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0장 광장공포증의 특징과 진단기준

공황발작은 광장공포증 환자들에게 급박하고도 강렬하게 엄습해 오는 공포이다. 이는 공황발작을 수반한 광장공포증과 다른 불안장애를 구분하는 특징적 증상이다. 공황발작이 오면 신체에 공포반응이 나타나고, 더불어 독특한 인지증상들이 나타난다. 숨이 답답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는 곧바로 질식해서 죽거나 심장마비가 일어날 것 같은 파국적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불안을 더욱 가증시키므로 신체증상이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1. 광장공포증의 특징

광장공포증은 공포증의 일종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공포감을 경험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특정 장소라는 상황이므로 상황공포(狀況恐怖)로 보지만, 증상이 너무나 강박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강박신경증 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강박성의 특성인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신경증의 특징인 미래의 불안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낯선 거리나 사람들이 밀집한 백화점이나 광장 또는 공공의 장소 등에 혼자서 나가게 되면, 심한 공포감에 휩싸이며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이들의 증상은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현기증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크게 뛰는 등의 급성불안발작, 즉 공황발작(恐慌發作)이 먼저 일어나고, 이어서 극심한 공포감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광장은 아주 넓은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터널 안이나 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먼 노선을 운행하는 전차 속 등 좁고 폐쇄된 장소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는 폐쇄된 장소에 대한 공포증, 폐소공포증도 광장공포증에 포함시키는 이유이다. 이런 광장공포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공포증과 공황장애

공포증은 두려워하는 대상에 노출되었을 때 강한 공포를 경험하는 증상이다. 공포증에는 주로 한 가지 구체적 대상을 두려워하는 단순공포증이 있다.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은 높은 곳과 같은 특정한 장소나 개, 벌레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사회 공포증이 있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장소나 긴급할 때 곧바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터널이나 전철 내부 등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도 있다. 특히 광장공포증 환자는 공포자극을 접하면 공황발작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는데, 다음은 공포증과 공황을 구분하는 특징이다.

첫째로 공포증 특유의 두려움은 외부에 있는 공포자극에 의해 생긴다. 반면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자극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신체 내부의 감각단서가 자극이 된다. 둘째로 공포증 환자들이 공포자극을 만났을 때와 광장공포증 환자들이 공황발작을 경험할 때를 비교하면, 우선 증상의 수가 다르고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도 다르다. 공황발작에서는 자제력을 잃고 미쳐버리거나 죽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증상인 반면에, 공포증에서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속이 매스꺼운 것, 그리고 자제력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다. 그리고 공황발작이 왔을 때 더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공포자극과 관련한 공황발작 증상의 문제이다. 광장공포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공포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외부자극 없이 공황발작을 경험할 때와 공포자극을 만나서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때를 비교하면 몇 가지 증상에서 차이가 있다. 아무런 외부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공황발작이 왔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크고, 자제력을 잃고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 사지의 감각 이상도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외부에서 위협자극을 만나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보다 신체감각의 변화를 느끼면서 공황이 촉발되었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2) 공황과 광장공포증

광장공포증과 관련하여 공황의 유래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것은 신화에서 기원을 찾기 때문이다. 공황(panic)은 신화에 나오는 목신 판(Pa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양들의 신(神) 판은 위엄을 갖춘 제우스나 수려한 외모를 지닌 금발의 아폴론, 미의 여신(女神) 아프로디테 등과는 달리 짐승의 모습에 가까웠다. 머리와 하반신은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곱슬곱슬한 머리털과 그 머리 위의 뿔, 그리고 두 개로 쩍 갈라진 양의 발톱 등 그의 흉한 외모는 태어나자마자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

판의 어머니도 괴상한 아기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낳자마자 판을 버렸다. 그리하여 판은 님프들에게 키워졌다고 한다. 판은 양과 소의 번식을 관장하는 목동의 신이었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아폴론과 피리로 대결을 벌이기도 했지만, 외모만큼이나 무서운 신으로 알려져 있다. 판은 특히 잠을 방해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했다.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푸스의 신들이 그들 이전에 세상을 지배하던 거인 티탄족과 일대 전쟁을 벌여 거인족을 몰아내고 올림푸스에 새로운 나라를 건립할 때, 판은 엄청나게 큰소리를 질러 거인족을 공포에 떨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신화에는 이를 가리켜 “거인족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기록한다. 중세 악마의 이미지는 판의 외모와 이러한 속성에 토대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를 통해 볼 수 있듯, 공황이란 말은 극심한 공포상태를 가리킨다.

