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5장  사회공포증의 진단과 그 기준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가 지나치게 강한 경우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고 했다. 공포반응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로 인해 학업, 직업 및 사회생활에서 현저한 지장을 받는 경우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 이는 모두 진단의 문제이다. 동일한 사회적 상황에서도 어떤 상태를 사회공포로 진단을 내리는가 하면, 어떤 상태는 공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 위해, 우리는 진단과 관련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1. 사회공포증의 진단 기준

사회공포증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증상으로 진단내릴 때는 일정한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상황에 따라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모두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내릴 수 없다. 사회공포증으로 진단을 내리려면 일정한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DSM- IV)의 진단 기준을 중심으로 사회공포증에 관한 진단의 문제를 기술하고자 한다.

1) 불안이나 공포가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

사회공포증은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가 지나치게 강한 편이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때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낯선 이성을 만나는 상황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매우 중요한 발표를 할 때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긴장이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여 온몸이 굳어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정도라면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 불안이나 공포가 극심하여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2) 공포 반응의 비정상성

공포반응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공포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공포반응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라면,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표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발표하려고 할 때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여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기에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

3) 불안이나 공포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

불안이나 공포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사회공포증이다.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로 인해 학업, 직업 및 사회생활에서 현저한 지장을 받는다면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강의시간에 발표하는 것이 두려워 그 과목을 꼭 들어야 함에도 듣지 못하거나 무단결석을 한다든지, 승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다른 사람들과 많이 접촉해야 하는 일이기에 사양하는 경우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의 큰 문제는 대인관계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심하게 억제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과 다양하고 깊이 있게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한시킨다. 실제로 99명의 사회공포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1%가 사회공포증으로 인해 성적이 부진하다고 보고하였고, 96%는 직업적으로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사회공포증 때문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낀 환자도 80%에 달하였다.

4) 두려움을 인내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회적 상황이나 수행 상황을 회피하면서도 때로는 두려움을 인내하게 된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모든 사회적 상황을 모두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이런 두려운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피하지 못할 경우 극도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감내하면서 그 상황을 견뎌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해야 되는 경우라고 하자. 이 경우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마지 못해 수행할 수밖에 없다. 다만 발표하는 날을 앞두고 몇 주 전부터 잠을 자지 못하고 걱정한다면,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내릴 수 있다.

5)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경우

타인의 평가에 대해 두려워한다면 사회공포증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불안하고 나약하고 ‘미친’ 혹은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할까 두려워한다. 이들은 타인이 자신들의 몸이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타인과 대화를 나눌 때 말을 똑똑히 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두려워한다. 이들의 불안은 내면의 허약함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내면이 긍정성으로 되지 못하고 부정성으로 되어 있는 상태라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원리이다.

6) 지나치게 앞서 예기불안을 보이는 경우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사회적 상황에 처하기 훨씬 이전, 현저한 예기 불안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 참석하기 몇 주 전부터 매일 걱정하고, 한 달 뒤 있을 중요한 발표 때문에 잠을 못자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런 예기불안으로 이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더 불안해진다. 이런 불안 증상들로 인해 이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실제로 잘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 상황에서 잘 대처하지 못하면, 다시 그러한 상황에 접할 경우 예기불안이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유지된다.

7) 공포의 정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예외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자신의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전혀 이를 알지 못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 사회공포증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찰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믿기에 사람들 앞에서 먹는 행동을 피한다. 이때 이러한 공포가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사회공포증 대신 ‘망상장애’ 진단이 내려진다. 이런 현상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반응을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상에서 기술한 사회공포증의 진단을 위한 기준들은 크게 두 가지로 성격을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은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지나치게 반응하는 경우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면 사회공포증이 된다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다른 장애로 보아야 한다.

