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7장 사회공포증의 유발원인(1)

사회공포증이 유발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공포증 환자가 아니라도, 사람은 어느 정도 공포심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권위적 인물 앞에 나서거나 매우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는 다소 긴장한다. 과거에 매우 심한 창피를 당한 경험이 공포심을 갖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유발원인을 찾기 위하여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각 학파의 입장을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1. 정신분석 이론

정신분석 이론은 프로이트 이후 많은 변화를 거듭했으며, 사회불안이나 사회공포증과 관련된 이론도 이와 더불어 발전해 왔다. 최근의 정신분석 이론은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장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체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프로이트의 전통적인 정신분석이론이 어떻게 사회불안과 사회공포증을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초자아의 억압

정신분석에서 사회공포는 자아의 극심한 불안이다. 이것은 자아가 무엇엔가 눌려 공포감을 경험한다는 원인으로, 초자아의 억압을 상정한다. 초자아의 억압은 자아의 허약함을 유발하므로, 초자아는 자아로 하여금 불안을 유발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초자아는 심리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주범인 원초아(이드)의 대응성에 따라 자아의 건강도가 달라진다. 원초아(Id)의 성적 욕구나 공격성 같은 본능적인 욕구는 자아를 충동한다는 점에서다. 이때 자아는 개인이 스스로를 의식하고 정신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또 초자아는 인간의 행동과 의식적인 사고를 실행하고 억제한다. 초자아는 양심이나 이상과의 관련을 판단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구조를 이루고 있는 세 가지 요소의 활동의 많은 부분은 무의식적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 심리구성 요소들은 인간의 발달에 큰 도움을 주고, 원초적인 욕구를 사회적으로 허용하면서 적절한 행동으로 변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동기의 경험은 당연히 내적인 성격구조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자라서 어떤 성인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현실세계에 직면하는 것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요한 대상인 어머니와 이별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협과, 어머니에 대한 사람과 애착 욕구로 아버지가 자신을 덜 사랑하거나 미워할지 모른다는 거세불안이 개입된다.

이런 성격 구조들 간 상호작용은 자아와 초자아의 발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실세계에서 상호 작용하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타인을 한 독립적인 인간이 아닌 개인의 본능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역할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공포감은 그 특성상 불안을 기초로 한다. 이런 불안은 성적 측면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으로 올라오는 금지된 성적 공격적 생각이나 추동, 즉 어린 시절 해결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이로 인한 거세에 대한 공포, 근친상간에 대한 불안, 기타 성적 흥분에 따르는 갈등이 불안을 초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때 불안은 용납되지 않는 무의식적 갈등이나 충동을 억압하라고 알려주는 경고의 역할을 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3세에서 5-6세까지 아동이 성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성(性)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성의 부모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가고, 이성의 부모를 사랑하고 소유하고자 하면서 느끼게 되는 갈등이다. 이런 갈등은 어머니와 아동과의 관계에서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생기는 관계를 수용해야 하는 시기에, 세대 간의 간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성(性)에 대해 미숙한 환상으로 성과 애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동들의 특성으로 인해 부모를 사랑의 대상이자 경쟁자로 보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내적 갈등이다.

이 불안은 방어기제의 하나인 억압으로 일시적으로 해결되는 편이다. 불안이 억압을 통해 적절하게 억압되지 않으면 대치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불안을 해결하는데, 그에 대한 대가로 공포증이 생겨나게 된다는 점에서다. 위협적인 갈등이나 충동이 무의식 속으로 억압되지 않아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치에 의해 불안은 외부 대상으로 옮겨져 그에 대해 공포를 갖게 된다. 이러한 공포의 대상이 변화되거나 일반화를 통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때 갈등의 내용과 공포 대상 간에는 직접적 또는 상징적으로 관련이 있다. 새로운 공포 대상은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사회불안이나 사회공포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함으로써 긴장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이런 회피의 방어기제가 그 사람의 주된 기제로 작용하면 사회공포증이 계속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2) 관계적 경험

