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30장 정신분열증 유형과 치료증례(2)

앞장에 이어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2가지, 즉 미국정신의학에서 채택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3판 DSM-IV와 제10회 <국제질병분류ICD-10>을 따라 정신분열증을 구분하여 다루고 있다. 동일한 정신분열증이라도 특징과 기준에 따라 일정한 유형이 정해진다. 물론 이런 유형은 정신분열증이 갖는 기본적 기준에 부합되면서도 증상적 특성에서는 또다른 유형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물론 유형 차이는 기본 증상을 가지면서도 다시 색다른 증상을 갖기 마련이다.

1. 미분화형-정신분열증

미분화형-정신분열증(undifferentiated schizophrenia)은 분류하기 어려운 문자 그대로 미분류형의 정신병이다. 이 유형은 아직은 어떤 유형으로 구분하기에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증상 때문에 미분화형으로 부르는 것이다.

1)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의 특징

미분류형은 현저한 정신병의 증상은 있으나, 긴장형 혼란형 또는 편집형 등으로 분류되지 않는 정신분열증의 한 유형이다.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은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나타내면서도 어느 하나의 증후군에 해당시킬 수 없고, 몇 개의 증후군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급성 정신분열증의 어떤 경우나 활동이 없는 만성정신분열증의 어떤 경우가 해당한다. 이에 대한 증례로 40세의 남자 만성 환자를 들 수 있다.

40세 된 남자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이다.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 경험이 있고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다른 정신과로 전원하기도 했다. 환자는 처음 일류대학 법학과 3학년이던 23세 때 발병했다. 당시 고등고시를 준비한다고 절에 있던 중 갑자기 삭발하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 그때 “절의 스님이 스님의 부인과 자신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의심해 낫을 들고 자기를 죽이려 한다”, “자기 방의 연탄불을 몰래 빼내어 자기를 얼어 죽게 하려고 한다”는 등 횡설수설한다. 환자는 조그마한 소리에도 몹시 예민해 집에 시계소리도 들리지 않게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자 부모는 모 대학병원 정신과에 입원시켜 5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부모가 어느 직장에 취직시켜 주어 얼마동안 직장에 나갔다가 직장일을 그만 둔 뒤로부터는 여러 군데의 정신병원을 전전하면서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하였다. 그러다 보니 물론 결혼하지 못했다.

환자는 입원생활 중에도 별다른 정서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거의 무감동 상태에서 지내므로 병실활동을 하지 않고 온종일 침대에서만 보내었다. 자신의 외모나 청결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때로는 사소한 담뱃재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등 강박적으로 청결벽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면담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의사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면담에서는 가끔 바보스러운 듯한 웃음을 띄워가면서 “아버지의 돈 200만 달러로 사업을 하겠다”, “TV에서 가수들 특히 인기 여가수가 노래를 하는데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자기 친구가 상공업 기계공업 국장이고, 미국에도 기계공업 박사가 많은데 이들과 같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하였다. 환자는 가만히 누워있다 갑자기 옆의 환자의 목을 조르기도 하였는데, 그 환자가 아버지와 이전 입원했던 정신병원 원장과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자는 병실 복도에서 원을 그리며 맴돌기도 하고, 소변과 대변을 자기 옷에다 보기도 했다. 또 때로는 화장실 안에 혼자 들어가서 그 누구와 대화하듯 혼자 중얼거리고, 갑자기 초조하고 불안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병실 안을 왔다갔다 했다.

