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2014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가 20일 오전 5시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1만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활절 새벽을 깨우며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눅 18:13)’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예배는 지난 2010년 부활절연합예배가 파행을 겪기 시작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화합과 기쁨의 대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침통한 분위기 속에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에 예배 직전 양병희 목사(예장백석 전 총회장) 인도로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을 위한 특별기도가 진행돼, 성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활’을 염원하며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했다. 대회사나 축사, 설교에서도 세월호 관련 언급이 이어졌으며, 절망 가운데 소망을 선포했다.

예배는 식전행사 후 ‘하나님 앞으로 나아옴’, ‘말씀의 선포’, ‘성찬’, ‘세상으로 나아감’의 순서로 진행됐다. 식전행사에서는 홍호수 목사(예장대신 총무) 사회로 장종현 상임대표대회장(예장백석 총회장)의 대회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 등이 있었다.

장종현 목사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회개하던 세리를 불쌍히 여겨 품어주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긍휼을 베풀어 달라”며 “이제 부활의 새 옷을 입고 회개함으로 거듭나고자 하오니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 하나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장 목사는 “오늘의 절망적인 애가를 소망과 회복의 찬가로 만들어 주시길 기도한다”며 “이제 부활의 생명을 함께 나누고, 우리의 소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면서 부활의 복음을 들고 나아가자. 할렐루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130년 전 이 땅에 복음이 처음 전해진 이래 한국교회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면서 사회를 밝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왔고,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헌신과 사랑을 베풀어 왔다”며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부활절을 맞아 한국교회가 화해와 연합의 예배를 드린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국민들과 함께 희망과 꿈을 열어갈 수 있도록 마음과 지혜를 열어가 달라”며 “특히 지금 북한 주민들은 많은 어려움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김동엽 예장통합 총회장 인도로 예배가 시작됐다. 첫 예전 ‘하나님 앞으로 나아옴’에서는 순서자들의 입장과 예배로의 부름, 조일래 기성 총회장의 ‘목회기도’, 나세웅 예성 총회장과 이정균 한장총 증경회장의 ‘죄의 고백’, 김신웅 목사(십정동교회)의 ‘용서의 말씀’ 등이 마련됐다. 특히 ‘죄의 고백’에서는 나세웅 총회장 등이 무릎을 꿇은 채 기도문을 낭독한 후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두 번째 ‘말씀의 선포’ 예전에서는 전수현 학생(행복한교회), 김득중 성도(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이태현 성도(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등 ‘약자’를 상징하는 평신도들이 성경봉독을 맡았으며, 연세중앙교회 글로리아 찬양대의 찬양 후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설교했다.

▲김장환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김장환 목사는 “기독교 역사상 놀라운 사건이 세 가지 있다면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라며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이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 그 탄생과 죽음을 완성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바로 부활”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죽음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며 “갈보리 십자가를 아무리 가르쳐도, 인간의 모든 비극이 갈보리 십자가에서 사라지더라도 부활이 없었다면 십자가는 하나의 상징이여 무의미한 표시에 불과했을 텐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 권세를 이기고 다시 사셨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죽음의 권세는 만유를 무덤 속으로 던져 버리지만, 예수님은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줄 믿는다”며 “그러므로 주님을 믿고 따르는 저와 여러분에게 동일한 부활과 영생을 약속하셨고, 진도 앞바다에 있는 저 분들에게도 산 소망을 주실 것을 우리가 믿고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어느 기자가 빌리 그래함 목사를 찾아와 부활을 믿느냐고 물었는데, 그때 그래함 목사님은 ‘오늘 아침에도 부활하신 예수님과 30분간 대화했다’고 하셨단다”며 “성도 여러분들께서도 그래함 목사님 못지 않게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분들 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예수님은 여러분과 저에게 부활하신 후 평강과 성령, 사죄의 특권과 선교의 사명, 대속과 부활의 확신이라는 다섯 가지 선물을 주셨다”며 “여러분도 이 모든 선물을 흠뻑 받으시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김 목사는 “저는 예수님의 부활을 지난 50년간 전해 왔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는 목사로 생을 마칠 것”이라며 “한국교회여, 다시 살아날찌어다. 북한 성도들이여, 부활의 기쁨을 다시 맛볼지어다. 예수 다시 사셨네”라는 말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설교 후에는 세례 언약의 갱신(강진문 예장한영 전 총회장)과 신앙인의 기도가 진행됐다.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 차경애 장로(한국YWCA연합회장)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이승열 목사(예장개혁 전 총회장)는 ‘나라를 위한 기도’를 했으며, 조헌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는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함께 준비했다는 ‘201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을 낭독했다.

세 번째 ‘성찬’ 예전에서는 이용호 목사(예장고신 전 총회장)의 집례로 1만여명의 성도들은 옆사람과 평화의 인사를 나눈 후 떡과 잔을 함께 나눴다. 3부에서는 이강섭 장로(예장대신 전 부총회장)의 봉헌기도, 성찬으로의 초대, 제정사, 찬송, 성령임재의 기도, 주기도문, 분병례와 분급, 성찬 후 감사기도 등이 마련됐다. 이 예배 헌금은 이날이 ‘장애인의 날(20일)’인 점을 감안해 장애우 돕기를 비롯,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생계 지원과 북한 어린이 돕기, 동자동 쪽방촌 협동조합 등 네 곳에 사용될 예정이다.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교계 주요 지도자들. (앞줄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종덕 사령관(구세군), 한영훈(한교연 대표회장)·김영주(NCCK 총무)·정서영(예장합동개혁 총회장)·조일래(기성 총회장)·나세웅(예성 총회장) 목사. ⓒ김진영 기자

마지막 ‘세상으로 나아감’에서는 성도의 교제, 2014년 부활절 선언문 낭독, 파송의 찬송, 위탁과 파송, 축도 등이 이어졌다. 특히 정서영 목사(예장합동개혁 총회장)가 발표한 ‘2014년 부활절 선언문’에는 “2014년 부활절을 맞아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개혁하고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며 “한국교회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교회의 힘은 크고 높은 교회당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으로부터 나오며, 지금은 성장 일변도로 거침없이 달려온 한국교회가 경건과 절제를 통한 숨 고르기를 할 때로, 교회개혁은 시급한 당면과제”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내어주는 세상의 빵이 되어야 하고, 이는 다양한 봉사활동, 인권의 옹호, 정의의 실천, 사회제도의 개혁, 창조세계의 보전 등 공정하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일에 적극 참여함을 의미한다”며 “전쟁이나 대결은 하나님의 창조에 반하는 행위이고, 한반도의 불화는 전쟁세대의 참혹한 경험에 견줄 만큼 힘겹게 삶의 분투를 이어가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설 것이므로,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여하여 하나님과 세상의 화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졌듯 교회를 통하여 남과 북의 평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활절 선언문은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교회의 희망은 여기에 있고,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세상의 희망이 여기에 있다”는 선포과 함께 끝을 맺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시작한 예배는, 박종덕 한국구세군 사령관의 축도와 함께 밝은 아침을 맞이하며 막을 내렸다.

이날 연세대에서 진행된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외에도, 세월호 침몰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안산지역을 비롯해 부산·대구·인천·춘천·전주·여수·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부활절 연합예배가 새벽 또는 오후 시간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