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아주 작은 가시 하나가 엄지손가락에 깊숙이 박혔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아픈 줄도 몰랐다가 곧 바로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통증이 시작되자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가까운 피부과 병원에 갔더니 정형외과에 가라고 했습니다. 집 근처 정형외과를 찾기 어려워 제법 규모가 있는 큰 피부과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엄지손가락은 이미 부어 있었습니다.

검지에 마취 주사를 놓더니 레이저로 구멍을 뚫고 가시를 빼냈습니다. 가시가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의사는 말했습니다. 마취 주사를 맞을 때의 통증은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컸습니다. 게다가 그 작은 가시를 빼내기 위해 그보다 열 배는 될 법한 커다란 구멍을 내야 했습니다. 마취가 된 손가락은 통증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레이저의 기계음과 살이 타는 냄새는 끔찍했습니다. 나는 구멍이 뚫리고 피가 흐르고 있는 손가락을 차마 쳐다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붕대로 칭칭 감긴 엄지손가락을 보면서, 그 작은 가시가 언제 내 손에 박혔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시를 빼내고 더 커져 버린 상처에서는 깊은 아픔이 배어나왔습니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으며 무더위에 손을 씻지도 못하는 불편함도 생겼습니다. 오른손 손가락 하나가 아픈데 온 몸이 불편을 겪게 된 것. 작은 가시를 방치한 대가를 너무 크게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이 작은 가시 하나에도 이토록 큰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가시에 찔려 피 흘리는 내가 보였습니다. 그 깊은 상처를 수없이 치유해왔지만, 또다시 매일 매순간 새로운 가시에 찔리고 있는 나의 영혼이 보였습니다. 작은 가시 하나를 방치해서 손가락에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내 영혼의 작은 가시 하나가 큰 구멍들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가시를 방치해서 큰 구멍을 만들어 더 큰 고통을 겪었듯이, 내 안의 작은 가시가 모르는 사이에 곪아서 더 큰 구멍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인식해야 합니다. 너무 작은 가시들은 처음에는 아픔을 느낄 수 없게 합니다. 찔리지 않은 것처럼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날마다 이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날아오는 크고 작은 가시에 무수히 찔리며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사랑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날라오는 가시를 속수무책으로 받으며 찔리고 또 찔리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찔려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상처들은 점점 쌓이게 되면서 감정을 마비시키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기형으로 만들면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되게 합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어버리면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심하게 아프게 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알고 있나요?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람을. 어떤 사람 가까이 가면 너무나 뾰족한 얼음덩어리가 느껴지면서, 그 차가움에 얼어붙고 그 뾰족함에 피할 사이도 없이 찔려본 적이 없습니까?

문제는 그렇게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 옆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점점 더 불행해질 것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강퍅한 사람’은 이런 사람을 두고 이른 말인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된 사람은 자각하고 스스로 따뜻한 영혼의 숨결을 찾아 내부에서부터 녹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겸손하게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그 차가움을 녹여가야 합니다. 너무 견고하게 성격으로 굳어버린 경우라면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주위 사람이 ‘너무 차가워요’, ‘당신이 나를 찌르고 있어요’, ‘당신 때문에 너무나 슬프고 외로워요’라고 말한다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영원히 마음이 없는 사람처럼, 자신의 감정도 타인의 감정도 읽지 못하는 기형의 인간으로 평생 외롭게 살게 될 것입니다. 결국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던 모든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당신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한 사랑을 보내고 있는지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뾰족한 얼음은 당신이 받은 엄청난 상처가 쌓여서 된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불쌍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랍니다. 당신이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를.

당신을 향한 그 사랑을 영혼 가득히 받아, 그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다 녹게 되길 기도합니다. 부디 그렇게 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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