3) 광장공포증 진단의 역사

정신증상을 진단하는 일은 오래도록 체계화되지 못했으며,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기본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처음으로 진단을 위한 체계적 기틀은 1952년 미국에서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정신분석에 토대를 두고 불안신경증(anxiety neurosis)이라는 용어를 두루 사용했다. 정신분석에서는 불안신경증을 기본적인 노이로제로 보았는데, 불안신경증이란 자아가 무의식적 충동을 제대로 억압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심리적 갈등상태로서, 불안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경증이다.

이후 미국정신의학회는 1952년에 정신과 진단을 내리기 위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I)을 발간했다. 여기서는 불안신경증이라 불렀던 것을 불안반응과 공포반응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이후 1968년에 발간된 DSM-II에서는 정신병과 신경증을 따로 구분하고 신경증을 다시 9가지로 구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불안신경증이다. 1980년 나온 DSM-III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대대적인 조사를 토대로 탄생하였다. 여기서는 불안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모든 정신장애를 불안장애라는 큰 제목 안에 포함시켰으며, 공황발작이라든가 광장공포증이라는 독자적인 진단명이 처음 유발된 것도 이때였다.

7년 뒤인 1987년 발행된 세 번째 판의 수정판(DSM III-R)에서는 공황발작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불안장애의 각 유형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됐다. 이후 1994년 발행된 DSM-IV에서는 광장공포증과 공황발작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광장공포증과 관련된 진단 범주와 불안장애의 변천사를 보면, 광장공포증은 신경쇠약에서 불안신경증으로, 다음에는 불안반응으로 분류되었다. 이후 다시 불안신경증으로 분류되었다 1980년에 이르러 독자적 명칭을 얻게 된 후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 광장공포증 진단을 위한 기초

DSM-IV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려움과 염려, 공포감이 불규칙하게 엄습하는 것으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동반된다.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숨이 가쁘고 심장이 마구 뛰며,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상실해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증상이 나타난다. 공황증상에는 생리적 공포반응과 여기에 수반되는 특유의 파국적 생각이 포함돼 있다. 이런 증상의 종류나 정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도 있지만, 주요 증상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1) 광장공포증의 진단기준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의 약 1/3에서 2/3 정도에서 동반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공황장애를 동반된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 없이 광장공포증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로 구분되는 이유다. 여환자들 중에는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에는 증상이 다소 호전되었다가, 월요일에 악화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광장공포증은 탈출이 어려운 장소, 또는 예측할 수 없이 나타나거나 상황에 의해 나타나는 공황발작이나 유사한 증상이 생길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소나 상황에 있게 되는 불안이다. DSM-IV 현재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아래 열거된 증상들 중 8개 이상의 증상을 경험할 때 광장공포증으로 진단한다.

①공포와 불안이 있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된다 ②버스나 지하철,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지하노래방 등을 회피한다 ③쇼핑센터/극장 등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혼자 있는 것도 두려워한다 ④“그 장소에 가서 다시 공황발작을 경험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⑤“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황발작을 일으켜서 망신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⑥어떤 장소에 가면 숨이 답답하고 호흡이 곤란하다 ⑦어떤 장소에 가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⑧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온몸이 벌벌 떨리거나 전율을 느낀다 ⑨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곧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⑩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가슴이 조여들거나 통증을 느낀다 ⑪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메스껍거나 속이 거북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⑫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어질어질하거나 비틀거리는 느낌,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⑬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진땀이 난다 ⑭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는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자신과 주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⑮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는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⑯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는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⑰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는 사지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는 느낌이 든다 ⑱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오한이 나거나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2) 광장공포증의 증상

광장공포증의 특이한 현상은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것이다. 광장공포증에서 공황이 일어나는 상황을 조사하면 일정한 특징이 발견된다. 광장공포증에서 일어나는 공황발작 중 경험하는 증상은 그 순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이것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93%), 현기증(83%), 호흡곤란(73%), 죽음에 대한 공포(70%), 사지의 감각마비나 저림(70%) 등의 순이다.