2. 사회공포증의 자가 진단

사회공포증은 전문가적인 진단 기준 외에도 일반인들이 스스로 진단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는 ‘자가 진단’이라고 부른다. ‘자가 진단’에는 자신의 사회공포증 성향을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질문지에 의한 것이다. 이 질문지에 답해 보면서 자신에게 사회공포증 성향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1) 사회적 불안 및 회피 척도

아래 문항들은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 접하는 상황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들을 주의 깊게 읽고, 평소의 자신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정도를 아래 척도상의 적당한 숫자에 0표한다. 한 문항도 빠뜨리지 말고 응답하되, 최대한 솔직하게 응답해야 한다(1: 전혀 그렇지 않다, 2: 약간 그렇지 않다, 3: 웬만큼 그렇다, 4: 매우 그렇다, 5: 매우 심하게 그렇다).

1. 익숙하지 않은 대인관계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느낀다.
2.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려야 하는 자리는 피하려고 한다.
3.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쉽게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4. 특별히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5.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임에서 종종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6.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임에서 대개는 차분하고 편안하다.
7. 이성에게 말을 걸 때 대체로 마음이 편하다.
8.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피하려 한다.
9. 새로운 사람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자주 응한다.
10. 남녀가 함께 있는 일상적인 자리에서 자주 초조해지고 긴장된다.
11. 사람을 잘 알기 전까지는 같이 있는 것이 긴장된다.
12. 많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때 보통 편안함을 느낀다.
13.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을 때가 자주 있다.
14.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보통 마음이 편치 않다.
15.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대체로 편안함을 느낀다.
16. 사람들에게 소개될 때면 긴장하고 마음을 졸인다.
17. 방에 낯선 사람들이 꽉 차 있어도 거리낌 없이 들어갈 수 있다.
18.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다가가서 어울리는 것을 피한다.
19. 윗사람이 나와 이야기하기를 원하면 거리낌 없이 응한다.
20.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 종종 초조해진다.
21.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22. 파티나 친목회에서 기꺼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23. 사람들이 많이 모인 집단에서는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다.
24.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약속을 피하려고 자주 핑계를 생각해낸다.
25. 때때로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는 책임을 맡는다.
26. 공식적인 사교 모임은 피하려고 한다.
27.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약속이면 대체로 다 지킨다.
28. 다른 사람들과 쉽게 편하게 있을 수 있다.

이 척도의 총점은 각 문항의 점수를 더한 점수이다. 단, 문항 1, 3, 4, 6, 7, 9, 12, 15, 17, 19, 22, 25, 27, 28은 1점은 5점으로, 2점은 4점으로, 3점은 3점으로, 4점은 1점으로, 5점은 1점으로 거꾸로 점수를 매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점수가 합산되면 다음의 몇 가지 구분에 따라 그 결과를 알게 된다.

28-60점은 사회공포증이 없지만, 61-76점은 약한 정도의 사회공포증이 있다. 반면 77-92점은 중한 정도의 사회공포증이 있으며, 93-140점은 심한 정도의 사회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생활 속의 사회공포

특정 사회공포증은 특정 상황만을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이 공포증은 특정 사회적 상황만을 두려워하고 불편해하며 회피하므로 그 상황이나 영역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적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만, 주로 하나의 상황이나 한정된 몇 개의 상황만을 두려워하며, 대개 수행불안을 경험한다. 특히 이들에게 수행불안이란 사람들 앞에서 이루어지는데, 대개 어떤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 자신의 과제나 행동이 잘못되거나 부정확하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일반화된 사회공포증이 있다. 그것은 사회공포증 환자 중 상당수가 대부분의 사회적 상황에서 사회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경우, 소집단에 참여하는 경우, 데이트할 때, 권위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 파티에 참석할 때 등과 같은 상황에서 사회불안을 경험한다. 일반화된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공적인 수행 상황과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 모두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일반화된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특정 사회공포증을 가진 환자들보다 사회적 기술에 있어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더 많고 사회적 및 직업적 문제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 사회공포나 사회불안이 유발되는 상황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대중연설

