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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신학

폴 스티븐스 | CUP | 288쪽 | 12,000원

힐링 붐을 일으킨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트렌드 연구가 김난도 교수(서울대)는 “‘내 일(My Job)’을 하라. 그리고 ‘내일(Tomorrow)’이 이끄는 삶을 살라”고 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파헤친 다큐멘터리와 함께 쓴 책 <내:일(FUTURE MY JOB)>에서는 “일자리는 단순히 돈과 생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사회적 가치와 존엄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내:일>에서 김 교수는 ‘일하는 시간’과 ‘일에 대한 부담감’은 세계 최고이지만 ‘일을 통한 행복’은 최악인 우리네 현실에서, 일의 목적을 다시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 일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내:일’을 가진 ‘직업인’의 세계적 사례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또 일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전문지식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에게 일의 동기를 묻고 당장 눈앞에 닥친 나의 내일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일주일 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이 고작 일이 끝나는 ‘불금(불타는 금요일)’ 하루 뿐이고, ‘황토(황금 같은 토요일)’를 지나 일요일 밤이 되면 급속도로 우울해져, 결국 ‘월요병’에 시달린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어 일을 시작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때, 진정한 ‘일을 통한 행복’이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사례들보다 먼저 ‘성경’이 있다. <평신도를 세우는 목회자(미션월드)>, <하나님의 사업을 꿈꾸는 CEO>, <일 삶 구원(이상 IVP)> 등을 쓴 평신도 신학 전문가로 ‘일터 신학’ 권위자인 폴 스티븐스 박사(R, Paul Stevens)는 <일의 신학>에서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일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일의 신학’에 대해 “성경 역사 속에서 다양한 배경에서 조명되는 ‘일’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자, 성경의 통일성을 지지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성경 전체를 통해 주요 인물들의 ‘일’에 대해 살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성경 속에 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게 된다. 물론 성경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하나님의 일’을 했던 이들이지만, 어부나 목동, 총리 등 다른 직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거나 하나님의 일을 해 나가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런 부분들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의미를 찾아낸다.

태초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가 ‘선한 일’을 도모하기 원하셨다(창 1:28). 저자는 “일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단언한다. 일은 영적 성장을 이루고, 이웃을 섬김으로 공동체를 세우며, 피조물의 잠재력을 끌어 올린다. 일을 통해 우리는 창조주를 흉내 내며 닮아간다. 하지만 하나님과 아담의 언약은 깨어졌고, 일에는 ‘땀과 노동’이 필요해졌으며, 일터는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채워지게 됐다(창 3:16). 그의 아들들은 일의 결과로 얻은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렸으나, ‘적대적 경쟁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상대방을 제거해 버리고 말았다.

성경에서 처음으로 일이 자세히 묘사되고 그 복잡함과 만족함이 그대로 기록된 야곱은, 그야말로 ‘사랑’을 위해 일했다. 사랑은 온갖 일을 ‘사역’으로 변화시켰고, 믿음과 소망으로 행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돼, 우리의 일은 하나님의 장기적 의도, 하나님 백성과 피조물을 새롭게 하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요셉의 인생사를 통해 보는 일은 “하나님의 방법대로 살며 하나님의 일을 이 세상에서 하는 것”이다.

시어머니를 위해 밭에 남겨진 이삭을 주웠던 룻의 이야기는,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룻의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가난한 자를 배려하신 율법을 만드셨기 때문 아닌가. “하나님은 생존을 위한 일 그 자체를 허락하셨다. 생존을 위한 일은 귀천을 떠나서 귀하고 선한 일이다. 경건한 일이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일이다. 나아가 대부분의 생존적 일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 영혼이 함께 움직여야 하며, 사도 바울의 말처럼 그들의 일마저 주님을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밖에도 하나님의 마음을 좇아 왕의 일을 감당했던 다윗, 왕의 큰 신임을 얻어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대로 술 관원이 돼 지혜롭게 성전을 재건한 느헤미야, 잠언에 나오는 게으름뱅이와 현숙한 여인, 지혜자, ‘선교사’로 파송됐던 요나, 일을 했던 마르다와 말씀을 들었던 마리아, 자비량 사역을 했던 바울과 브리스길라·아굴라 부부 등을 통해 일에 대해 다양한 성경적 관점을 논증하고 있다.

스티븐스 박사는 책을 통해 “우리의 삶과 우리를 세상에 보내신 소명을 혁신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일의 관점(work-view)을 발견해 보자”고 권한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또는 취업을 앞두고 ‘내:일’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펴볼 만하다. 원제 Work Ma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