그리고 광장공포증의 진단기준이 되는 증상들 중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메스껍거나 속이 거북함, 비현실감을 제외한 나머지 증상들은 공황발작이 있을 때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18개 증상들 중에서 8개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 공황발작으로 진단한다는 진단기준에서,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상당히 많은 증상들을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광장공포증 환자들의 경우 공황발작 당시 평균 6개에서 10개 정도의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동일한 절차를 거쳐 산출된 외국의 자료도 함께 제시되어 있는데, 외국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황 증상 순위를 비교해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3. 광장공포증과 공황발작

광장공포증은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공황발작을 수반한다. 특정 장소나 상황은 이들에게 공포감을 유발하고, 이러한 공황발작은 광장공포증을 특징짓는 중요한 단서이다. 특히 공황발작은 문화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다음 3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신체감각이 마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70%는 공황발작이 있을 때 팔다리의 감각이 마비되거나 저려온다는 경험을 보고함으로써 이 증상이 5위에 해당되는 반면, 외국 연구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한다. 둘째로 몸이 떨리는 증상이다. 온몸이 떨리는 증상은 우리나라 환자 40명 중 27명(67%)이 경험한다고 보고하여 빈도에서는 6위에 해당되었으나, 증상 강도가 약해(12위)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한 순위는 10위였다. 반면 외국 사람들에게 이 증상은 2위나 7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증상이었다. 셋째로 통제력의 상실감이다.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잃을까봐 두렵다는 통제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외국의 자료에서는 각각 4위와 6위에 해당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의 증상 서열에서는 11위였다.

위에서 언급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공황발작이 왔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다수가 겪는 증상들로서, 공황발작의 핵심증상은 문화권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황발작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1) 공황발작

공황발작은 처음 특정한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피로하거나 흥분상태, 성행위 직후, 혹은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일이나 스트레스 사건 다음에 오기도 하지만, 아무런 까닭 없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 공황발작을 경험한 장소나 상황, 전후의 스트레스 사건 등은 광장공포증의 경과 및 회피행동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광장공포증이 오래 지속되면 회피행동이 심해짐과 동시에 여러 가지 공포증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공포증과 관계가 깊은 것이 광장공포증이다. 광장공포증이 생기면 지하철이나 백화점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줄 사람 없이는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한다. 이것은 마치 어떤 음식을 먹고 심한 배탈이 난 뒤 그 음식을 피하는 것처럼,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던 경험이 되살아나 그와 비슷한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 처음 공황발작의 경험을 파악하는 것은 광장공포증의 경과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집(13%)보다는 백화점이나 역, 대합실, 도로 등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40%)에서 첫 발작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반면 공황발작이 없는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사람이 붐비는 곳(18%)보다 집(68%)에서 첫 발작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이 결과는 첫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상황요인 이후의 회피행동과 관계된다는 대다수 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최초 공황발작을 경험할 당시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알아본 결과, 공황발작을 수반한 광장공포증 환자들 중 첫 공황 증상을 경험할 즈음에 특별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다는 보고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황발작이 없는 광장공포증 환자들 가운데 60% 이상은 첫 공황발작이 왔을 때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스트레스로는 부부갈등이나 고부갈등처럼 가까운 대인관계 갈등이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직장일이나 학업과 같은 업무에 관련된 스트레스였다. 이 결과는 공황발작을 수반한 광장공포증 환자들의 첫 공황발작이 개인적인 갈등이나 스트레스보다는 상황적인 촉발요인과 관련되는 반면, 공황발작이 없는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가까운 대인관계 갈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2) 공황, 불안 그리고 공포증

