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부활절연합예배가 안산동산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세월호 피해자 대부분이 속한 안산에서 드린 부활절연합예배는 전에 없이 침통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안기연 회장 유재명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안산시기독교연합회(회장 유재명 목사, 이하 안기연)는 20일 새벽 5시 안산시 단원구 소재 안산동산교회(담임 김인중 목사)에서 ‘부활 그리고… 성령’을 주제로 ‘2014 안산 지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렸다. 이번 사고를 당한 이들 중 53명이 안산 지역 교회에 다니고 있고, 그 가운데는 특히 안기연 회장 유재명 목사가 담임하는 안산빛나교회와 이날 설교자 고훈 목사가 담임하는 안산제일교회, 이날 행사 장소인 안산동산교회 등도 있다.

안기연은 원래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를 체육관에서 축제의 분위기 속에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참사를 맞아 교회로 장소를 옮기고 촛불을 켠 채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사회를 맡은 유재명 회장(안산빛나교회 담임)은 “오늘은 부활절이지만, 우리 모두 남다른 마음으로 남다른 은혜를 구하며 임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소망과 희망이 여객선 침몰 사고로 자녀들을 잃은 모든 유가족들과 사고를 겪은  우리들의 자녀들과 그 가정 가운데 회복의 은총으로 함께하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십자가로 부활하라’(마 28:6)는 제목으로 설교한 고훈 목사(증경회장·안산제일교회)는 “70여 인생을 살아왔는데 목사로서 제 자신이 이렇게 무능하고 부끄러울 수 없다”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는 “300여명의 아이들이 배 속에 갇혀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찌할 줄을 모르겠고 밤새 설교 한 줄도 쓰지 못할 만큼……. 제 심정이 이렇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외치고 다녀야 할 이 귀한 날, 우리 모두 애통함을 안고 여기에 왔다”고 했다.

▲고훈 목사는 마치 절규하듯 설교를 전했다. 그 앞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마음을 담은 촛불이 켜져 있다. ⓒ류재광 기자

고 목사는 그러나 바울의 말을 인용해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랑하는 형제들아, 날마다 이김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자. 흔들리지 말고 견고하며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가 되어라”며 “죽음이 어둠이라면 부활은 빛, 죽음이 흙탕물이라면 부활은 바다, 죽음이 숯덩이라면 부활은 용광로다. 부활 앞에 죽음은 한순간에 삼천 리 밖으로 물러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예수님이 부활로 계신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자. 주님께서 해주실 것이다. 두드리면 열린다 했듯이, 우리가 할 것은 기도밖에 없다”라고 했다.

고 목사는 그러면서 “재난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회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기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과 아이들을 가둬 놓은 것을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할 죄’로 꼽았다. 고 목사는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자리를 못 지켰을까. 선장이 선장의 자리에, 기관장과 항해사가 모두 제 자리에만 있었어도 다 살 수 있었는데……. 오늘 우리가 청소년들을 공부 속에, PC방 속에, 또 무언가의 속에 가둬 놓고 죽이고 있지 않는가. 왜 아이들에게 달려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가”라고 통분해했다.

고 목사는 세월호 조난 탑승객을 생각하며 쓴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시나이까’라는 시를 순서책자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시에서 피를 토하듯 마음 아픈 심경을 쏟아낸 뒤, “생명이요 부활이신 주여 /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게 하시고 /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게 하소서”라고 염원했다.

설교 후 안산빛나교회 고등부에서 실종자 중 3명을 가르쳤던 진주은 교사가 편지를 낭독했다. 진 교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 뒤, “아무리 목 놓아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너희들에 선생님은 가슴이 타들어가고, 전화를 여러 번 시도해도 받지 않는 너희들이, 카카오톡에 지워지지 않는 숫자가, 그 어느 때보다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구나”라며 “왜 자꾸 가기 전 주일날 예배 후 조금 혼을 낸 기억만 맴도는지… 잘 다녀오란 말도 하지 못한 게 자꾸 맘에 걸리는지… 너희들하고 약속한 것, 그 어느 하나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영화도 보고, 선생님 집에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자고 했건만, 너희들은 없고 선생님만 남았네”라고 했다.

▲진주은 교사(안산빛나교회)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울먹이며 낭독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진주은 교사(안산빛나교회)의 편지 낭독을 듣던 성도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류재광 기자

그는 또 “주님 도와주세요. 주님밖에 도울 이가 없습니다”라며 “이 아이들, 그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빛 되신 주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시옵소서”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어진 합심기도 시간에는 김영길 목사(증경회장·안산만나교회)가 ‘여객선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한 기도’, 김성기 목사(증경회장·안산서현교회)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이정훈 목사(증경회장·안산용산교회)가 ‘안산 땅의 복음화와 다음 세대들을 위한 기도’를 인도했다.

▲성도들이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이 밖에 예배에서는 이수부 목사(상임부회장·평강교회)가 대표기도, 임병호 목사(서기·희망을주는교회)가 성경봉독, 연합성가대가 특별찬양, 유재광 목사(안산평강교회)가 헌금기도, 홀리시티워십이 헌금송, 김인중 목사가 축복의기도를 했다.

▲축도하는 김인중 목사. ⓒ류재광 기자

한편 안기연은 이번 예배 헌금을 전액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며, 부활절 다음날인 21일 진도로 내려가 가족들이 모여 있는 실내체육관에서 상담과 기도를 할 계획이다. 안산 지역 교회들은 현재 월·화·목·금요일 저녁 8시 촛불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