정신분석은 관계적 경험이 공포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관계적 경험은 대상관계 이론에서 이해된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는 보호자와 적절한 관계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초기 아이에게 대상 관계는 인생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대상관계론은 후기 정신분석학의 일종인데, 다만 대상관계론은 개인의 내적인 심리나 갈등보다 주변 인물과의 상호 작용을 중요시한다. 특히 프로이트 이후 발달한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의 경험이 성격구조의 형성과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상관계 이론에서 대상이란 자신의 충동이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타인이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유아가 원초적 욕구인 식욕이나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과 무관하게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기본적 동기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아는 이런 동기로 인해 어머니와 관계를 가지면서 대상과의 경험은 물론, 그 경험에 수반되는 감정 상태까지 내면화하여 대상표상을 형성한다. 대상표상이란 자신과 관계를 갖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내재화된 정신적 이미지이다.

내재화된 정신적인 이미지란 예를 들면 아이가 자라면서 어머니가 곁에 없을 때도 어머니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현실에 엄마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 어머니에 대한 상(像)이 아기의 정신적인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후 초기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는 그 아이가 자라서 어떤 대상관계를 갖게 되는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런 내재화된 대상표상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예상하고 기대하는가를 결정한다. 생애 초기 어머니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내재화한 아기는 자라서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떠날 때도 불안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정서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아이가 안정적인 대상 표상을 지니고 있으면 지속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고, 위협에 대해 방어할 수 있다.

반면 아이는 대상관계가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면 불안에 취약해진다. 만약 양육자의 이미지가 수치스럽게 하거나 굴욕적이거나 조종하거나 거부적일 때 이런 대상표상을 내재화하면, 그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할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회피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공포증의 증상들이다.

3) 방어-안전 모델

방어-안전 모델은 공격성에 대한 생득적이고 생존과 관련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방어적이고 안전을 지향한다는 특성은 그대로 전통적 정신분석학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 친밀감 형성과 협동적 활동에 대한 생득적인 경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 이론은 공격성과 친밀감 형성에 대한 최근의 정보를 통합하고 있다. 사회공포증이나 사회불안은 생물학적인 기반인 두 가지 생존체계의 활동수준이 부적절할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 모델에 따르면,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방어체계의 활동성이 과도하고, 이 방어체계의 조절에 역할을 하는 안전체계가 바르게 기능하지 못한다.

방어체계의 기능 중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얼마나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방어체계가 과도하게 기능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위협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평가한다는 점에서다. 방어체계는 인간관계에 대한 비교를 활성화시키는데, 이것의 핵심은 자신과 비교해서 상대방의 잠재적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체계는 상대방이 보여주는 친근하고 비위협적인 제스처를 인식하여 방어체계의 활성화 정도를 약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 방어체계와는 대조적으로, 안전체계는 다른 사람과 협동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촉진시켜 준다. 방어체계는 인간관계에 대한 경쟁적 기능을, 안전체계는 협력적인 기능을 지닌다. 이제 이 두 가지 특성을 통해 이것이 사회공포증 환자들의 증상에 작용시킨다.

사회불안과 사회공포증에 관한 많은 심리생물학적 모델들이 불안 증상이 우리 몸 속에 있는 경보체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경보체계는 대인관계 상황에서 나타나는 위협에 민감하고 그 사람의 생존과 관련된다. 생존은 환경의 자원에 접근하고 그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달려 있는데, 자원을 이용하는 것은 반드시 대인관계적인 요소를 지닌다. 자원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경쟁을 하거나 협력을 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은 협력보다 더욱 원시적인 생존전략이다. 경쟁 관계에서 타인은 위협적 요소로 간주될 것이고, 자원은 다른 사람들이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방식의 경쟁적 기반에서 획득될 수 있다. 지배나 권력위계는 사회조직의 주된 형태이다. 방어체계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는 생존 위협을 탐지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을 해치는 강도가 접근하는 상황에서 방어체계의 기능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직장에서 상하관계나 지배종속의 관계는 직함, 봉급 등의 자원의 평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협력적인 행동에 기초로 하는 대인관계가 생존과 환경 적응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사냥과 같이 협력적 행동을 통해 자원을 더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든다. 이런 협력적 활동이 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후에는 사회규범, 노동분담 등과 같이 협력적인 목표에 반하는 경쟁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요소들이 발달하게 된다는 시각이다.

