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기독교문화 회복의 길을 찾고자 하는 ‘예배프롬 2014’(worship proms 2014)가 ‘내 안의 우리’를 주제로 15~16일 서울 상도중앙교회에서 열렸다.

‘예배프롬 2014’는 한국다리놓는사람들(대표 박정관 목사)이 워십빌더스(대표 박철순), 엔터테인먼트 GCM(대표 안찬용), 추미디어앤아트(대표 추연중), 필름닷(대표 김경진), 문화연구원소금향(원장 박정관)과 공동기획하고 (주)미디어기획프롬이 주최했다.

▲상도중앙교회에서 열린 ‘예배프롬’. ⓒ신태진 기자

이는 다리놓는사람들이 12년 동안 개최해 왔던 ‘예배인도자 컨퍼런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예배와 강의 중심의 컨퍼런스에 토크콘서트,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을 결합시킨 것이다. ‘프롬’(prom)은 ‘promenade concert’의 준말로, 축제 분위기의 콘서트를 이른다.

행사는 예배 사역자와 예배 예술인, 예배 사역에 관심있는 목회자, 신학생, 일반 성도를 대상으로 했으며, 예배, 메시지/토크, 선택강의,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선택강의는 예배·CCM·문화사역 등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는데, 각 분야의 정상급 강사들이 사역의 전략을 제시하며 침체된 기독교 문화의 발전과 대안에 대해 강의했다.

특별히 16일 오후 선택강의2 중 ‘CCM 연주자의 길 찾기’에서는 박철순 워십빌더스 대표의 사회로, 김대형(드럼)·김진(베이스)·심상종(색소폰)·이삼열(건반)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교회 내에서의 (음악 관련) 비전공자와 전공자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기독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에서의 진로 고민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의견을 피력해 이목을 끌었다.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건 ‘헌신된 프로페셔널’

▲둘째 날 선택강의2 중 CCM 연주자들의 좌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철순·김진·김대형·심상종·이삼열. ⓒ신태진 기자

한국의 대표적 건반 연주자 중 한 명인 이삼열 교수는 “만약 10년간 비전공자로서 열심히 헌신했는데, 어느 날 전공자가 와서 사역의 자리에서 밀려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이 나의 부족함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대부분 교회 내 사역은 비전공자가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다. CCM 현장에서도 뛰어난 뮤지션들이 영감을 줄 수 있지만, 이 사역을 이끄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전공자로서) 척박한 환경 가운데 땀 흘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분들을 홀대하지 말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존경까지도 필요 없다. 한국교회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전공 사역자들이 실족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본다”고 했다.

주찬양선교단·다드림선교단 등에서 활동했던 김대형 교수는 “소리엘도 1집을 우리 팀이 참여해 제작했는데, 그것이 대박 났다. 그러자 3집 때부터 함춘호 등 대중가요 뮤지션들이 들어왔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솔직히 괘씸하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확실히 열심히만 했던 우리와 가요계에서 일하던 그들의 실력은 전혀 다르더라. 그들을 바라보면서 더 배우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고민이 생겼고, 결국 외국 유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고 인터넷에도 연습할 수 있는 동영상이 많지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박철순 간사는 “한때는 가요계에 있는 사람들이 CCM을 부르기도 했다. 음악하는 사람 치고 기독교를 배경으로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악기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교회였다. 대중가요 연주자들이 사실 대부분 교회 배경을 갖고 있는데, 교회에서 제대로 존중해주지 않고 영적으로 돌보지 못했기에 (교회 사역을) 떠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종사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개진됐다.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수학하며 현지 유명 음악가들과 협연했던 김진 교수는 “사실 사람이 어떠냐가 문제이지 어떤 음악을 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제가 한국에서 신앙이 좋지 않았는데, 나이 30대 중반을 넘어 미국에 가니 돈은 없고 기댈 곳은 하나님 뿐이었다. 그래서 일거리가 있으면 심지어 사람들이 춤추는 곳에서도 연주를 하면서 두 해를 살았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음악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이삼열 교수는 “제 선후배 중에서도, 정말 좋은 크리스천들인데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대중음악계로 간 이유는 대부분 교회음악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프로페셔널을 원하시기도 하시지만, 헌신된 프로페셔널을 더 원하신다고 생각한다. 헌신된 프로페셔널이 없다면 헌신된 아마추어를 쓰실 것이다. 먼저는 헌신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도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쓰셨다. 하나님의 음악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어 기쁘고, 여러분도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클래식과 CCM을 아우르는 색소폰 연주자 심상종 교수는 “제 경우는 CCM 쪽과 대중문화 쪽 일이 겹치면 되면 CCM 쪽을 우선 선택했다. 하나님께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대중문화에서 활동하고 명성을 얻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내가 유학 갔던 것도 CCM 사역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수익 때문에 대중문화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사명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일을 감당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배프롬 참석자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신태진 기자

첫날 예배인도는 강동균(전 다리놓는사람들)·박철순·심종호·심형진·정신호(디사이플스)가, 연주는 프롬밴드(김대형·김진·심상종·이삼열)가 했다. 메시지 토크는 ‘길을 찾는 사람들’(조건회/예능교회 담임), ‘내 안의 우리’(박정관), 토크콘서트는 ‘좋은 문화 만들기’(박정관, 방선기/직장사역연합, 신국원/총신대), ‘예배와 함께 일어나는 교회’(박봉수/상도중앙교회 담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선택강의1은 ‘예배사역의 길 찾기’(박철순), ‘예배문화의 길 찾기’(심종호), ‘CCM 이야기’(김명식/CCM아티스트), ‘CCM 전설 주찬양 이야기’(최덕신/전 주찬양선교단 대표, 최유신/전 문화선교주찬양 대표), ‘여성 CCM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메리재인/김형미, 신현진, 송문정, 조수아), ‘대중 속에 머문 예배자’(박태희/YB의 베이스트), ‘문화 세상, 글로 표현하기’(유재혁/CCM칼럼니스트), ‘기독교문화의 차세대 준비하기’(정래욱/노아)를 주제로 진행됐다.

둘째 날 선택강의2는 ‘찬양학교에서 예배학교로’(박종암/베트남다리놓는사람들), ‘특별한 예배모임 기획’(배송희/등대선교교회), ‘캠퍼스선교와 예배’(심형진/예수전도단), ‘CCM 연주자의 길 찾기’(김진, 김대형, 심상종, 이삼열), ‘춤추는 세대를 위해’(장광우/PK), ‘공연기획의 길 찾기’(안창용/엔터테인먼트GCM), ‘좋은 음반 기획자 되기’(유지연/휫셔뮤직그룹대표), ‘좋은 기독교뮤지컬 꿈꾸기’(이석준/뮤지컬 배우)를 주제로 진행됐다.

공연에는 이슬기/가야금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소지자, BS컴퍼니, 김도현/CCM아티스트, 송영주/재즈피아니스트, 소울싱어즈/CCM보컬그룹, 히스팝/비보이그룹, 빅콰이어, 옹기장이, 한국컨티넨탈싱어즈가 함께했다.

예배프롬 2014 기획위원장 박정관 목사는 이번 행사에 대해 “기존의 컨퍼런스에 프롬의 성격을 더한 것은 예배의 축제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며 “오늘날의 예배는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시대적 요청이 있는 상황에서 예배 사역자와 예배 예술인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통해 더 넓은 예배의 지평을 찾는 한편, 예배와 함께 건강한 기독교 문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