대중연설은 사람들 앞에서의 발표의 상황이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상황은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공포는 사람들 앞이라는 상황에 일부 국한된 것이다. 일반형의 사회공포가 환자의 모든 생활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비교되기에, 대중연설 공포는 직장 생활이나 교회, 동네모임, 또는 심지어 집안에서 건배를 제의할 때 등에서 문제로 된다. 대중연설 공포는 주어진 과제를 훌륭히 처리한 사람이나 과거에 연설을 공부한 사람, 그리고 성공적으로 연설을 했던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누구라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두려움을 심하게 느낀다면, 대중연설의 공포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생활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중년 남자 외판원의 경우도 이러했다. 그는 고객에게 1대 1로 물건을 소개할 때는 별 문제 없이 잘 팔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생겼는데, 항상 긴장되고 초조해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는 얼굴과 손에서 땀이 많이 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도 가빠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고객이 아마 자신이 팔고 있는 제품의 장점도 제대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고 믿은 것이다. 심지어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무능을 상사에게 얘기할 것 같아서 걱정하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여러 사람이 모임 자리에서 제품 판매하는 상황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업 실적이 부진해서 해고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2) 무대공포

무대공포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다. 무대공연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누구나 무대에 서면 그리 편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들은 특히 불안해  한다. 음악가, 배우, 또는 다른 공연자들이 공연하기 전에 자신들의 불안을 남들이 눈치를 챌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대개 불편함이 사라지지만 불안이 너무 지나치거나 피하려할 때 너무 힘든 극심한 불안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뛰어난 재능, 대중의 환호, 오랜 경험 등은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지만, 사회공포에 면역성을 주지는 않는다.

이런 공포증 환자는 혼자 있을 때는 일이나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는 잘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잘 해내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집중력에 문제가 생긴다. 더구나 상대가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라고 믿게 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져 자리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진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어떤 여대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려면 손발이 심하게 떨리고 온몸이 뻣뻣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연주했는지도 모른 채 무대를 내려온다. 이런 상태에서 연주가 끝나면 그녀는 불안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자신을 심하게 질책한다.

3) 낯선 사람들과 대화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흔히 불안을 많이 느낀다. 이들은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들은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하거나 물건을 바꾸거나 할 때 정당한 요구나 부탁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느 남자 대학생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려 할 때 자신의 말투가 너무 어리고 어리숙하게 보여서 점원이 자신을 우습게 볼까봐 신경을 쓴다. 그래서 그는 주문할 때 말을 잘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럴수록 말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음식이 주문한 것과 다르게 나왔는데도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냥 먹었다. 점원에게 음식이 잘못 나왔다고 말하면 점원이 자신을 더 이상하게 볼까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4) 이성과의 대화

이성과 얘기하는 상황은 사회불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성과의 대화는 유달리 긴장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받아줄까 또는 자신의 말을 거부하지 않을까 등의 다양한 긴장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데이트하러 가기 전에 몹시 긴장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데이트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소 불안을 경험할 수 있지만, 데이트 공포증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전혀 이성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대학 강사는 다른 대인관계 상황에서도 약간의 불안이나 두려움은 느끼지만, 여성과 데이트를 할 때는 두려움이 더욱 심했다. 그는 이성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온몸이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난번 데이트 때는 상대 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더 떨렸다. 그는 커피를 시켰는데, 손이 너무 떨려 설탕을 흘릴 정도였다. 그는 상대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싫어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상대가 마음에 무척 들었음에도 다른 실수를 해서 더 당황스러워질까봐 얼른 핑계를 대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그는 이성과의 만남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고, 이러다가 결혼도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상담소를 찾게 되었다.

5) 권위자와 대화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권위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므로, 다른 누구보다도 권위적인 사람들에게 더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이런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자신이 가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을 무능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비하한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어떤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도교수를 만나러 가는 일이 너무 힘들다. 지도교수와 얘기하러 갈 때면, 지도교수가 말도 변변히 못하고 떠는 자신을 보고 바보 같고 무능력하다고 생각할까 두려워서 제때 가지 못하고 자꾸 미루게 된다. 그는 지도교수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면, 논문지도를 제대로 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취직할 때 추천도 해주지 않을 것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6) 여러 사람과의 대화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힘들어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고 자신이 실수할까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당황하고 자신이 한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전전긍긍하면서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화에 신경을 많이 못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대화에 끼어들어 얘기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들은 간신히 말을 하고서도 다른 사람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자신의 말이 거부당했다고 느낀다.

