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월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 2014년 4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한국교회 윤리적 삶을 진단한다’를 주제로 11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허태성 목사)에서 개최됐다.

1부 기도회에서는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을 놓치면 타락한다(고후 5:15)’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임 목사는 “기독교 신앙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고, 이 목표는 하나님께서 정하시는 것으로 자녀를 향해 갖고 계신 하나님의 목표를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성장을 1차 목표로 생각하고 달려왔지만, 번영신학이나 성장주의 등 문제가 터지면서 잘못된 목표를 향해 달려왔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임석순 목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목표는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으로, 이는 예수님을 닮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주님의 마음을 닮고, 주님의 생각을 닮으며, 주님의 마음과 생각을 따르는 것을 닮는 데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님을 닮는 것은 한 마디로 십자가를 닮는 것인데, 여기에는 탐욕을 놓는 ‘자기 부인’과 과거의 지식을 현재로 끌어들이는 ‘날마다’, 그리고 ‘자기 십자가’ 등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며 “기독교는 십자가를 놓치면 타락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가를 지불해서 목표를 바로잡음으로써, 한국교회가 바로 회복되고 복음이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혁 목사는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십자가만을 붙잡아야 하지만, 세상의 학문과 성공을 따라가고 있다”며 “사도 바울은 세상 학문을 포기했고, 손양원·한경직 목사님도 타의에 의해 세상 학문을 포기해야 했지만 우리는 너무 성공과 학문만을 따라가고 있지 않는가 한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회개운동을 위하여’ 임석영 목사(은빛교회), ‘한국교회의 윤리적 각성과 사랑운동을 위하여’ 허태성 목사(강변교회),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하여’ 김중석 목사(사랑교회)가 각각 기도했으며, 참석자들은 합심으로 통성기도했다. 할렐루야 중창단과 11개국 스포츠 지도자들 24명이 각각 특송을 부르기도 했다.

2부에서는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가 ‘한국교회 윤리적 실패는 힘의 남용 때문이다’, 전병금 목사(강남교회)가 ‘한국교회 윤리적 삶을 진단하라’,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가 ‘영성과 사회성의 신학적 틀과 연관하여’, 정주채 목사(용인향상교회 은퇴)가 ‘그리스도의 주 되심에 대한 신앙고백을 중심으로’, 케시 카스텐 국제스포츠연맹 대표가 ‘기독교 스포츠인들의 윤리적 삶을 진단하며’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한복협 월례회 발표자들. 왼쪽부터 손인웅·전병금·지형은·정주채·케시 카스텐 목사. ⓒ이대웅 기자

“목회자들 힘·권력 남용 막으려면 실천력 강화해야”

손인웅 목사는 사사 삼손의 실패와 처절한 참회를 통해 한국교회 윤리적 실패와 회개의 모형을 제시했다. 삼손은 구별된 여호와의 종인 ‘나실인’으로서 시작은 좋았으나, 하나님께서 주신 물리적 힘을 남용하고 경제적 힘도 잘못 사용했다는 것. 정욕을 다스리지 못해 실패의 올무가 됐고, 그의 영적 타락이 윤리적 실패와 가정과 삶의 파탄을 초래했으며, 종래에는 육체의 모든 능력마저 거세당한 채 총체적·전인적 탕자로 전락했다.

손 목사는 “삼손 이야기는 힘은 언제나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이 아니라는 교훈을 전해준다”며 “힘이 목적이 될 때 과학이나 경제력, 거룩한 종교의 힘이나 교권까지 파멸을 몰고 온다. 성직자들이 교권에 눈이 뽑히고 들릴라에게 몸을 빼앗긴 채 물질의 노예가 되어 현대문명이라는 거대한 맷돌을 돌리며 어지럼증에 걸려 허둥거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손의 이야기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대담하게 죄를 범했지만, 대장부답게 철저히 회개했다. 손 목사는 “진정한 참회는 죽음으로 해결하는 것임을 삼손은 가르쳤고, 이는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게 한다”며 “삼손과 같이 겁 없이 죄를 범하는 종교 지도자들도 삼손 같은 회개를 한다면 세상은 틀림없이 새로워지고 희망의 날이 밝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목회자들의 힘·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실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성경에는 대단히 수준 높은 십계명과 산상보훈 같은 윤리강령이 있고 이를 근거로 윤리적 규범들이 제정·운영하거나 더욱 구속력 있는 법률까지 제정했지만, 그 실천력은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들의 의지가 성화돼 윤리적 실천능력을 강화하는 교회 공동체의 공동 노력으로만 가능하다는 것. 그는 “목회자는 순간을 살면서도 영원 속에서 살아가는 여유를 갖고, 마라톤 경주와 같은 목회를 하는 게 좋다”며 “흐르는 물에 빵을 던지는 사람과 같이 멀리 보는 눈을 갖고 목회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회개 퍼포먼스나 립서비스는 하나마나… 근본적 대안을”

