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사학회와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는 22일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주제강연과 분과별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분과별 주제발표Ⅱ 제3분과> 발표자로 나선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나타나는 주요 현상 중 하나를 ‘신 몬타누스주의’(Neo-Montanism)로 정의, 눈길을 끌었다.

성령론·구원론·교회론 등에서 잘못된 주장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Neo-Monatanism’을 제목으로 발표한 배 교수는 고대 교회의 ‘몬타누스’를 창시자로, 주후 2세기 급속히 퍼졌던 ‘몬타누스주의’에 대해 “여러 가지 신학적 오류 내지 신념의 극단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이 성령론과 구원론, 교회론 등에서 잘못된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몬타누스주의자들은 당시 △자기들이 성령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 여기에’서 종말론적 실재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고 △복음적 구원론의 내용을 희석시키고 행위와 공적 중심의 구원론으로 끌고 갔으며 △과도한 갱신주의로 교회론적 탈선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극단적 시한부(時限附) 종말론으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다.

“교회사 속의 어느 시대이든 간에, 교회의 영적 활력이 경직되거나 또는 심하게 세속화될 때마다 제2, 제3의 몬타누스주의 성향의 운동이 생겨날 소지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밝힌 배 교수는, 한국교회사 속에 나타났던 ‘신 몬타누스주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그 중 하나로 ‘다미선교회’를 꼽기도 했다.

배 교수는 “다미선교회가 지닌 가장 큰 ‘신 몬타누스주의’ 성향의 오류는 소위 ‘직통계시’의 강조에 있다”며 “뿐만 아니라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신념 속에서 일반 교계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집단적인 신비주의를 형성해 나갔다. 그리고 임박한 시한부 종말의 위기감 속에서 비정상적인 형태의 금욕주의를 발전시켜 나갔다”고 지적했다.

빈야드운동·신사도개혁운동·K교회

이어 ‘빈야드운동’ ‘신사도개혁운동’을 비롯해 얼마 전 교계에서 이슈가 됐던 ‘K교회’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다. 배 교수는 “이들에 대한 교계의 반응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며 “특정 교단에서는 이단이라 정죄하는데, 또 다른 교단에서는 옹호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교계연합기구의 이단 판별 전문기구에서조차 설왕설래하면서 분별의 기준이 모호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먼저 ‘빈야드운동’에 대해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이 영성운동이 체험과 현상을 추구하는 경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라며 “빈야드운동에 관계된 신학적 범주는 주로 성령론 영역에 해당된다. 이 점에서 볼 때, 빈야드운동은 특히 신학적으로 일부 근본주의나 개혁주의 노선에 서 있는 복음주의 신학에서 적지 않은 저항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한편 다행스러웠던 일은, 빈야드운동이 한국교계에 확산될 무렵 신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성을 신속히 간파하고 이에 대한 비평과 권고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또한 빈야드운동의 부정적 요소들은 철저히 배격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은 격려하는 형태로, 이 운동의 진행 노선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사도개혁운동’과 관련해선 “이 운동의 ‘신 몬타누스주의’ 성향에 대해 진단한다면, 성령론, 교회론 그리고 종말론에 있어서 상당히 농후한 특성을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범주는 교회론의 영역”이라며 “사실 교계를 가장 많이 자극하며 타격을 주는 것이 교회론 범주이기 때문에, 신사도개혁운동은 이것 한 가지만으로도 한국교계에서 크게 배척을 당할 수 있으며, 그 정도가 심해질 경우에는 심지어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단과 교계연합기구에 의해 공식적인 이단으로 정죄될 수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K교회’에 대해선 “우선 성령론에 있어서 상당한 극단성을 보여 왔다”며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B목사의 저술들의 내용 중에는 자기와 관련된 국내외 사역자들이 받았다고 하는 소위 계시나 예언에 대한 표현이 매우 많다. 또 성경 이후 계시의 연속성을 주장함에 있어서 뜻을 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B목사가 주장하는 구원론에 대해 “하나님의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행위 때문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복음적이 아니”라며 “이는 구원론 이단인 ‘펠라기우스주의’(Pelagianism)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것과도 같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K교회가 교계의 지탄을 받아가고 있는 가장 실제적인 원인은 그들이 지닌 독선주의적 교회론에 있다”며 “B목사는 기존 교회를 경시하고 K교회는 온전한 교회라고 보았다. 그는 자신의 주장은 성경적이지만, 자기를 반대하고 비난하는 목회자나 신학자들은 다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표현에는 독선주의적 교회론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볼 때 K교회가 보이고 있는 ‘신 몬타누스주의’ 성향의 수위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며 “K교회는 우선 한국교회 앞에 자신들이 신학적으로 무분별했던 소치와 독선주의적 교회론에 대한 유감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성령론, 구원론 그리고 교회론 등에 있어서 어떤 점이 복음적 표준에서 치우쳐 ‘신 몬타누스주의’ 성향으로 기울어졌는지를 면밀히 성찰해 이를 하나하나 시정해야 한다. 복음적 표준으로 시정함에 있어서는 특정 교단의 교리에 맞추기보다는 차라리 ‘신 몬타누스주의’를 진단하는 교회사적 분별법을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본철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분과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단 결정의 최종 잣대는 언제나 교회론”

배 교수는 이날 논의를 마무리하며 ‘신 몬타누스주의’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가장 절실한 것은 신학적으로, 그리고 교단적으로 권위 있는 ‘이단분별위원회’가 범교단적으로 구성되어 제 구실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래서 여러 신학교에서 영성과 학문적으로 권위가 있는 교수들에게 이에 대한 평가와 진단을 의뢰하여, 여기에서 나오는 일치된 결론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이단 분별에 있어서 이제는 교회사적인 분별법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각 교단 교리나 신학의 입장에서만 이단 여부를 다루는 방법은 당연히 교파 간에 균열과 이견을 일으켜 합치된 결론을 얻는 데 도움이 못 된다. 그러나 교회사적 분별법을 사용하면 교단 신학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일치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이단 분별에 있어 ‘교회사적 분별법’을 활용할 경우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복음적 잣대를 제시함으로써 전향할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고 △전향을 하지 않는 경우라도, 교회사적인 분별에 의한 잣대는 어느 교단의 교리, 어느 신학 노선에도 서로 충돌되지 않고 공통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교단 간의 이견 때문에 힘이 분쇄되는 것이 아니라, 온 교계가 힘 있게 이단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 교수는 “‘신 몬타누스주의’에 대한 대응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복음적 교회론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 동안 구원론, 성령론, 종말론, 삼위일체론, 기독론 등 여러 영역에서 이단 판정을 해 왔으나, 사실상 이단 결정의 최종 잣대는 언제나 교회론적인 문제였다. 교회와 목회자들을 갱신시키겠다고 그들을 비난하고 공격하여 교회의 통일성을 깨는 일은 교회론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경적인 갱신을 추구하는 일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가 지나친 나머지 사랑 안에서의 일치성을 깨트리고 독선의식에 사로잡히게 될 때, 그 교회는 새로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물론 성경적 교회 갱신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신앙의 기준에 있어서 주관적 체험보다는 성경의 교훈을 더욱 신뢰해야 할 것이고, 교회 생활에 있어서는 독선적 소그룹을 만들기 보다 교회의 질서에 더 잘 순응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주제강연은 김창선(장신대)·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가 각각 ‘신약성경에 나타난 정통과 이단’ ‘한국교회의 정통과 이단’을 제목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