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 7월 신학세미나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한국 기독교 평화운동의 과제’가 22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국YMCA전국연맹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세미나는 팔레스타인 평화 한국 그리스도인 네트워크(KCNPP) 주최로 지난달부터 시작됐으며,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운동의 신학적·사회적 성찰과 역할을 찾는 자리로 한국 교계와 평화의 시민들을 초청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남부원 사무총장(한국YMCA전국연맹) 사회로 박성원 오이코스생명물결 대표(WCC 전 중앙위원)이 ‘제국들의 지구 정치와 팔레스타인’, 김용복 YMCA 생명평화센터 고문(전 한일장신대 총장)이 ‘절망의 늪에서 희망의 효모를 일구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생각하며’를 각각 주제발표했으며, 이윤희 KCNPP 코디네이터(한국YMCA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제안’을 전한 후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박성원 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박성원 대표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한반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아주 난해한 문제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같은 분노와 분석, 호소와 대응, 임시방편적 해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근원적 해결이 없으니 결국 유도전쟁-휴전-대화-합의 등으로 이어지더라도 한시적일 뿐, 사태는 계속 반복되고 죽어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민중들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식민주의 구조 속에서 오늘의 구조를 만들었다”며 “신식민주의 선상에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후견해 온 서방 제국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것은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게 아니라,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소위 ‘정의와 평화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제대로 정의를 세울 때 근본적 해결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이는 한반도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그러했듯, 국제사회가 세계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국제사회가 더욱 이 문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압박전략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BDS(보이콧·투자중단·제재), 불매운동, 박탈, 제재 등을 조직적·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제국과 유럽연합 주체들에 대한 BDS 운동도 같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원 대표는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축출하는 데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이 상당히 기여했는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에큐메니칼 입장과 합당한 전략을 긴밀히 세울 필요가 있다”며 “이미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정부를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로 선언하고 신앙고백적 저항에 나서도록 부르고 있는 데서 보듯,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과 교회는 이 문제를 더욱 절실하게 인식하고 복음 증언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차원에서, 박 대표는 이번 WCC 중앙위원회가 낸 팔레스타인 성명서가 지극히 일반적이고 미시적이며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못한 취약한 입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세계 시민사회운동이 나서야 한다고 했듯, 교회와 WCC 등 기성교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때 교회의 예언운동이 이런 세계 정의·평화·생명 운동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김용복 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와 영토를 분산하고 점령함으로 팔레스타인 민족의 민족 정체성을 붕괴하려 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통치 권력에 저항하며 민족 해방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어렵기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족운동의 열매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PNA(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설치한 것은 괄목할 만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며 “오늘날 팔레스타인 민족운동의 궤도는 그 민족의 지정학적 위치와 시련을 엮어서 이해해야 하는데, 1차 세계대전 후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팔레스타인의 대영제국 식민주의화, 2차 세계대전 후 서방국가들의 팔레스타인 정책과 이스라엘 건국, 팔레스타인 민족의 디아스포라 인구분산화 등이 이런 역사”라고 소개했다.

김 고문은 “우리는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이 ‘카이로스 팔레스타인(Kairos Palestine)’을 선언한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것이 곧 희망의 담론이기 때문”이라며 “이 선언에는 이슬람 학자들이 적극 합류하고 있고, 진보적 유대 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선언은 △모든 전쟁은 학살적이므로 불법화해야 한다 △국가기관이나 국가연합기관에게 전쟁 실행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수난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지혜를 배우고 생명평화의 지구적 연대를 엮어가야 한다 △모든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평화 창조자로 일으켜 세우는 ‘Peace Pedagogy(평화의 교육학)’을 실천해야 한다 등이다.

이윤희 코디네이터는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와 군사점령, 인종차별정책 철폐 △미국과 유럽연합의 사태를 위한 즉각적인 개입 △한국 정부에 이스라엘 대사 소환 촉구 및 이스라엘 무기 구입중단 촉구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따라 BDS 한국위원회 조직 및 운동 전개 △한국 교계의 BDS 참여 촉구 △가자지구 복구 지원과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 전개, 팔레스타인 어린이 친구모임 등 조직 △이스라엘 중심의 성지순례에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대안 성지순례 캠페인 추진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 촉진과 협력을 위한 올리브나무 캠페인 지속적 참여 △동쪽의 끝 한반도와 서쪽의 끝 팔레스타인의 평화협력을 위한 신학교류 및 청년리더십 육성, 공동행동 조직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