그런가 하면 전혀 이중적인 성격을 보였는데, “결혼하면 성행위를 자주 해야 되기에 결혼이 겁이 난다”고 말하다가도 간호원을 보고는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서 유혹적 태도를 취한다. 극히 평범한 일상대화를 못하다가도 그는 갑자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이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위대한 법률”이라고 말한다. 여태까지 자신의 갈등 대상이 아버지인줄 알았는데 요즈음에 자기 분석을 해 보니 사실은 어머니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한다. 이런 그의 말들은 모두 단편적이지만 전문 지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은 그대로 정상적 발전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환자는 대개 상당히 공부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자신이 과거에 공부한 지식을 토대로 말하기 때문에 어느 때는 매우 현학적이고 일정한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과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2)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의 약물치료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은 약물치료를 하여 그 약의 적정성을 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미분화형-분열증은 일단 분열증의 치료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 유형은 어느 한쪽 군에 확실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분열성이기는 하나 분열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파민치료를 실시하면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때 물론 도파민 신경이완제에 저항하는 정신분열증을 감안해야 한다. 신경이완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적절한 신경이완제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양성, 음성증상, 또는 양자 모두를 보이는 군이기 때문이다. 신경이완제에 반응하지 않는 군에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약 30%가 해당하는데, 환각과 망상을 경감시키기 위한 적절한 D2수용체 차단의 실패는 도파민 체계의 이상, 특히 도파민 수용체의 이상에 근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이상은 인간에게 발달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장애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신경이완제에 대한 반응 실패는 D2수용체 자체의 분자생물학적인 이상, D2수용체와 결합하는 2차 전달체계의 이상, D2와 D1, D3 또는 D4 간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 도파민과 정신병을 유발하는 다른 신경전달물질-글루타메이트, 세로토닌-과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 등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는 편이다. 신경이완제에 반응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치료에서는 더 높은 클로자핀(clozapine)혈장 농도가 요구된다. 이는 신경이완제에 저항하는 환자에게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의 차이가 아니라 도파민과 세로토닌 간의 상호작용이 신경이완제에 저항하는 환자에게 타당한 이유이다. 이러한 환자에게 선택적 약물은 클로자핀이며, 이 약물은 5-HT2A수용체를 길항하지만 D2 신경전달은 약간만 감소시킨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경이완제에 저항하는 환자의 10-30%가 클로자핀에 반응하지 않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도파민 체계와 세로토닌 체계 간의 차이의 결과일 수도 있어 제3의 정신분열증, 즉 클로자핀에 저항하는 정신분열증이 존재할 수도 있다. 신경이완제에 저항하는 환자에서 정신병이 발병하기 이전에 성적 성숙의 중대한 결함은 정상적인 사춘기 후의 뇌기능 성숙의 장애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때 도파민과 세로토닌 모두가 성적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신분열증에서도 결정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세로토닌 수용체의 자극이 여성에서 성적 수용성(sexual receptivity)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흥미롭다.

3)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의 상담치료

미분화형-정신분열증은 의식이 어느 정도 통하면 상담치료도 가능하다. 상담치료는 인지능력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이때 인지능력 향성은 언어와 의지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언어의 빈곤은 만성 정신분열증 환자의 공통된 양상인데, 그런 환자는 거의 말을 안 한다. 그들은 대개 질문에 대답을 하지만 대답을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고 대화를 시작하지도 않으며, 짧은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의 언어빈곤은 대개 정동의 둔마, 몸짓의 감소와 운동의 빈약과 같은 음성적인 양상들과 관련이 있다. 이런 언어능력의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에게 일단 읽기를 시도할 수 있다. 읽기를 시도하다 문장과 관련된 것을 질문하거나 대화의 주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빈곤을 보이는 환자에게 갑자기 무슨 말을 해보라는 방식은 어렵다. 환자가 어떤 글을 읽다 보면 기억이 훈련되면서 언어는 점차 발전하게 되는 원리이다. 게다가 그런 환자들은 종종 상동적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의지적 행동의 특별한 결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의지적 행동은 자극에 의해 야기된 행동과 상반되고, 특이한 환경적 자극 없이 일어나는 행동이다. 그러기에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행동은 어떤 강력한 자극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반면, 의지적 행동은 어떤 목적이나 계획에 따라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학자들은 의지적 행동과 자극에 의해 유발된 행동 사이에는 신경생리학적 수준의 차이도 존재한다고 보고한다. 이와 관련하여 골드버그(G. Goldberg)는 의지적 행동이 도파민이 중요한 매개 작용하는 보조적 운동영역(supplementatory motor area)과 기저핵을 포함하는 내측 운동체계(medial motor system)에 의존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다람쥐원숭이에서의 일련의 연구에서 위르겐(U. Juergen)과 동료들은 전(全)대상피질과 하부 전두피질(브로카영역)을 포함하는 의지적 발성체계(voli-tional vocalization system)의 생리학적 기초를 개관하였다. 이러한 영역의 병변 후에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들의 발성은 모방하지만 자발적으로 발성하는 것은 멈추었기 때문이다.

2. 잠복형-정신분열증

잠복형-정신분열증(latent schizophrenia)은 증상이 외부적으로 현저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잠복형을 경계성-정신분열증(boderline schzophrenia)이라고도 부른다. 경계성이란 감정, 자아 및 대인관계가 전반적으로 현저하게 불안정한 인격장애이다. 이들은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자주 하며 조종되지 않는 분노,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 만성적 권태감과 공허감, 그리고 반복되는 자해행동 및 자살위험 등이 특징이다. 이런 경계성의 특징이 잠복형-분열증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은 현저한 분열성인격(schizoid personality)이 있고, 이상한 행동과 사고장애를 나타내지만, 정신병적 증상을 지속적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1) 잠복형-정신분열증의 특징

잠복형-정신분열증은 현재 증상이 분명하지 않으나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잠복이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다만 이 잠복형-정신분열증은 정신분열의 특징적 형태로 규정하기 애매하다. 깊은 내면에는 인격 파괴가 있고 분열성이 내재한다. 이들은 전술한 대로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이거나 조종되지 않는 분노,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 만성적이 권태감과 공허감, 자해행동과 자살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잠복형-정신분열증은 그 정도가 약하기에 분열형-인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로 규정할 수 있다.

