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하나님께서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6-27)고 하셨다. 분을 내면 결국 내가 지고 마는 것이다. 아니, 지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귀의 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주일에 몇 번씩,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분노가 생긴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분노가 발생하면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부부관계에서 분을 품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왜냐하면 남녀 서로가 각자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이 남자가 자신을 완벽하게 사랑해 줄 백마 탄 왕자님이라 생각하고, 남자는 그 여자가 자신을 어머니 같이 품어줄 천사라고 여긴다. 그래서 결혼해서 왕자님이 아니고 천사가 아닌 것을 발견하면서 실망을 하게 된다. 

부부가 서로 실망을 하면 자연히 상대방에 대해 분노가 일어난다. 분노가 일어나면 각자 성격대로 자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단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며,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또는 기대에 대한 실망감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상대방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골라서 괴롭히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많은 부부들이 양상은 다르지만 이런 상태로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대니 드비토 감독의 ‘장미의 전쟁’(The war of rose)는 남편과 아내의 적나라한 복수 심리를 보여주는 영화다. 아내가 남편이 싫어졌다고 하자, 남편이 자신을 한 대 치라고 하였다. 아내한테 맞아 분한 남편은 아내와 육탄전을 벌이다 허리 부상을 당한다. 아내는 남편의 강아지를 괴롭히고 사우나실 문을 잠가버리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의 구두 뒤축을 모두 톱으로 잘라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아끼는 물건을 다 작살내 버린다. 아내는 남편을 죽이기 위해 샹들리에를 느슨하게 설치하고, 남편은 아내가 나가지 못하게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버린다. 마침내 아내가 화난 남편을 피해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다가,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샹들리에에 뛰어 올라, 결국 둘 다 바닥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부부 간에 마음 속 깊은 절망감과 배신감으로 가득할 때, 바로 서로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사람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분노가 생길 수도 있고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할 경우 남편과 아내는 관계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사람이 분노를 억압하다고 해서 사랑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분노를 억압하거나 무시하거나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분노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여 치료해야만 한다. 그리고 분노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투사시키지 말고, 비난하던 것을 멈추고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이 시점이 바로 변화의 단계이다.

배우자의 결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점에 주시한다. 남편 또는 아내가 상대방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의 상처에 대해 감싸주고 돕는 자로, 사랑을 주는 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만약 배우자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을 할까 하는 관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통해서, 분노가 일어나면 왜 상대방에게 그랬을까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분노를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자기도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상처가 치료되면서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부부는 서로 분풀이 대상이 아니라 분노해소자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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