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흔적’ 관측에 사용된 바이셉-2(BiCEP-2) 망원경.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제공

최근 미국 연구진이 남극 전파망원경으로 3년간 추적한 끝에 우주가 급팽창하면서 시공간(時空間)에 남긴 중력파(重力波)의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히면서, 우주 탄생 이론 중 하나인 ‘빅뱅(Big Bang·대폭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빅뱅’이 일어났을 경우 초기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소립자인 ‘힉스 입자’의 발견이 공식 확정되기도 했다.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이에 공헌한 이들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에 입각해 ‘창조’를 믿지만, 과학계는 ‘진화론’을 철저히 신봉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는 이들 중에서도, 빅뱅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이들부터 유신론적 진화론까지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최근 나온 다양한 도서들을 통해 지적설계론과 창조과학, 유신론적 진화론 등 다양한 입장을 살펴 본다.

◈이 세계는 ‘우연과 선택의 조합’이라는 주장 따라야 하나?

 

위대한 설계, 그 흔적들
윌리엄 뎀스키 외 | 새물결플러스 | 326쪽 | 16,000원

<위대한 설계, 그 흔적들(Signs of Intelligence)>은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ng Theory)’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논문 열네 편을 모은 책이다. ‘지적 설계’란 물질적 우주와 그 우주 내의 생명이 보여주는 본성과 구조가 지적으로 설계된 증거를 보여주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묻는 학문으로, 창조주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지만 우주 만물에는 설계의 흔적들이 존재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한다. 과학계가 ‘종교’라는 이유로 창조론을 부정하자, 철저히 ‘과학적’으로 응답하려는 시도이다.

현재 과학계의 주류가 ‘창조론’이 아닌 ‘진화론’임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긴 갈릴레이의 일화는 ‘종교에 의한 과학의 지배’를 상징하지만, 현재는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진화론을 마치 신흥 종교처럼 신봉하면서, 종교와 창조과학 등에 독설과 냉소를 퍼붓고 있는 것.

철저하게 과학임을 표방하는 지적설계론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닌데, 책에서 여러 학자들이 리처드 도킨스류(類)의 이같은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무신론’은 과학이 아니라 세계관이나 철학에 가깝다는 사실 말이다. 사실 실험과 관찰을 통한 객관적 증명을 중시하는 과학계가, 계속되는 ‘우연’과 ‘선택’을 담보로 하는 진화론을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에 모순이 내포돼 있다.

이 외에도 지적설계론에 대한 대중적 설명과 그 다양한 관점들이 ‘자연과학에 대한 지적설계론의 이해’라는 부제 아래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특히 이 세계에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윈주의’가 ‘과학적 유물론’으로 발전하면서 지난 2세기 동안 초래한 비극을 조명하면서 세계관 논쟁을 다시 촉발시키고, ‘과학의 회복’을 부르짖는다.

<지적 설계(IVP)> 등을 쓴 윌리엄 뎀스키는 서론을 통해 ‘지적 설계가 아닌 것’을 설명함으로써 지적 설계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먼저 ‘지적 설계’가 설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외견상의 설계(apparent design)나, 완전하고 이상적인 설계를 뜻하는 최적의 설계라는 양 극단에서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설계자는 완벽한 설계가 아니라 ‘제약조건이 있는 최적정(constrained optimization)’을 찾으려 노력할 뿐이다.

뎀스키는 “충돌하는 목적들 사이를 잘 절충해 내는 것이 설계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설계에서 항상 오류를 발견한다는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뎀스키는 “이상적인 적정성이란 없으므로 이런 노력은 불필요하고, 설계자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설계자가 과실이 있는 절충을 제안했는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응수한다.

많은 무신론자들이 창조론자들에게 ‘악(惡)’의 존재에 대해 비판하지만, 뎀스키는 “지적 행위자에 의한 설계는 악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설계가 존재한다는 것과 설계의 도덕성, 미적 감각, 선함, 적정성, 완벽함은 완전히 별개”라고 선언한다. 악은 선에 기생할 뿐이다.

사람들을 향해, 다윈주의를 불신하고 공개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용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진화론자들은 대중이 자신들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여기면 칭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칭찬을 저주로 바꾸면서 우리를 위협한다는 것. 이러한 독단주의는 과학적인 태도도 아니다. “진정한 이슈는 과학계가 독단주의를 피하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견해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냐다.”

학자들은 책에서 과학계와 대중을 향해 ‘설계자’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심판대의 다윈>으로 지적설계 논쟁을 촉발시킨 필립 존슨은 첫 장 ‘지적 설계 운동’에서 “우리의 목표는 어떤 해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의문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을 새로운 사고 체계로 열어놓는 것”이라며 “다윈주의의 실패가 유물론자들로 하여금 편견 없는 과학적 분석에 상응할 만한 새로운 이론을 만들도록 영감을 불어넣는다면 기다려 볼 만한 일이고, 그들이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 해도 그때는 이 세상이 지적 설계의 놀라운 진리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완전한 진리>를 썼던 낸시 피어시, <계시와 이성의 정치학> 저자인 존 웨스트 주니어, <다윈의 블랙박스>를 쓴 마이클 베히, <진화론의 우상들>의 조나단 웰스 등이 생물학을 비롯한 지질학, 천문학, 정보이론, 과학철학, 신학, 사회학, 언어학 등의 관점에서 지적 설계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지적 설계론은 과학 같고 진화론이 신학 같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