분열형-인격장애의 환자는 실제로 무기력해지고 정신분열증의 약화된 형태이므로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뇌실위축이 보이지 않는 편이다. 분열형-인격장애와 정신분열증에 대하여 덴마크의 코펜하겐의 연구에서 비교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정신분열증과 분열형-인격장애는 같은 가족에서 나타남을 보였고, 다소간 동일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여기에는 주산기 합병증이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를 감안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작은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만약 주산기의 출혈, 저산소증 등이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다면 주산기합병증의 심각성과 뇌실확장의 정도에 의미로운 연관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열증의 아동을 출산하는 여성의 임신이 실제로 다르다는 것을 암시할 수는 있다. 그들은 주산기 간호(perinatal care)를 덜 받은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들은 담배를 보다 더 많이 피고 저체중이기에 임신 전체로 보아서는 차이가 있고 모체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성격은 환경적 요소에 해당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열형-인격장애와 정신분열증은 동일한 문제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잠복형-정신분열증이 일정한 치료를 요구한다는 것이 확실하다.

2) 잠복형-정신분열증과 정동장애의 차이

잠복형-정신분열증은 명확한 구분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 잠복형-정신분열증은 경계선 인격장애로 부른다고 했다. 이 장애는 현실성 있는 계획을 짤 수 없고, 원초적 충동에 저항할 수 없으며, 이차적 과정보다는 일차적 사고가 두드러진다. 따라서 대인관계 양상, 자아상과 정서의 불안정과 극심한 충동성이 초기 성인기에 시작하여 여러 영역에서 지속된다. 이 장애는 처음에는 반드시 입원하여 치료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후에는 외래치료만으로도 회복 및 호전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이 연구에서 스톤(M. Stone)은 2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4분의 3 정도는 외래치료만으로도 호전된 것을 입증하였다. 실제로 잠복형-정신분열증은 점차 정동장애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알려진다. 장기간의 추적조사에 의하면 정동장애와 69%의 중복현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정동장애 중에서도 우울증과의 구분은 흥미롭다. 주요우울증과 잠복형-정신분열증(경계선 장애)의 특성을 구분하면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공통점은 조기에 발생되어 지속되는 우울, 무가치감이나 절망감, 대상갈망, 관계에 있어 의존적임, 유익한 자존심 등이다. 여기에 주요우울증은 죄의식이나 후회, 위축감이나 안절부절 못함, 자살사고 및 행동, 안전된 관계 형성, 패배와 실패염려, 돌보아짐을 받아들임, 더 심한 불수의적 착각 등의 증상이다. 그 반면에 잠복형-정신분열증은 외로움, 공허함, 반복되는 자살기도, 의식적 분노, 강압적이고 적대적인 의존관계, 대인관계 상실과 이별에 대한 염려, 의존을 동반한 자기만족의 증상 등을 갖는다. 이런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잠복형-정신분열증과 우울증과의 중요한 구분은 주요우울증에 비해 죄의식이나 후회가 없으며 대인관계에서 적대적이나 자기만족의 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잠복형-정신분열증에서는 환자의 4분의 3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정동장애의 관련성을 높이는 것이어서 특이하다.

3) 잠복형-정신분열증의 치료에서 고려할 사항

잠복형-정신분열증의 치료에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것은 화해기의 발달 장애, 불충분한 양육, 분리-개별화에 나타는 기질적인 문제, 유전적으로 타고난 중추신경계의 문제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다음 3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치료하는 것이 상당한 비중을 얻고 있다. 그것은 학대성향, 정신적 외상의 경험, 어린 시기의 이별과의 경험 등이다.