전병금 목사는 각 교단과 교회에 흩어져 있는 목회자들을 윤리적으로 통제할 제도나 조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 목사는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언행의 불일치’나 ‘비리와 부정부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성도들보다는 목회자들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며 “일반인들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회자들의 실추된 신뢰도를 회복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전 목사는 “하나마나한 ‘회개 퍼포먼스’나 ‘립서비스’로 만족해선 안 되고, 뼈를 깎는 자기갱신 노력과 거룩성 회복, 그리고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이는 교회에서 ‘개인적 영성’이 사회적 공공성을 띤 형태로 표출되는 ‘사회적 영성’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것으로, 교회는 이러한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성도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금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윤리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사건마다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적절히 처방을 함으로써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물론 여기에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갖고, 각 교단과 교회, 성도들과 목회자 개개인의 자정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리적 삶 약화는 성경의 믿음 제대로 이해 못했기 때문”

지형은 목사는 윤리적 삶 약화를 말하기 전에, 근원적으로 “성서적 믿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믿음, 오늘날 삶의 현장과 역사적 흐름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그 믿음이 약하다고 지적해야 한다”는 것. 그는 “‘교회의 자기 정체성’이 영성 또는 믿음의 확신에 연관된 문제라면, ‘교회의 타자 연관성’은 사회성 또는 윤리적 삶의 문제”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정체성을 찾고, 이웃과의 관계에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타자 연관성을 실천한다”고 했다.

지 목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근본적으로 행동의 동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실천과 윤리적 삶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그 원천인 믿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믿음은 좋은데 윤리적 삶이 나쁘다’는 논리는 신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직 믿음으로’를 외쳤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도 <로마서 서문>에서 ‘믿음은 선행을 해야 하느냐고 묻지 않고, 그렇게 묻기 전부터 선행을 해 왔고 또 하고 있다’고 했고, 존 칼빈도 <기독교 강요>에서 ‘진정한 믿음이 없으면 진정한 선행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

지형은 목사는 “경건주의의 창시자 야콥 스페너가 교리와 삶, 말씀과 삶, 믿음과 실천이 한 데 어우러진 ‘참되고 살아있는 믿음’을 외치는 등 참된 믿음이 그 안에 선행을 포함하고 있음은 17-18세기 경건주의 운동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교회의 갱신과 개혁은 영성이라는 개인의 심령 변화와 사회성이라는 사회 구조 변화의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와 그에 대한 믿음이라는 한 가지 근원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기대나 만족, 필요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라”

정주채 목사는 “우리의 마음을 주재하시는 이가 그리스도이심을 알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를 경외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경외심은 범사에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를 자극하고 독려한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의 윤리적 실패와 타락은 그리스도의 주 되심(the Lordship)에 대한 신앙의 약화 내지 불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윤리의 준거와 기준, 시금석과 뒷받침하는 힘으로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설명한 후, “윤리적 타락은 곧 신앙의 타락이고, 윤리는 신앙에서 나온다”며 “하나님의 존재와 계시에 대한 믿음 없이 윤리는 설 자리조차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도의 주 되심에 대한 신앙의 약화가 초래한 현상으로 ‘교회의 치리권 상실’과 ‘담임목사직 세습’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케시 카스텐 목사는 로마서 12장을 토대로 한 기독교인들의 윤리적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스텐 목사는 “기독교 윤리는 간단히 말하면 믿음을 실천하는 것이고, 예수님께서 나를 통해 매일 당신의 삶을 나타내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 사람에 대한 만족과 필요, 기대를 사랑하는 것은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우리는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윤리의 6가지 원칙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①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표현하라 ②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분별하라 ③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동체 안에서 발견하라 ④예수님의 독특한 자기 희생과 무조건적 사랑을 본받으라 ⑤악을 선으로 극복하라 ⑥기독교 윤리는 주로 가족을 통해 사회로 전달된다 등이다.

1·2부 전체 진행을 맡은 김명혁 목사는 총평을 통해 “어떻게 바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회개하고 삶을 바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늘 저의 고민인데, 오늘 말씀대로 매를 맞아서라도, 죽어서까지라도 바로 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된다”며 “오늘 발표들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자료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