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용차별금지법안에 서명하기 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각) 연방정부와 계약한 민간기업 등이 직장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동성애자 차별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부와 용역을 계약한 민간 기업은 성적 지향성이나 정체성을 이유로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피고용인을 업무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이번 행정명령이,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으로 동성애자 고용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4년 미국에서 통과된 인권법(Civil Rights Act)은 인종·얼굴색·종교·성별·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피고용자나 지원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용차별금지법은 여기에 동성애라는 항목을 더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인권법에는 기업·단체·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종교적 예외조항이 있었다.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지난 1일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는 종교단체를 희생시키면서 특정 그룹에 대한 보호를 확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미복음주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대정부 담당자인 캘런 캐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기보다는 종교적 기업에 대한 관용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리더십을 보인다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Russell Moore) 학장은 앞서 열린 ‘하비로비와 종교 자유의 미래’ 세미나에서 “만약 여러분에게 서로를 설득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차이점을 붙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면, 이것은 여러분 앞에 누군가가 포괄적이고 이보다 훨씬 종교적인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싸우길 원한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발효될 경우, 총 2만4천여 업체와 8백만여 명의 고용인이 당장 피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 이후 기자회견에서 “의회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검토하느라 40년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가진 권한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열정적인 권리 옹호와 반박할 수 없는 정당한 명문 덕분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인 미국 정부가 보다 공정해지게 됐다. 우리는 역사의 바른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드뉴스서비스는 “6월을 ‘LGBT의 달’로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이제 절반의 목표에 다다랐다. 이와 더불어 LGBT 활동가들은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