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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불행에 답하다

브라이언 채플 엮음 | 지평서원 | 464쪽 | 21,000원

임신 초기 유산과 낙태, 자녀의 죽음부터 교통사고로, 암으로, 살인으로 죽은 성도들, 자살과 유명 인사의 갑작스런 죽음에 9·11 테러까지…. 갖가지 ‘불행’을 당하는 이들에게 궁극적인 위로가 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과 말씀을 통해 역사하시기 때문에, 여러 목회자들은 이러한 어려움들에 처한 성도들을 위로하고 해답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지평서원)>는 그 원제목 ‘The Hardest Sermons You’ll Ever Have to Preach’처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설교를 준비해야만 하는 수많은 목회자들을 위하여’ 브라이언 채플, 존 파이퍼, 마이클 호튼, 팀 켈러 등 개혁주의 선배 목회자들이 내놓은 ‘선물’이다. 목회자가 아니라도, 각각의 사례별 설교를 읽으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뉴욕 리디머장로교회 팀 켈러(Tim Keller) 목사는 2001년 9·11 테러 5일 후인 9일 16일 주일 설교에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재난에 빗대어 나사로의 죽음과 부활을 이야기한다. 켈러 목사는 오라버니의 죽음 앞에서 마리아와 마르다가 주님께 한 질문을 토대로, 예수님께서 진리와 눈물, 분노와 은혜를 통해 그 불행의 잔해를 헤쳐나가시고 있다면서 그분께로 반드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놀라운 것은,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 목사도 같은 날 같은 본문으로 설교한 것이다. 채플 목사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성도들에게 ‘예수님의 눈물’을 주제로 상처 입은 자들을 돌보시는 예수님과, 인간의 비극을 사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증언한다.

존 파이퍼 목사는 아직 신생아인 자녀를 떠나보낸 성도의 장례식 설교를 맡았다. 그는 신생아도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 살지 못한 갓난아기의 삶도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파이퍼 목사는 짧지만 울림이 있는 이 설교(창 1:26-27)에서 “아이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한 사람이었고, 당신의 아들이었으며 지금도 당신의 아들이다”며 “나는 그가 지금 정죄받지 않고 안전하게 거하고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지만, 더 확실히 밝히고 싶은 중요한 사실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권자요 지혜롭고 선하며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이 땅에서 살았던 20분은 사실상 우리 인생의 길이와 다르지 않았고, 그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 지음받았으며 이 땅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신학교에서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한 유학생의 장례식에 선 브라이언 채플 목사는, 이 끔찍한 불행이 우리가 의도한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를 이탈시키기보다 오히려 이 세상에 예수님의 말씀이 절실히 필요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새벽별(계 22:16)’을 주제로 채플 목사는 “밤이 잠시 동안 맹렬히 계속될 수도 있지만, 주님을 믿는 우리는 어둠을 향한 여행이 아니라 여명을 향한 여행을 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 잠시 떨어진 것 때문에 슬퍼하겠지만 그가 주님의 품에 안전하게 거하고 있기에 소망 없는 사람들처럼 슬퍼하진 않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운다.

오랫동안 절친한 친구였으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친구의 장례식 설교를 부탁받은,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마이클 호튼(Michael Horton) 교수는 욥기를 본문으로 신학적 성찰에서 시작해 개인적 공감으로 나아가 결국 부활의 소망에까지 역동적으로 다다른다. 그는 하나님이나 그 친구를 판단하기 위해 장례식에 모인 게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비록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라도, 욥과 바울처럼 그 친구도 자신의 대속자가 살아계심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내가 가장 절친한 친구를 잃었더라도,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독생자를 잃으셨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그래서 아버지이신 그분을 의지할 수 있다”고 위로한다.

“고통과 불행 닥치면, 신학적 성찰로만 감당할 수 없어”

책을 엮은 美 일리노이주 그레이스장로교회 브라이언 채플 목사는 서문에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만유를 다스리신다는 성경의 여러 말씀들은 고통과 불행이 닥치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지만, 막상 고통과 불행을 만나면 피할 수 없는 의심들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의 경우 믿음마저 흔들린다”며 “신학자들은 이에 하나님의 작정적 의지와 허용적 의지를 구별함으로써 대답하려 하겠지만, 복잡한 영적 양상과 인간의 충격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신학적 성찰로는 감당할 수 없고,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만약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사랑이 많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뜻에 절대 포함되지 않을 법한 일을 어떻게 허락하실 수 있습니까? 하나님이 재앙을 적극적으로 창조하신 것인가요, 아니면 하나님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악한 세력을 허락하신 것인가요?”라는 현장의 절실한 질문들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플 목사는 우리의 불행이 어떤 선한 목적에서 비롯됐으리라는 나름의 추측 위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쌓으려 한다면, 믿음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시대의 신자와 이 책에 실린 설교들은 그 답으로 ‘십자가’를 제시합니다. 우리가 주권자 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유는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그분의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가장 비참한 이 땅의 참사에서, 가장 위대한 하늘의 선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 우리의 눈에 모든 일이 잘못된 것처럼 보일 때도 하나님께서 가장 선하시고 신뢰할 만한 분이심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궁극적으로 선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확신하게 하는 보증이 됩니다. 이 책에 설교를 기고한 목사들은 바로 이 진리를 붙들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불행한 사건에 직면할 때마다 하나님의 신비로운 주권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눈이 불행을 외면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손이 실패하지 않으심을 확신해야 한다고 더욱 자주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자신의 성품을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피를 쏟으신 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소식과 지금 우리 삶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하나님의 선하시고 궁극적인 목적을 믿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