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며칠 전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딸아이가 함께 보고 싶어한 ‘겨울왕국’이라는 애니메이션(animation)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겨울 정경이 큰 화면 가득 펼쳐졌고, 보는 내내 식상하면서도 감동이 찰랑거리는 교훈거리들이 점점이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내 주위의 얼어붙어 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기억해 냈습니다. 그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엘사 공주는 모든 것을 얼음으로 변화시키는 특이한 힘을 가졌는데, 가장 먼저 자신의 심장이 얼어붙은(Frozen) 불행한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녀는 두려움 속에 갇혀 결국 모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킵니다. 그리고 스스로 얼음으로 궁전을 만들어 그 안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갑니다. 그 절대 고독의 두려움에 갇힌 언니를 찾아가는 동생 안나 공주를 통해, 이야기는 힐링의 메시지를 안고 전개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도 들이지 말고, 보이게 하지 말아라(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항상 착한 소녀가 되어라(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숨기고, 느끼지 말아라. 남들이 알게 하지 말아라(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엘사는 아이 때부터 어른이 된 이후까지 이 말에 의해 자신을 억압하고 가둬둔 채 두려움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울증·불안증 등의 심리적 병증과 유사합니다. 두려움과 외로움에 갇힌 삶. 그것보다 불행한 삶은 없습니다. 엘사는 공주였고 아름답고 풍족한 왕궁에서 부족함이 없이 살았지만 그녀의 삶은 지옥이었습니다.

마침내 더 이상 자신을 가둬 둘 수 없다고 생각한 엘사는, 자유롭게 결박을 풀고 살겠다고 선언하고 ‘렛잇고(Let it go)’ 라는 노래를 부르며 궁전을 떠납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끔 떠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열망이 있다 해도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을 뚫고 나가면, 마치 심각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을 뚫고 나간 비행기가 마침내 눈부신 창공을 만나게 되듯이 새로운 세계는 경이롭게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깊은 얼음 속에 고립되어버린 엘사에겐 목숨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안나가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어린 시절 자매가 만들었던 눈사람 올라프는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명언을 남기고 있습니다. 눈사람을 만드는 부분에서 엘사가 눈사람을 대신해서 말하는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안녕, 내 이름은 올라프야. 난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Hi, I'm Olaf. And I like warm hugs)”. 나중에 올라프가 살아서 움직일 때 매번 이 대사를 그대로 읊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영화에서 이 눈사람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포옹을 좋아하는 눈사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차가운 얼음덩이가 하나씩 박혀 있지만, 자신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눈사람 올라프가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보다 우선시하는 거야(true love is putting someone else before yourself).”
“(너를 위해) 기꺼이 녹아줄 만한 사람도 있어(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마침내 진정한 사랑으로 다가간 안나의 헌신으로 인해 엘사는 두려움에서 구원받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진정한 사랑만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리라.” 이 의미심장한 말은, “치유는 사랑에서 온다”는 나의 견해를 재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겨울이 적기일지도 모릅니다.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기에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눈 덮인 벌판에 나가 팔을 벌리고 서서 내 안에 갇힌 ‘두려워하는 나’를 직면해보고, 내 안의 냉기를 날려보내면 어떨까요? 그 때 누군가 다가와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안아준다면 치유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겠지요.

“당신 안에 냉기가 보여요”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당신 안에 얼어붙은 상처가 분명히 숨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정하기 싫고 들여다보기 싫어서 외면하는 것일 뿐입니다. 북풍한설에도 힐링이 임하면 따뜻한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은 모든 것을 봄으로 만들 것입니다.

마침내 엘사는 자신의 열등감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구원받고 치유됩니다.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손끝에서부터 모든 것이 얼음이 되어버리는 무서운 능력을 변화시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할만한 장점으로 만들게 됩니다. 엘사의 능력으로 한여름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된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게 되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왕이 됩니다.

어쩌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 안의 단점이 실제로는 큰 장점이며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일지 모릅니다. 상처로 마음이 얼어붙으면 장점마저 나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저주받은 인간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당신 내면에 가득차서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뾰족뾰족하게 자라난 얼음조각들을 녹이고 따뜻하고 행복한 시냇물이 흐르게 되길 기도합니다.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자라나는 뾰족한 얼음조각들을 나도 매일 녹이며 살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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