어느 대기업 회사원은 성실한 일처리로 인정받고 있지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그는 잦은 회식자리가 몹시 곤욕스러웠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어렵고 무슨 말을 해야 잘 어울릴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대화 중에 끼어보려고 누군가의 말에 적절한 말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지만, 막상 얘기하려면 이미 끝난 경우가 많고, 안 끝났어도 그 말이 적절한지 판단하지 못해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앞에 있는 사람이 묻는 말에만 간신히 대답하는 정도여서, 그런 자신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두려웠다.

7) 식당에서 식사할 때

혼자 식사하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는 일은 사회공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컵을 쏟거나 접시를 깨뜨리는 등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에게는 식사를 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질 것이다. 당황스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할수록 손이 떨리거나 서투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어느 여성 사무원이 그 경우이다. 그녀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때가 있는데, 이때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몹시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혼자 식사하는 것을 다른 부서 사람들이 보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웠다.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 같아 식사하기를 힘들어했다. 그녀는 식사하려고 하면 손이 몹시 떨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숨기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은 더 떨리는 것 같았지만,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할 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8) 사람들 앞에서 글씨를 쓰는 경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글씨를 써야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그 중에 방명록에 서명하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결혼식장에 가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을 때도 있다. 이런 종류의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글씨를 잘 쓰지만, 누군가가 보고 있으면 자신의 글씨가 너무 엉망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한다. 또는 손이 떨리는 것을 남들이 볼까봐 두려워한다.

이십대의 고등학교 교사가 그러했다. 전부터 항상 글씨를 쓰는 것을 많이 의식하고 있었고, 교사가 된 후로는 칠판에 글씨를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게 되었다. ‘혹시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을 학생들이 알면 어쩌지?’, ‘팔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지는 않을까?’, ‘글씨를 못 쓴다고 날 우습게 여기지는 않을까?’ 그는 되도록 칠판에 글씨를 쓰지 않으려 했고, 그날 가르칠 교과 내용을 미리 컴퓨터로 정리해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9)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공중화장실 사용에 두려움을 갖는 환자들이 있다. 공중화장실 사용의 두려움은 남녀가 약간 다른데, 이는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의 형태가 다른 데서 오는 차이다. 이런 공포증을 가진 여성들은 대개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을 때 용변이 급하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남성들이 갖는 공포증은 약간 다른데, 남자 화장실은 대부분 용변기가 칸막이 없이 일렬로 늘어서기 때문이다.

화장실 가기를 두려워하는 남자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심한 불안이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화장실에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면 온몸이 긴장되어 용변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자신의 문제를 꼭 말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는 의사가 자신을 비웃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사는 그가 신체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민감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가 공중화장실을 가장 싫어한 이유는 자신이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서 다른 사람이 화를 낼까봐 걱정스러워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안에서 딴 짓을 하고 있는 거 아냐?” 더구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 소리가 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것들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환풍기가 한쪽 구석에서 돌면서 요란한 소리를 낼 때만 안심이 되어있다.

이런 종류의 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은 방귀를 뀌거나 공중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갔을 때 주위에 사람들이 있으면 바로 용변을 보지 못할까 걱정되는 환자도 있다. 용변기 앞에 서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하였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너무 오래 서 있는 걸 보고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이런 불안감은 더욱 용변을 보기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4. 정리: 정확한 지식 알아야 진단 가능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공포증의 진단과 그 기준에 대하여 기술했다.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가 지나치게 강한 경우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공포반응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사회공포증으로 진단내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로 인해 학업, 직업 및 사회생활에서 현저한 지장을 받는 경우에는 사회공포증에 해당된다. 이런 것은 모두 진단의 문제였다. 동일한 사회적 상황에서도 어떤 상태를 사회공포로 진단을 내리는가 하면, 어떤 상태는 공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우리는 진단과 관련된 정확한 지식을 진단의 기준과 자가 진단, 그리고 일반화된 사회공포의 유형을 다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