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일 장로.

우리나라처럼 다종교사회에서 여러 종교가 공존하며 국민화합에 기여한 곳이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하는 소위 종교평화법 제정을 운운하며, 오히려 국민 통합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보여 심히 유감스럽다.

지난 7월 4일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불교사원에서 일부 몰지각한 기독교인들이 이른바 ‘땅밟기’라는 행위를 통하여 물의를 일으켜, 특히 불교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불교계는 7월 17일 성명을 통해 한국 사회 내의 종교 간 공존과 종교활동에 매진하는 일반 신자들의 행동양식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믿는 종교에 대한 차별과 개종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종교평화법은 물론, 나아가 동성애까지 받아들이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마디로 법률 제정을 통해 종교 간 공존과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경도된 신앙논리로 ‘무례한 기독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일방적인 선교행위를 함으로써 물의를 일으킨, 일부 극단적인 기독교인들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 스스로 이런 문제들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깊은 성찰과 함께, 타문화를 존중·배려하는 성숙한 선교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사건을 악용하여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과 종교 외에 타종교인에게는 일체의 선교행위를 할 수 없게 해, 종교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률로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과연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단언컨대 종교평화법은 종교 간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분쟁 요소를 증폭시킬 뿐이다. 그 기저(基底)에는 기독교의 선교를 차단하자는 복선이 깔려 있다. 이는 악법이자 위헌적 발상이다.

우리는 그동안 제기되던 불교계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문제점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종교평화법 제정을 주장하는 그 동기와 배경의 문제점이다.

불교계는 오래 전부터 종교평화법 제정을 주장해 왔으며,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의 캠프에 불교와 관련된 여러 정책들을 제안하면서 종교평화법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필자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기독교 공공정책 제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교계의 종교평화법 제정 요구에 대한 문제점을 발표한 바 있다. 불교계는 이번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 사건을 기회로 다시 종교평화법 제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우선 법률 제정을 주장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종교평화법의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교회언론회의 지적처럼 이 법은 2010년 12월 20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증오범죄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 시점에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이명박 정부 때 정부와 국회가 국민 분열과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배타적이며 몰지각한 종교인의 행위를 법으로 제한하는 증오(혐오)범죄법을 제정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그 배경이다.

결국 종교평화법은 기독교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 불교계의 의도가 강하게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증오범죄법을 종교평화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다시 입법 제안을 한 것은, 외형적으로는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고 갈등에 따른 불법행위 등에 대하여 입법을 통하여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불교계의 정치권에 대한 개입, 영향력 확대 및 기독교 선교에 대한 차단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총선 과정에서 불교신문이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후보들에게 종교평화법에 대한 질문과 함께 법률 제정을 수용할 것을 요청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둘째, 종교평화법 제정 의도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헌법 제20조 2항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가 어떤 종교를 특별히 보호하거나 특권을 부여하거나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자기가 원하는 종교를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신봉할 자유를 말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세속적(世俗的)·현세적 생활에만 관여할 일이지 국민의 신앙적·내면적 생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국가는 각 개인의 종교활동, 즉 신앙생활을 인위적(법)으로 제한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되며, 자기의 신앙에 따라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평화법은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종교평화법 등의 제정을 통하여 종교자유의 일환으로 보장되는 선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명백히 국가 권력이 종교를 간섭하는 것이 된다. 이 법을 통해 특정종교를 우대 또는 차별하기 위한 정책수립 내지 정치활동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므로 위헌적이다.

왜냐하면 종교의 자유란 신앙의 자유와 신앙 실행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신앙 실행의 자유는 종교 의식의 자유, 종교 선전의 자유, 종교 교육의 자유, 종교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이 해당된다. 종교 선전(포교 또는 선교)의 자유는 자신의 신앙에 대한 동조자를 규합하기 위한 적극적 신앙의 실천행위다. 순수한 교리적 방법으로 타 종교를 비판하고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을 개종시키는 자유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법학자들은 종교평화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대표적 사례로 종교자유 및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 침해와 평등 원칙 위배, 그리고 종교의 자정기능 상실 및 특정 종교의 세력 확보 수단의 변질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가 이런 것을 법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것은, 기독교의 세력 확산을 막아보자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종교평화법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각자의 종교에 대한 절대 신념이 있기 때문에 법 제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종교 갈등, 특히 불교와 기독교와의 갈등은 기독교의 배타적인 교리에서 발원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불교계는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기독교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마다 종교편향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각종 이득을 취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기독교의 개인과 단체의 고유한 신앙행위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오히려 불교계의 이러한 태도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종교평화법은 불교의 기독교 견제의 절정인 셈이다. 기독교가 포교를 하지 못하도록 아예 못을 박아버리자는 의도가 담긴 악법이다.

불교계는 일부 몰지각한 기독교인들이 불교 폄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을 내세워, 마치 기독교 전체가 불교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이를 기독교 억제책의 일환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불교계는 그것을 빌미로 기독교의 절대적 가치나 개인의 신앙생활까지 간섭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기독교 학교이다. 학교의 교육에 대한 내용을 규제할 권한은 국가가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박정희 정권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기독교 학교의 운영자율권이 박탈당한 상태이다. 거기다 기독교 사학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일반 공립학교처럼 무종교성을 강요하는 입법을 불교계의 요구로 반영시켰다. 불교계의 기독교 기관에 대한 규제는 기독교 교도소에 대한 조계종의 압력, 국가조찬기도회 폐지 주장, 국가인권위원회가 불교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 기독교계 학교와 기관들을 감찰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 용역을 준 것 등이 대표적이다.

종교평화법은 한국에서 기독교가 더 이상 세력을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불교계의 전략임을 이렇듯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불교는 전통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찰을 보수하거나 증축하고, 또 연등회 같은 각종 불교 행사에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심으로 문제 삼지 않았을 뿐더러 어떤 항의도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한데도 불교계가 종교편향이라는 합당치 않은 이유를 들어 기독교의 정상적 종교활동마저 방해하고 제지하려는 것은, 오히려 종교 간의 공존과 상생을 파괴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종교평화법 제정은 사이비 이단들을 또 다른 종교로 인정하게 되며, 반사회적·반도덕적인 행태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보호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상적 기독교 활동을 위축시킬 경우, 그 공간을 사이비 이단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차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청난 사회악을 가져 올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구원파는 사이비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종교탄압을 주장하는 그들의 행태로 볼때 종교평화법이 제정되면 그 어떠한 법적 조치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측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단 사이비는 더욱 창궐하고, 반사회·반도덕적 문제는 더욱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은 종교평화법의 제정이 우리 사회의 공존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합과 화합을 깨고 갈등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기독교계는 다종교사회에서 타 종교에 대한 상호 존중과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하면서도, 국민 화합을 해치고 갈등을 조장하는 이런 악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범교단적으로 종교평화법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입법반대 서명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가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교파를 초월하여 정부와 국민을 향해,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이 땅에 실현코자 말씀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다. 특히 한국교회는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여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천을 통해 나라와 민족에 대한 소금과 빛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영광을 통한 예수님의 사랑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헌일 원장
명지대 객원교수/행정학 박사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