첫째로 학대성향의 고려이다. 학대성향은 이들이 아동기의 학대받은 경험과 관련된다. 잠복형-정신분열증을 겪은 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아동기에 학대받은 경험과 관련되는 측면이 있었다. 연구에서 아동학대를 언어, 신체, 성적 학대 등 세 가지로 구분하여 외래치료를 받는 경계선적 장애 환자 50명, 감정부전장애 26명, 반사회적 장애 29명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경계성적 환자들 중 58%는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중에 하나를 경험하거나 또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이들에게 언어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에 비해 흔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언어 학대 역시 심각한 무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하다. 절대 비교에 의하면 경계성 환자의 72%가 언어적 학대를, 46%가 신체적 학대를, 26%는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연구결과는 경계성적 장애자가 여러 학대성을 경험하거나 관련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대성향은 인격의 존귀함으로 수용되어야 하는 측면이다. 존재의 귀중성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 치료에서는 존재의 인정과 귀중한 가치로서의 의미부여를 통하여 상쇄하려는 경향이다. 치료자가 이런 존재의 가치를 높여주고 환자의 고유한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로 정신적 외상에 대한 경험이다. 연구에 의하면 잠복형-정신분열증 환자의 대부분이 과거에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들이 외상 후에 갖는 스트레스성과도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들의 30% 정도는 스트레스장애에 해당했다. 이로써 스트레스성은 외상기억과 관련되는 반면에 잠복형-정신분열증은 대인관계에 유발되는 편이 다른 점이긴 해도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소아기 외상의 경험이 흔히 분열, 부정, 투사적 동일시 등 내적 상(image)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에게 학대하는 가학적인 부모는 환상 속의 이상적인 부모상과는 달리 분리된 채로 유지되어 학대하는 부모가 더 이상 이상적 부모를 파괴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대받은 아동은 자신에 대해서 악하다거나 혹은 강하다거나 하는 왜곡된 표상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러한 연구는 스트레스성 장애와 잠복형-정신분열증이 현상적으로는 중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력을 더 정확히 조사하면 지속적인 양상, 성격특성, 성인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구분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치료에서 과거의 외상은 아물게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와 정리로만 가능하다. 환자는 과거의 상처를 스스로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해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셋째로 어린 시기에 이별의 경험이다. 잠복형-정신분열증 환자의 74%가 18세 이전에 돌보는 양육자를 상실하거나 이들과 오랜 기간의 이별을 경험한 것이 드러났다. 이 결과는 반사회성 환자나 감정부전장애 환자와 유사한 증상이지만, 잠복형-정신분열증은 대개 소아기의 이별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감정부전장애와 구분되고 있다. 특히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무시당한 경험은 아동기에 이별의 경험과 관련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른 연구에 의하면 잠복형-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우울증 환자에 비하여 부모, 특히 아버지에 대한 척도에서 더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으로 평가한 것이 특이하게 드러났다. 치료에서 이별의 불안은 일종의 분리불안이기에 그들은 자신감이 결여되므로 내동댕이쳐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이제 분리불안이 그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치료는 가족관계의 유대관계를 든든하게 해야 한다. 가족은 어떤 경우에도 그를 사랑하고 있기에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음을 환자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이때 환자와 어머니, 아버지의 관계를 개선시켜야 하는데, 이는 부모가 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분리불안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잠복형-정신분열증의 유발과 치료에서 중요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육기에 부모와의 관계,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 과거의 외상, 체질적 요인과 관련을 갖는다. 이것은 잠복형-정신분열증의 분류기준이나 유발요인이 그만큼 다양함을 의미한다. 여기서도 어떤 경우든지 신체적, 성적, 언어적 학대와 상당히 관련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리, 손목절단이나 기타 자해행위, 과다각성, 과거회상 등의 현저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잠복형-정신분열증은 신경생물학적 및 유전적 연구가 환경의 스트레스와 기질과 관련되어 연구되는 등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 잠복형-정신분열증에서는 감정적이며 충동적인 성격특성이 가족적으로 전달된다는 증거를 발견하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3. 잔류형-정신분열증

잔류형-정신분열증(residual schizophrenia)은 정신분열증의 현저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이다. 이런 잔류형은 증상이 아직 남아있기에 치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 증상이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 정도이다.

1) 잔류형-정신분열증의 특징

잔류형-정신분열증은 현저한 정신병 증상을 동반한 정신분열증의 에피소드(episode)가 한 번 이상이었고 현재는 증상이 없는 경우이다. 다만 우둔하고 부적합한 감정, 사회적 후퇴, 괴상한 행동, 비논리적 사고, 허술한 연상 등 부수적 정신분열 증상만이 계속 남아 있는 유형이다. 다시 말하면 감정의 둔마와 사회적 후퇴, 괴이한 행동, 비합리적 사고나 사고연상의 이완 등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이 잔류형은 상태적으로 잠복형과 유사하지만, 단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명백한 정신분열증의 발병전의 단계에 있으며, 잔류형은 발병이후의 상태이다. 잔류형이나 잠복형-정신분열증은 모두 통원이 가능하므로 통원가료성-정신분열증(ambulatory schizophrenia)이다.

이에 대한 증례로 32세의 남성 정신분열증 환자를 들 수 있다. 그는 4년 전 정신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퇴원한 후 월 1회씩 통원가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병원에 올 때는 반드시 어머니와 함께 온다. 혼자서 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환자는 일류 상과대학 4학년 첫 학기에 정신분열반응을 일으켰다. 그 이래 9년 동안 8번 정도 여러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입원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4년 전 퇴원한 이래 페노티아진 유지치료 과정에 있다. 환자의 상태는 입원할 정도의 증상의 악화는 나타나지 않으나 아직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하루 30분씩 공놀이를 하고, 간단한 집안 심부름이나 친척집 방문, 또는 삼국지 등 예전부터 익숙한 책을 약간씩 읽는 정도이며, 거의 자발적 행동은 없고 간혹 바보처럼 웃는 반응을 보인다.

