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이성민)은 23일 오전 최근 잇따라 불거진 논란과 갈등을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염창동 회관에서 개최했다.

기아대책은 오랜 기간 동안 기관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정정섭 회장이 지난해 소천한 후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정 전 회장 생전부터 문제가 됐던 선한이웃병원 지원금 문제와 함께,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사장 및 회장 인선 관련 갈등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예장고신 총회장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윤희구 목사(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이사장)는 호소문을 통해 “2008년 선한이웃병원 경영 참여를 결정하면서부터 기아대책은 소란에 휩쓸리게 됐고, 급기야 책임을 지고 현 이사장과 정 회장은 차기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1년을 잔여 임기로 한다고 지난 2012년 총회에서 의결했다”며 “뿐만 아니라 사단법인 정관에도 없는 CCC 출신 목사 선교사를 회장으로 단독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성민 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성민 회장이 직접 나서 이 같은 의혹 제기와 대부분의 질문에 해명했다. 이성민 회장은 기아대책 1호 간사이자 지난 19년간 캄보디아에서 선교하며 기아대책 지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회장은 “기구가 문제가 있었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안정적으로 수습되고 있던 차에 기득권을 누리던 일부 인사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돌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던 중 그동안 관행으로 해 왔던 잘못들이 노출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모금에 타격에 있겠지만 큰 단체보다는 작더라도 투명하고 내실 있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한이웃병원 지원금 문제에 대해서는 김은희 본부장이 설명했다. 기아대책은 선한이웃병원에 총 42억원을 지원했는데, 2008년까지 지원한 20억원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으나 2010년부터 2년간 나갔던 22억원은 이사회 승인이나 결의 없이 지원이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이성민 회장은 “현재 선한이웃병원은 문을 닫은 상태로, 진행 중인 경매에서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여의치 않으면 (승인을 거친) 20억원은 이사들이 책임지시도록 하고, 22억원은 정정섭 전 회장과 함께 업무를 봤던 이들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기아대책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후원자들을 향해 “국내 의료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기 위해 2008년부터 이사회와 총회의 결의를 통해 사업준비기금을 선한이웃병원의 의료사업에 사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비가 이사회 승인 없이 故 정정섭 회장과 일부 직원들에 의해 지출됐고,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며 공매 절차를 통한 매각으로 사업비를 보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회장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정관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특정 선교단체(CCC) 출신이 법인이사진에서 많다고 하나 총 35명 중 5명에 불과하다”며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합법적인 보선 절차를 통해 회장이 선임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혹을 제기한 목회자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강력하게 조치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전했다.

차기 임원 인선 과정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열린 정기총회 결의로, 사단법인 이사회에서 후임 회장과 이사장 인선을 위한 위원회를 다시 구성했다”며 “모든 과정은 적법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고,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민 현 회장은 정정섭 회장의 남은 임기 동안 재직하면서, 후임을 선임하고 기구를 추스르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