반면 경쟁과 협력은 모두 적응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매우 상이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쟁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인간관계와 관련되며, 이로 인해 자신과 다른 사람이 지닌 힘과 능력을 비교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목표는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와 우월을 차지하는 것이 된다. 반면 협력은 수평적인 인간관계 상황에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미소나 악수 등의 안전신호를 보이면서 접근할 것이다. 협력 상황에서는 능력과 자원이 공유되므로, 다른 사람과의 차이는 최소화되고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조성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협력은 안전감, 소속감,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과 관련된다. 반면 경쟁은 권력, 자신의 지위를 방어하기 위한 경계, 보다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과 연관된다. 지속적으로 방어체계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경쟁적 상황은 감정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안전체계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경쟁적 환경에서는 방어체계가 적응적이고 유용하지만,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방어체계를 사용한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자신이 처한 대인관계 상황이 협력적인지 경쟁적인지를 알려주는 단서와 상관없이 경쟁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다른 사람과 말이나 행동을 주고받는다.

방어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단서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하락시키려는 적대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방식으로 대인관계 상황을 해석하고는 타인에게 적대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때 친밀감을 표현하는 신호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 안전체계를 사용하지 못하면, 이런 신호들은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됨으로써 협력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인간관계에서 즐거운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만성적으로 방어체계와 관련된 부정적 감정, 사고에 기초로 하여 행동하기 쉽다. 이런 것들은 자신이 위협을 받는다고 과도하게 느끼는 것이나,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잘못 해석하는 것, 또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과민한 것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과 더불어 사회공포증이나 사회불안을 갖는 사람들은 협력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대인관계를 협력적으로 바라보지 못해, 자신이 어떤 일을 잘 못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도와주거나 지원해 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과 상대방을 협력적 관계에서 보지 못하면 열등감, 완벽주의, 타인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 등이 나타난다. 이는 대상관계 이론의 핵심인 타인과의 애착이 주로 안전체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유이다. 또한 이 안전체계는 보다 나중에 그리고 보다 진보된 형태의 대인관계인 것이다.

2. 유전적 원인론

유전은 유전자 전달로 인해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이다. 공포증이 유전적으로 전달되어 일어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러한 유전성은 DNA와 같은 유전자가 세대 간에 전달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일찍이 정신적 장애의 유전적인 영향력을 연구하여 왔다. 이런 연구에는 대개 쌍생아 연구와 가계 연구로 구분된다. 이런 연구들에 따르면, 유전적인 요인은 사회불안 및 사회공포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1) 가계 연구

가계 연구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청사진 조각들로 신체의 모든 세포에 분포하고 있으며, 생물이 인간이 될 것인가 물고기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러한 과정에 영향을 준다. 이런 유전자는 개인의 신체 모습을 결정하지만, 유전자가 인간행동과 정신질환에 미치는 역할은 아직은 분명치 않다.