더욱이 환자는 다른 섬세한 감정반응도 결여되어 있고, 안면표정은 거의 무표정하고 멍한 상태이다. 그러니까 의사소통에서도 지리멸렬한 상태는 아니지만 다소 탈선적이거나 거리가 먼 측면을 나타내고 있다. 그 환자는 때로 “고등학교 때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수학을 공부해야겠다”, “사람들 생활에 편리한 것을 만들어내야겠다”고 한다. 그래서 수학이나 공학에 관한 외국 원서를 사서 들여다보거나 종이에 남들이 보아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도면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보는 부모는 걱정만 되었다. 그 동안에 직장생활은 물론 이성관계나 정서적 취미생활도 없었고 인간관계의 범위도 가족과 가까운 친척집의 의례적인 방문에 국한되어 있었다.

잔류형-정신분열증은 정신분열증의 현저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잔류형은 현저한 정신병 증상이 현재에는 없는 경우이지만, 완전히 치료된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우둔하고 부적합한 감정, 사회적 후퇴, 괴상한 행동, 비논리적 사고, 허술한 연상 등 부수적 증상들이 계속 남아 있다. 이런 증상은 감정의 둔마와 사회적 후퇴, 괴이한 행동, 비합리적 사고나 사고연상의 이완 등이 특징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2) 잔류형-정신분열증의 상담치료

잔류형은 상태적으로는 잠복형의 명백한 정신분열증의 발병 전 단계와 달리 발병 후 상태라는 사실이다. 다만 잔류형이나 잠복형-정신분열증은 모두 통원이 가능한 통원가료성이다. 이런 잔류형은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를 하면서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잔류형의 상담치료는 다음 3가지를 중심으로 지향해야 한다.

첫째로 의식적 자각능력의 향상이다. 의식의 문제는 정신분열증의 전형적인 장애적인 증상이다. 그것은 정신에서 사고의 기능이 문제로 드러나는 이유이다. 정상적인 의식적 자각의 능력은 기능적 해부학으로는 전두엽과 관련된다. 전전두엽 구조들은 인지와 행동의 시간적 구성에 관여한다. 전전두엽 피질의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은 뉴런활동(neuronal events)의 일련의 구성을 저장하고 기록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시간 경과를 기억하기 위하여 이 부위의 특정 뉴런들의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견해에는 경험적 증거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전전두엽 피질은 의식적 자각의 시간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인식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을 축으로 하는 기능이라면 개체가 인과성(causality)을 인식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증가된 일련의 인지를 요구하는 모든 상황들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신적인 노력을 하는 동안 전두엽 기능항진을 촉진시킨다. 그 반면에 이러한 부위에 감소된 대뇌혈류를 동반한 전전두엽 기능의 장애나 상실은 원인과 효과를 적절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정상적인 의욕의 향상이다. 정상적인 의욕(volition)은 능동적인 움직임이나 인지적인 행동들을 수행하는 능력의 문제이다. 의지적인 행동은 해부학적으로는 전두엽에 저장되어 있는 인지와 행동의 활동 계획을 변형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변형은 양쪽 반구의 차이와 부위에 따른 특이성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프리드(C. D. Frith)와 그의 동료들에 의한 의지지적 활동의 PET연구에 의해서 얻어진 견해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병약한 의지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들은 조리 있고 안정된 심리적 장치(mental set)를 만들지 못한다.

이들의 심리적 장치는 미래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의지적 활동을 위해서 뿐 아니라 인지와 행동의 적절한 시간적 구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이다. 의지력의 장애는 목적지향적인 행동의 결여뿐 아니라 감소된 언어표현과 무활동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전두엽 기능저하 양상, 그와 유사한 환자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여기에는 자폐증, 비활동성과 전두엽 기능저하 사이에 보이는 상관성은 전두엽 기능저하가 의지적 활동에서 전전두엽 기전을 변형하는 정상적인 능력의 장애를 알려주는 주는 것도 해당한다.

