인터뷰, ‘단단한 고전, 만만히 읽기’ 플라톤의 <국가>, ‘키워드로 찾아가는 책의 얼개’ 돈 A부터 Z까지, 카툰, 미디어의 이해, 전국학교도서관 사서연합회를 만나다 등의 콘텐츠가 들어 있다. 24권 목록으로는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말랑말랑한 힘>, <엔트로피>, <월든>, <이반 일리치의 죽음>, <프레임> 등 고전과 시·소설, 인문·과학·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명저들이 선정됐다.

“기독교인들, 문화에 ‘사회적 책임’ 느껴야”

땡스북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사단법인 땡스기브(Thanksgive)에서 발행 중인데, 이들은 주요 사역인 땡스북 발간 외에도 ‘출판사와 독자, 문화인들의 눈높이 만남’을 돕기 위해 도서기증 사역, 북 콘서트, 부모와 함께 읽는 고전모임과 홈스쿨러를 위한 콘텐츠 기획, 그리고 웹기반 독서진흥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또 KWMA와 협약을 맺고, 한글 책이 필요한 해외 사설문화원에 중고도서들을 기증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땡스북 속 ‘5분 읽기’.

(사)땡스기브 대표이자 땡스북 발행인은, 디자인집이라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나동훈 집사(평촌열린교회)이다. 조나단 에드워즈, 쉐퍼, 카이퍼 등의 책을 통해 큰 영향을 받아 평소 문화 분야에 ‘빚진 마음’을 갖고 있던 나 대표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보편문화를 해석하고 문화주권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땡스기브를 기획하게 됐다.

나 대표는 땡스북이 출판사와 독자, 문화인들의 ‘눈높이 만남’을 돕는 허브 간행물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비신앙인과 신앙인이 다른 세상에 사는 게 아님을 잊고 살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땡스북은 보편 사회에서 가치 있는 좋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허브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그가 문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인들의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었다. “제가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예체능계의 관심있는 자녀를 둔 성도 분들이 물어보세요. ‘춤을 좋아하는데, 공부는 싫어하고 드럼을 치고 싶어하는데… 문화사역에 소명이 있는 것 아니냐’고요.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지 답답했습니다. 또 하나는 이원론적 인식이었지요. 기독교와 문화가 마치 대립 관계인 것처럼 여기는…. 기독교 안에 문화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반문화적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이런 피상적 문화 이해에 대한 문화인의 의무를 ‘사회적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보통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ion Social Responsibility)과 비슷한,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Christian Social Responsibility)’ 말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문화적 사명의 핵심 키워드를 고민했고, 그는 자신이 비교적 잘 다룰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4호의 ‘단단한 고전 만만히 읽기’.

하지만 땡스북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라, 놀랍게도 일반 독자와 독서운동가들이었다. 그리고 땡스북에 담겨 있는 땡스기브의 의도를 알아본 네이버 해피빈재단 등을 통해 초기 기획자금을 지원받았다. 창간호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특목고 국어 교사는 ‘학생들과 땡스북으로 독서 모임을 만들려 한다’는 연락을 주기도 했다. 연령을 초월한 다양한 독자로부터, 다른 문화 잡지에 없는 ‘사유를 통한 따뜻함과 위로를 경험했다’는 격려 전화도 오기 시작했다.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 세상에 흘려보내자”

나 대표는 “땡스북은 신앙인들이 CSR 개념으로 만들지만, 결코 신앙인들을 위한 간행물은 아니다”고 했다. 그가 볼 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사람들을 기독교 문화로 ‘잡아 끄는’ 것보다, 건전한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를 세상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땡스북 필진들은 ‘현란한 글쟁이’보다 숨겨진 독서가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교사와 교수를 비롯해, 판사, 독서지도사, 철학자, 기업가, 편집장, 마케터, 홈스쿨러등이 ‘재능기부’로 참여한다. 나 대표는 “이름 없이 섬기는 이들 재능기부자들이야말로, 땡스기브의 주인공들”이라고 강조한다.

“땡스북을 통해,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읽는 사람들에게 ‘문화 해독력’을 주고 싶습니다. 해독력이 없다면, 각종 문화나 미디어들이 갖고 있거나 말하고 있는 가치나 숨겨진 메타포 등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랑비에 젖듯,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물들게 됩니다. 하지만 문화 해독력이 있다면 자신과 반대되는 사상가의 콘텐츠에 파괴적 악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그의 진지한 고민을 통해 오히려 내가 가진 세계관을 더 공고히 하거나 시대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뭐든 시작은 책을 읽어야 하겠죠. ‘땡스북’은 그 지점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경계선에서 기웃거리는 사람들, 책으로 뭔가 의미있는 교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

▲나동훈 대표와 KWMA 한정국 사무총장(가운데)이 협약을 맺는 모습. 전 세계 선교사들을 통해 도서를 기증하게 된다. ⓒ땡스기브 제공

그에게 땡스북은 ‘일상의 회복’이자, 넓은 의미에서 ‘문화주권 영역’이다. 나 대표는 “기독교인들도 ‘일반은총’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신앙서적과 함께, 일반서적들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땡스북은 한 권에 3,500원이고, 1년 정기구독료는 택배비 포함 21,000원이다. 이 만한 가격에 이 만한 콘텐츠가 담긴 간행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 정기후원을 하면 땡스북과 함께 추천도서를 지속적으로 선물받을 수 있다. 수익은 전액 땡스기브의 문화사역과 소외계층을 위한 목적사업에 쓰인다.

나동훈 대표는 “정기구독자가 늘어나면, ‘5분 읽기’ 선정 도서들을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독서 모임은 트리비움(Trivium·고전교육 방법)의 마지막 단계인 ‘수사(修辭)’의 한 방법이라고 봐요. 중의적 의미로 볼 때, 결국 ‘나눈 것만큼 남는다’는 말이 맞다고 봅니다. 저희 땡스기브는 사람들의 내면에 가치 있는 텍스트의 흔적이 남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만나 그 가치를 ‘광장의 언어’로 소통하게 하는 허브를 만들고 싶어요(www.tgive.org).”

▲땡스북의 ‘기획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