인간이 사회불안이나 사회공포증을 갖게 될 기회에 대해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가족력 연구, 특히 쌍생아 연구를 통하여 그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이는 가족들 내에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얼마나 있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가족들이 특히 불안해하고 공포증을 나타낸다면 유전성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의 경향이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면, 즉 생물학적으로 유전이 된다면 사회불안은 가족들에게도 나타날 것이다. 사촌 사이에서보다는 친형제 사이에서 눈 빛깔이 같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유전적으로 관련되는 행동들도 가까운 피를 나눈 친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콜롬비아 대학 화이어 교수와 마누차 교수는 사회불안의 경향성에 대한 가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족들을 사회공포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이 없었던 사람들의 가족, 즉 정상집단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집단의 가족 연구의 결과를 보면 사회공포증 환자의 가족에서 정상 집단에 비하여 사회공포가 3배 이상(16%:5%)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울증이나 자신감이 없는 문제는 가족들의 유전인 경우가 흔하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공포증이 어느 정도는 가족 내에서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인데, 여기에는 자신감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감이란 대개 개인의 능력과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객관적으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스스로 자신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다. 이런 문제에서 부모를 연구하면, 그런 경향은 부모에게서도 발견된다. 이를 두고 반드시 유전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인이 성장하는 동안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일어나는 증상으로 보려는 것이다.

자신감의 문제는 우울증이나 강박증, 그리고 편집증 등에 널리 퍼져 있다. 불안장애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대체로 친척 가운데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음을 보고함으로써 ‘혈통이 있다’는 개념을 지지해 왔다. 또한 사회공포증 환자들의 직계가족을 직접 면담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의 친척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친척에 비해 사회공포증 환자가 더 많았다.

2) 쌍생아 연구

쌍생아 연구는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의 상대적 공헌도를 보다 자세하게 추정할 수 있게 한다. 가족 내에서도 관계가 다른 사람들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쌍생아 연구는 장애의 연구에서 유전적 영향의 발생을 알아보는 중요한 연구 방법이다. 일란성 쌍생아는 동일한 정자와 난자로부터 발생하였기 때문에 유전자가 100% 같다. 그러나 이란성 쌍생아는 다른 일반 형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50%만 같다. 일란성 쌍생아는 동일한 유전적 구조를 공유하고 이란성 쌍생아는 그렇지 않으므로, 만약 사회공포증이 일란성 쌍생아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면 이것은 사회공포증에 대한 유전적 영향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만일 사회공포증이 단순한 유전 질환이라면, 즉 한 가지 사회공포증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일란성 쌍생아 중 한 명이 이 질병이 있으면 나머지 한 명에게도 이 질병이 있어야 한다. 이때 유전학적 용어로 사회공포증에 관해 ‘일치하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이란성 쌍생아에서는 쌍생아 중 50%가 일치할 것이다. 연구 결과, 일란성 쌍생아에게서는 두 명 다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24.4%였고, 이란성 쌍생아에서는 이 비율이 15%였다.

버지니아 의과대학 켄들러는 대규모의 사회공포증 쌍생아 연구를 시행하였다. 그는 버지니아 쌍생아 연구에 등록된 쌍생아 중 2000명 이상을 연구한 결과 역시 사회공포증을 갖게 된다고 보고하였으며, 이런 일란성 쌍생아의 일치율 24%는 이란성 쌍생아의 일치율 15%보다 높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학 모델을 사용하여 유전학적인 요인이 사회공포증을 일으키는데 약 30% 정도 작용하고, 환경적 요인이 약 70% 작용한다고 하였다.

또 다른 쌍생아 연구들에서는 물론 사회공포증의 정의와 수학 모델이 다소 다른 것을 사용하였는데, 유전적 요인이 22%에서 50%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 정도의 비율을 고려해 볼 때, 사회공포증의 발생에 있어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쌍생아 연구들로부터의 자료들은 일관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떤 사례들에서는 유전적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쌍생아와 가족 연구의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사회공포증을 포함한 불안장애들에는 가족력이 있으며, 유전이 적어도 어떤 사례들에서는 일정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3) 행동억제