셋째로 감각정보를 인식하는 구심성 체계의 조절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감각정보를 인식하는데 심각한 변화가 동반되어 있다. 그들은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 파국반응을 일으키는 감각 범람뿐 아니라 감각의 지각에서도 전반적인 변화가 있다. 그들은 기이한 청각적, 시각적인 감각을 호소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환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중추신경계의 구심성 측면에서 나오는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들은 물론 정신병의 기저가 되는 장애에 의해 영향을 받는 출력기능만이 아니라 대뇌활동의 시간적 구성에 기본적으로 역할을 하는 전두엽과도 관련되리라는 생각이다. 전전두엽의 구조는 지속적으로 뇌에 충격을 주는 감각연발에 감추어진 시간적 구성의 인지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두엽이 감각입력의 기본적인 조절, 즉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억제하여 입력신호의 선택에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억제는 정신적, 인지적 장치의 유지에 기본적인 바탕이기에 전두엽을 향한 시상-피질 경로의 일시적인 차단은 감각 인지와 행동에 심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 차단이 일어나는 동안에 의식이 완전히 있는 동물들(고양이)은 그들의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상실하고 심한 산만성과 무관심을 나타낸다. 이는 감각입력의 억제의 감소나 상실은 비정상적인 감각인지와 산만성을 이끌어 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구심성 신호들만이 뇌의 전형적인 감각경로에서 전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매우 빠르게 전전두엽 구조들로 전달되면서 일련의 순서적인 성질이 인식되어지고, 정상적인 일련의 인지와 행동에 대해 활동 프로그램의 생성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잔류형-정신분열증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여 살펴보았다. 이런 고찰은 물론 환자에 따라 그리고 치료자에 따라 일정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다만 전두엽 기능저하 피질 양상이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음성증상들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두엽 기능저하는 모든 경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질병특유의 특징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PET연구에서 전두엽 기능저하의 현상이 확증되어 그것이 제한적인 진단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과 정신분열증의 특정 증상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정신분열증에서 많은 가능한 뇌기능 이상들 중의 하나는 전전두엽 기전의 이상과 짝을 이룬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전전두엽 기능 부전은 원심성 측면에서는 감소된 언어 출력뿐만 아니라 자폐적, 비활동성의 행동 증상들과 분명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어적 장애는 병약한 의지(sick will)의 징후, 즉 정신분열증 환자들에서 종종 보이는 비정상 의욕의 증상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전두엽 기능부전은 구심성 측면에서는 감각범람, 증폭된 산만성 등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들을 일으킨다. 이는 전전두엽 기전이 감각정보들의 순차적인 성질을 인지하도록 적절히 작용하지 않아서 그런 증상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원심성뿐 아니라 구심성 기능 이상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에서 심각한 의식적 자각의 장애를 유발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적 구조의 관여에는 기저핵, 측두엽, 그리고 해마 등의 구조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구조들이 정신분열증의 특징적인 인지와 행동을 결정짓는 손상된 시간적 구조에 관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중추신경계의 주요기능이 입력의 선택과 반응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분열증에서 일련의 입력신호의 선택적인 상실이나 손상이 있고, 인지적 및 행동적 반응의 선택에도 장애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치료에서 의식적 자각과 의지의 향상 그리고 구심성 체계의 조절은 깊은 의미를 갖는다. 의식적 자각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시간적 구조를 일으키는 전전두엽 기능부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아동기-정신분열증

아동기-정신분열증(childhood schizophrenia)은 사춘기 전에 발병하는 정신분열증 유형이다. 아동기에 정신분열증이 발병하는 것은 자폐증과도 상당한 관련성을 갖는다. 정신분열증의 개념을 정립한 오이겐 블로일러(Eugen Bleuler)는 자폐증이 정신분열증의 전 단계라고 했다. 물론 모든 자폐증이 정신분열증으로 이행되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가능하다. 자폐증 아동을 가진 부모가 유달리 관심을 갖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아동기 정신분열증의 특징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자폐성, 내향성, 비정형적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어린 연령, 심지어 유아기에서도 발병할 수 있으며, 그 예후도 좋지 않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유병률은 0.03% 정도로 극히 적으며, 성인 정신분열증의 유병률의 1/10에 해당하는 정도이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증상은 성인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이 어렸을 때에는 자폐증(autism)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자폐성-아동은 만 1세 전에는 운동행위(motor behavior)의 이상과 근육긴장의 이상을 나타낸다. 이들의 기능은 2세나 3세까지는 일반 아동과 발달이 비슷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소 뒤떨어진 발달을 보인다. 유아자폐증(infantile autism)의 현저한 양상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불능이다. 그러니까 유아자폐증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 쳐다보지 못하고 허공을 쳐다보거나 대화에서는 감정교환이 되지 않음을 느낀다.

2) 자폐성으로 나타나는 아동기-정신분열증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일단 자폐성으로 나타난다고 전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자폐성을 가진 아동을 특별한 관심을 갖고 돌보아야 한다. 그것은 자폐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분열증으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폐성-아동은 정상적 지능에도 5-6세 전까지는 말을 배우지 못한다. 또 배웠던 말을 2-3세에 갑자기 잊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 자폐성 아동은 다른 아동과 정상적인 놀이를 할 줄 모르며, 어머니의 애정이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태도에도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할 수 없어 강아지나 다른 애완동물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의 행동은 반복적, 상동적이므로 무엇을 붙잡는 행동, 입놀림 또는 소리를 지르기 등을 목적 없이 되풀이한다.