광장공포증은 전체 공포증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장공포증은 성인의 경우에서도 발병하는 수도 있지만, 대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발병하며, 사회공포(social phobia)는 청소년기에 특징적으로 발병한다. 단순공포(simple phobia), 특히 동물공포(animal phobia)는 5-6세 전후의 아동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없어지는 것이 상례이지만, 성인기에 가서 다시금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광장공포와 단순공포는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더욱 흔하고, 사회공포의 경우에는 성비율이 불분명하다. 광장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가족 중에는 대체로 불안장애의 발병빈도가 높고, 사회공포증 환자의 기족 중에는 사회공포증의 발병빈도가 높다.

공황과 불안 그리고 공포증은 유사성을 갖는다. 그것은 모두 불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황과 불안은 어떻게 다른가. 공황이 불안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논쟁의 핵심은 공황발작이 극심한 불안과 질적으로 다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광장공포증의 증상이 되려면 극도의 불안과 구분되는 공황발작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극도의 불안과 공황발작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신경통으로 약간 통증이 있을 때와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이 둘이 서로 다른 것이라고 보지 않는 것처럼, 극단적인 불안과 공황발작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공황 증상과 불안 증상이 많이 겹치기는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질적으로 다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정서에 관한 심리학설을 보면, 공황은 오로지 공포인 반면, 불안은 공포에 울적한 기분 상태가 가미된 것이다. 더욱이 공황이 임박한 위험에 대해 맞설 것인가. 아니면 도망갈 것인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불안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하도록 만드는 경계기능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차이는 공황발작을 겪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 분명해진다. 공황발작이 있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심한 공포상태에서 죽거나 미쳐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불안을 느낄 때는 이런저런 걱정거리로 머리가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는 점도 역시 공황과 불안이 구분되는 점이라 볼 수 있다. 불안한 정도가 심하더라도 서서히 불안이 시작되는 경우에는 극심한 불안이 갑자기 엄습하여 죽거나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연결되는 공황처럼 증상이 급속히 발전되지는 않는다.

공황과 불안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으려는 입장도 있다. 공황이 불안의 극심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들이지만, 의학의 분야에서는 공황과 불안은 분명히 구분된다. 클라인(D. F. Klein)은 광장공포증이 다른 불안장애와 질적으로 다른 장애라는 것을 약물치료 과정에서 발견하였다. 당시는 대부분의 정신장애의 근원을 불안이라고 보는 시대였고, 대부분의 항정신병약물들이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정신분열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이미프라민이 정상인에게 투여되었을 때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이 약이 공포증을 완화시키거나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는 공황발작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불안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해도 공황발작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공황이 불안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장애라고 밝혔다.

광장공포증이 공황장애를 수반하는가, 그렇지 않는가의 문제는 실로 흥미로운 것이다. 이는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가 함께 다루어지는 이유이다. 다시 말하면 공황장애를 수반하는 광장공포증 또는 광장공포증을 동반하지 않는 공황장애, 광장공포증을 수반하는 공황장애 또는 광장공포증을 동반하는 공황장애이다. 어떤 경우이든 광장공포증 환자는 이런 상황을 회피하거나 행동을 자제하면서 현저한 고통을 느끼면서 또는 공황발작이나 공황발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까봐 불안해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인내하거나 동반자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4. 정리: 광장공포증의 특징과 진단기준

지금까지 우리는 광장공포증의 특징과 진단기준에 대하여 기술했다. 공황발작은 광장공포증 환자들에게 급박하고도 강렬하게 엄습해 오는 공포라고 했다. 이는 공황발작을 수반한 광장공포증과 다른 불안장애를 구분하는 특징적 증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에게는 공황발작이 오면 신체적 공포반응이 나타나고, 독특한 인지 증상들이 나타났다. 이때 숨이 답답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는 곧바로 질식해서 죽거나 심장마비가 일어날 것 같다는 파국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불안을 더욱 가증시키므로 신체증상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점에 기초하여 광장공포증의 특징과 진단의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