행동억제는 기질적 변인이다. 기질은 갖고 태어난 특징으로 유아가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유아의 성격 스타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질의 변인은 타고난 성격적인 측면이다. 이 기질적 요인은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유전적 요인을 분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 기질적 요인을 위해서는 환경이 완전히 영향을 끼칠 기화가 없었던 아이들을 연구해야 한다. 하버드의 유아 연구 실험실에서 시행한 수줍어하는 아이들의 연구는 사회공포증에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입증해 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에 소아 심리학자인 캐건은 태어나서부터 청소년까지의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태어나서 첫 3년 간 이후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유일한 심리적 특성은 수줍어하는 기질 뿐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행동의 위축’에 초점을 맞추어 1980년대에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였는데,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태어나서 21개월까지 된 아이들을 기질 실험-성격 검사의 아동기판-을 통해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는 낯선 사람이나 사물에 노출되었을 때 지속적으로 수줍어하고, 조용하고, 겁 많아 보이는 아이들은 행동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기질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분류하였고, 같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사교적이고 말이 많고 잠정적으로 자발적인 아이들은 그 반대의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위축된 기질은 시간이 가면서도 비교적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일곱 살에 다시 검사해 본 결과 위축된 아이들의 77%가 계속 보통 아이들보다 조용하고, 심각하고, 조심스럽고 수줍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살 때와 일곱 살 때 모두 위축된 아이로 분류된 아이들 중 3분의 2는 열두 살과 열네 살에 걸쳐 실시한 재검사에서도 계속 위축된 채 있었다. 어려서 위축되어 있던 아이가 반대 극단으로 변해 사교적인 아이로 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캐건은 이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지속되는 행동의 차이가 뇌 기능이 태어날 때부터 다르기 때문이라고 가정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사회불안과 공포를 생물학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행동위축은 수년간의 환경적 영향을 받기 이전의 사회불안에 깔려 있는 유전학적 또는 생리학적 요인들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행동위축에 관한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수줍어하는 행동에 깔려 있는 특수한 유전적 요인 그리고 다른 생물학적 요인들을 밝혀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질적 변인은 사회공포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 초기에 발달하는 소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는 수줍음, 사회적 위축 및 회피, 사회적 불편감, 그리고 낯선 상황이나 사람, 대상 및 사건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나타나며, 초기부터 나타나는 행동특성으로, 아이들의 10- 20%가 이런 행동 특성을 보인다.

행동억제 기질이 있는 14-31개월의 유아들은 낯설고 새로운 상황에 놓여졌을 때 울고 괴로운 소리를 내며 괴로운 얼굴표정을 짓고, 사회적으로 위축되며,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도전 상황에 접하게 되었을 때는 더 높은 심장박동률을 보이고 시간이 지나도 심장박동률이 낮아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행동억제 기질이 있는 아동들은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 동공이 더 많이 팽창되고, 입에서 분비되는 침의 코티졸 수준이 더 높았다.

한편 에피네프린 활동 수준이 더 높을수록 행동억제의 기질적 특성이 더 많았다. 그리고 행동의 위축을 일으키는 뇌와 신체의 화학적 특징을 밝힘으로써 사회공포증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원인을 목표로 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도 행동위축은 중요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만일 아동기의 행동위축이 후일에 사회불안 무제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된다면 조기에 발견하여, 부모로 하여금 미래의 문제를 떨쳐버리기 위하여 노력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부모들은 아이들의 사회적 두려움과 회피 경향에 반대하여 반대로 작용하는 자녀 양육 방법을 교육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로는 과잉보호를 피하고 낯선 환경에 접근하도록 고무하여 스스로 적응 기술을 습득토록 도와주는 것들이 포함된다.

3. 정리: 학파의 입장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공포증의 유발원인에 대하여 기술했다. 사회공포증이 유발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공포증 환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어느 정도의 공포심은 경험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권위적인 인물 앞에 나서거나 또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는 다소 긴장되는 것이다. 아니면 과거에 매우 심한 창피를 당한 경험이 공포심을 갖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유발원인을 찾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일단 우리는 각 학파의 입장을 중심으로 고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