이들은 특히 신체에 이상을 보인다. 또 때로는 운동협조가 정상적이지 못하며 한 곳을 맴도는 행동을 보인다. 아동기-정신분열증 환자는 성인 정신분열증보다 항상성기전(恒常性機轉)에 심한 장애를 보이므로 성인 정신분열증 환자와는 달리 수면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자폐증적이지 않은 후기 아동기-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지능도 높고 조숙한 측면을 있으면서도 자기 주위 사람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지 못한다. 이런 아동기-정신분열증에서도 매우 드물게 성인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함구증, 괴상한 자세 및 한 자세를 굳어진 것처럼 있을 수 있는 납굴증을 수반하는 긴장성혼미를 보이는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증례로 초등학교 3학년 휴학 중인 어린 소녀를 들 수 있다. 나이에 비해 체구가 몹시 작은 편이었으나 용모는 매우 깜찍하다. 소녀는 어머니에 이끌려 어색하게 진찰실로 들어와서는 묻는 말에 일체 대답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의사소통을 무시한 채 한 곳만 응시하고, 계속 눈꺼풀만 깜박인다. 표정은 이상야릇하고, 머리로는 원을 그리며 돌린다. 두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이상을 모양을 만드는 행동을 반복해서 되풀이한다. 침을 계속 뱉고 중얼거리다가 툇 소리를 내고는 뚝 그치기도 한다. 소녀는 이런 이상한 행동만을 계속하므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 소녀의 기왕력은 다음과 같다. 3남매의 중간에 해당하는 환자는 가난 중에 태어났다. 어머니는 잘 먹지 못해서인지 체중 미달로 출생하였고, 젖도 부족했다. 그런 형편인데 곧바로 동생이 태어났다. 젖을 정상적으로 먹이지 못해 영양 및 발육상태가 부족한 편이었다. 소녀는 다른 애들보다 허약하게 자랐고, 말도 적은 편이고, 샘이 많아 동생과 자주 다투곤 하였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한동안 학교를 싫어해 어머니가 억지로 보내었으나 성적과 출석은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다. 친구들도 없는데다 1년 전 시골서 서울로 이사하고 전학하여 친구를 사귀기에 힘들었다. 전학 후에는 더욱 말이 적어졌고 동생과 집에서 싸우는 일도 더 잦아졌다.

8개월 전에는 동생과 싸웠는데, 그때 어머니가 꾸중을 하자 소녀는 갑자기 어머니를 때리며 덤벼들었다. 그 광경을 목도한 아버지가 소녀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그때 소녀는 잘못했다고 빌면서 몹시 혼이 난후 1주일간은 학교도 잘 나갔다. 그 후 소녀는 학교에서 멍청해져 흐느끼듯 움찔움찔하고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있다가 울기도해서 선생님이 집으로 데려 왔다. 그 후 말이 없고, 혼자서 “아니야, 아니야”. “살려 달라!” 빌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러지, 내가 미쳤지!” 하고 중얼거렸다. 눈동자를 사방으로 움직이며 눈꺼풀을 깜박이다가 두 눈을 꽉 감기도 한다. 밤에는 잠을 못자고, 깜짝깜짝 놀라며 밥도 먹지 않고, 계속 침을 뱉는 등의 이상한 증세를 나타내었다. 이에 놀란 부모는 한약도 먹이고, 침도 맞히고 기도원에도 데리고 가 보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근래 소녀는 하루종일 그네를 타자고 졸라댈 때도 있고, 하루 종일 초콜릿만 먹을 때도 있다. 자기 요구를 안 들어주면 마구 어머니 얼굴을 할퀴곤 해서 어머니 얼굴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밤새껏 방에 불을 켜 두게 하고, 어머니에게 간혹 “미친년”, “조그만 게 까분다”고 말한다. 때로 부모가 할 욕을 자기가 대신하기도 하고, 콧구멍을 코피가 날 때까지 후비기도 한다. 오른손으로 자꾸 자기 다리를 때리기도 하고, “아가씨 가슴속으로 들어가라!”고 이상한 말을 내뱉는다. 8개월 전 발병 이후로는 소녀와 의미 있는 의사교환도 되지 않는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이상행동을 반복하기에 이해할 수도 없고 어떻게 대응할 수 없었다.

3)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치료

아동기-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는 증상의 원인과 특징에 따라 치료적인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치료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야 한다.

