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이철신 목사)가 주최한 기념강연회가 9일 오후 서울 숭실대학교 한경직목사기념관에서 ‘교회와 민족의 지도자 한경직 목사’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강연회는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의 사회, 강병훈 목사(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재단 이사장)의 기도, 이철신 목사(영락교회 담임)의 인사, 송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이성택 원로교무(전 원불교 교정원장)·박남수 선도사(천도교 교령)·박경조 주교(전 대한성공회 주교원 의장)의 발표,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김홍진 신부(쑥고개성당 주임)의 응답, 한헌수 총장(숭실대)의 감사의 말씀,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의 축도로 진행됐다.

“참회와 회개서 진면목… ‘탐심’의 노예 되지 않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송월주 스님은 ‘목회자 한경직, 참회와 기도의 지도자’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한경직 목사님은 한국 기독교사의 거목이다. 장로교 목사로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락교회를 일구고, 나라 전역에 예수님의 사랑을 꽃피웠다”며 “무엇보다 교육과 사회복지사업에 매진하며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다시 일으켜 세운 생애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직 목사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목회자이자 설교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단 그분의 재능이 뛰어나거나 학식이 높아서만은 아니”라며 “무엇보다 치열한 자기부정과 희생의 과정 속에서 그리스도의 종이자 백성의 종이 됨으로써 참다운 인간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인간 한경직의 진면목은 참회와 회개, 기도와 눈물에서 드러난다”면서 “평생토록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며, 자신의 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죄까지도 자신이 짊어지는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높일 때마다 자기는 부족한 죄인이라며 거듭해서 자신을 낮췄다. 그의 고백은 형식적인 고백이 아니라 영혼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고백이었다. 참회와 회개를 통해 한경직 목사님은 죄인에서 진정한 의인(義人)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만든 셈”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탐심이 없는 지도자’를 제목으로 발표한 손봉호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언행일치에 실패하여 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비교적 간단하다. 종교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 사랑, 희생 같은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돈, 명예, 권력 같은 세속적 가치를 더 추구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럴 때에 한경직 목사가 살아계셨더라면 한국 기독교는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그가 살아 계셨을 때보다 오히려 그가 떠난 지금, 그의 위치와 역할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종교 공동체에 훌륭한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며 “불행하게도 지금의 한국교회는 한경직 목사와 같은 지도자를 갖지 못하고, 그것이 한국교회가 처한 비극적 상황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그는 “물론 한경직 목사는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니고,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지도자적 자질을 갖추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과 배경만으로는 그가 누렸던 영적 권위와 존경의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성경이 요구하는 신앙적 인격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특히 바울 사도가 ‘우상숭배’라고 경고한 (엡5:5, 골3:5) ‘탐심’의 노예가 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종교인들, 그의 삶 본받아 사회 더욱 아름답게 할 것”

이성택 원로교무는 ‘추모, 한경직 목사’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나는 평소에 한경직 목사님을 직접 뵌 적은 없엇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웃 종교 성직자이신 한경직 목사님을 늘 마음에 두고 살아온 것은 사실”이라며 “비록 같은 종교에 종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종교 활동은 늘 우리들의 귀감이 되었고 닮고 싶은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원로교무는 또 “목사님의 생애를 살펴보면 신의주 보린원을 시작으로 아동 복지에서 노인 복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단을 설립하여 직접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나눔을 실천하셨다”며 “종교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부분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경직 목사님은 그 중에서도 기독교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셨다. 이런 나눔의 실천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타파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신 목회자라 하겠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남수 교령은 ‘신앙인으로서 세 가지 배움’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령은 한경직 목사에게서 배울 점으로 △체험과 수양 △사람 △시련을 꼽았다. 먼저 ‘체험과 수양’에 대해 그는 “한경직 목사는 신앙의 궁극적인 대상인 절대자와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배움의 길을 확장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해서는 “종교인으로서의 삶의 전반기에서 만난 분들 한 분 한 분의 은혜가 한 목사님을 목회자의 길로 인도하고, 또 한 목사님으로 하여금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은혜로운 사역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며 “한 사람의 신앙, 혹은 이 세상에서의 경건한 신앙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경직 목사님의 생애를 들여다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시련’을 언급한 그는 “한경직 목사님은 시련 속에 예비된 신의 섭리를 읽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성공의 길을 갔다. 시련을 시련으로만 받아들이고 굴복해 불의와 타협하거나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지 않으셨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박경조 주교는 ‘나의 부족함을 돌아보며 울게 하는 한경직 목사님의 생애’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우리들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안에 있는 어두움을 직시하고 그것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폭로할 수 있는 용기”라며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어두움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통합되고 변화되어간다. 목사님은 내가 볼 때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자신 안에 있는 어두움과 죄악을 깨달으신 분이고, 그것을 용기 있게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기도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박 주교는 “주님의 가르침대로 먼저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철저히 깨달으셨다. 그 들보를 들여다 보고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님께로 돌아서는 신앙의 길, 이 점이 바로 한경직 목사님이 우리들에게 보여주시는 위대함”이라며 “목사님의 설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화를 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깊은 깨달음과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경직 목사님은 자신의 야망을 가슴에 품고 공부를 하던 젊은 청년에서 마침내 크고도 넓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에 이를 정도로 위대한 신앙인의 풍모를 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다”며 “여기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큰 은혜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가는 한 인간의 위대한 삶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금 소망을 갖게 된다”고 역설했다.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여기에 응답한 김홍진 신부는 한경직 목사님의 삶의 여정은 개신교 신도들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며 “목사님의 말씀과 삶은 이 혼탁한 시대에 맑은 청정수였으며 정신을 크게 깨우치는 죽비였다. 수많은 종교인들이 종파를 초월해 목사님의 삶을 거울로 삼아 정진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 하겠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큰 어른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경직 목사님은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한 큰 스승으로 남아 계신다. 그러기에 많은 종교인들이 목사님의 삶을 본받으면서 이 사회를 더욱 올바르고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