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적 기독교 목사이며 기독교방송(CBN)의 설립자이자 진행자인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이 ‘젊은 지구 창조론자’(Young Earth Creationists: 창세기의 기록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지구의 나이는 6,000-10,000년이고, 최초의 6일 동안 모든 창조가 이루어졌다”고 믿는 이들)를 “귀머거리이며 벙어리이고 소경”이라 한 데 대해, 창조박물관(Creation Museum)의 대표 켄 함(Ken Ham) 박사는 “로버트슨이 ‘오늘날 교회 안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성경을 절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켄 함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팻 로버트슨은 오늘날 교인들이 지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하나님의 말씀을 불완전한 인간의 생각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는 “AiG(Answers in Genesis, 창조론 연구단체)가 교회와 문화를 말씀의 권위 앞에 다시 세우는 데에 가장 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팻 로버트슨은 우스꽝스러운 말로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로버트슨은 13일 자신의 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단지 6천년밖에 안 됐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귀머거리, 벙어리, 소경임이 분명하다”며 자신은 젊은 지구 창조론자가 아님을 분명했다.

로버트슨은 지구의 연대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오래됐음을 보여주는 화석 자료들을 제시하며, “여기 있는 모든 게 6천년 안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창세기의 창조기사를 문자적으로 믿는 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는 주요 크리스천 TV 프로그램 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조롱하도록 돕는다”며 “따라서 무신론자들이 그에게 우호적”이라고 썼다.

그는 “팻 로버트슨, 당신은 무한한 창조주 하나님께 6천 년 전 6일 만에 우주를 창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믿는가? 하나님 자신이 원하시면, 그분은 6초 만에도 모든 것을 창조하실 수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흠한 그분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신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함과 로버트슨은 같은 주제로 이전에도 수 차례 충돌했다. 지난 2월 ‘사이언스 가이’로 잘 알려진 진화론자 빌 나이(Bill Nye)와 함이 토론을 벌이기 전, 로버트슨은 젊은 지구 창조론을 겨냥해 비판했다. 이에 함은 로버트슨을 향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으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로버트슨은 “빅뱅이 일어났다. 그게 어떻단 말인가? 그것은 저절로 일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무도 누가 빅뱅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생명의 창조자”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신론자가 말하는 진화는 믿진 않는다. 나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시작하셨고 담당하셨다고 믿는다. 그분의 통치 아래 진화가 이뤄져 왔다는 사실은 내 신앙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함은 “CBN의 방송 진행자인 로버트슨은 과학자도 성경학자도 아니”라며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펼쳐 ‘진화와 지구의 연대가 수백만년이란 주장이, 창세기의 첫 11장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AiG 같은 창조론자 웹사이트에서 검토하기보다는 그를 믿게 될 것이라는 게 매우 애석하다”고 대응했다.

2011년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개신교 목사의 46%는 지구 연대가 대략 6천 년이라고 믿었으며, 43%는 이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