첫째로 증상에 따른 치료의 구분이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증상으로는 성인과 다르다고 했다. 그것은 초기에 자폐증 경향으로 나타나는 것과 몇 가지 제한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동기-정신분열증이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는 의미이다. 전반기, 즉 학교입학 전까지의 정신분열증은 자폐성을 보인다. 이들의 자폐성은 만 1세 전에는 운동행위의 이상과 근육긴장의 이상을 나타내고, 2세나 3세까지는 일반 아동과 발달이 비슷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소 뒤떨어진 발달을 보인다. 이는 조기에 정신분열증을 발견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유아자폐증의 현저한 양상은 정상적인 의사소통 불능이므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 쳐다보지 못하고 허공을 쳐다본다. 이로써 대화에서는 감정교환이 되지 않고, 또한 정상적인 지능에도 불구하고 5-6세 전까지는 말을 배우지 못한다. 다른 아동과의 정상적인 놀이를 할 줄 모르며, 어머니의 애정이나 다른 사람의 따뜻한 태도에도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생물과 무생물과의 구분을 할 수 없기에 강아지나 다른 애완동물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의 행동은 반복적이며 상동적이므로 무엇을 붙잡는 행동, 입놀림 또는 소리를 지르기 등을 아무런 목적 없이 되풀이한다. 이들은 특히 신체상에 이상을 보인다. 또 때로는 운동협조가 정상적이지 못하며 한 곳을 맴도는 행동을 보인다. 게다가 아동기-정신분열증 환자는 항상성기전에 심한 장애를 보이므로 수면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둘째로는 전반기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치료이다. 전반기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자폐성향을 중심으로 치료하여야 한다. 자폐성향이란 극심한 고독의 일종으로 자기에의 함몰이나 주관적인 정신활동에의 함몰을 의미한다. 이들은 환경의 동일성에 대한 강박적인 요구나 무생물대상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이런 아동기 자폐성향은 자기 고립적이라는 것과 환경에서 단조로움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심리 및 정신수준이 심하게 지체된 수준 뿐 아니라 매우 우수한 지능수준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이는 각각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예후 및 치료가 달라지는 양상임을 시사한다.

자폐증의 기본적인 결함은 일단 지각 또는 인지적 결함이다. 자폐증이 잘 연구되기 이전에 자폐증은 정서접촉의 부족, 그리고 생의 초기부터 다른 사람과 거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무능력으로 보았다. 그러나 점차 정서적 장애가 다른 결함을 야기시키는 자폐증의 핵심적 원인이라고 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관계부족이 아동에게는 언어와 사회행동의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자폐증은 지각 및 인지의 장애로 인정되고 있다. 지각 및 인지의 장애가 끝내는 정서적, 사회적 장애를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자폐증에 준하는 치료는 인지능력과 언어의 향상, 그리고 관계의 향상을 이루는 것이다. 이들의 인지능력의 결함은 자연히 반응이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치료자든 부모이든 간에 무던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이때 야단치기보다는 이해하고 수용하여 이들의 위축된 자아를 확장하는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때로 이들은 특별한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위를 기울이는 과잉선택성(overselectivity)경향도 갖는다. 이러한 과잉선택성은 정상아동에게도 다분히 있으나 자극형태에서 특별한 선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시각적인 것보다는 청각적인 것에 더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다. 더욱이 언어결함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언어의 사용과 발달을 방해하는 사회관계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인지적 무능력이가고 결론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실제적인 언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연속적 언어와 추상적 기술을 요구하는 과제를 잘 이행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런 인지적 결함은 꾸준히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배려를 해야만 한다. 이런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는 부모의 책임에 달려 있다. 변함없는 사랑을 아이에게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법은 물론 원인론을 상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로 자폐증의 원인과 치료이다. 자폐증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한 가능성으로서 정서적 결함 대신에 인지적 결함으로 장애를 개념화 하는 추세가 있고, 심인성에서 생물학적 원인으로 보려는 결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인성을 주장하는 학자의 견해로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역할과 정신병리를 강조한다. 이에 대한 극단적 견해로는 부모의 일탈된 성격을 통해서 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정상인 아동이 자폐아로 되어 간다고 본다.

비교적 덜 극단적인 견해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취약성이 있는 아동을 비정상적이 되도록 부모가 더 악화시킨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 중에 상당히 지지를 받는 이론 중에서는 자폐증이 초기의 불만족스럽고 위협적인 경험에 연루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는 성격과 자아의 정상적인 발달은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가운데 자신이 행동하고 감정을 전달하는데 적절히 사랑받음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정신역동적인 입장에 근거한다. 이러한 과정은 초기의 부모로부터 철저히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젖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는 등의 어머니의 반응이 후일에 자동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을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그에 반해 생물학적인 요인으로 보는 입장은 임신과 관련성을 인정한다. 임신 초기에 풍진에 걸린 여자는 자폐증 아이를 낳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징후는 정신지체와 종양을 나타내는 유전적 장애라는 경화증과 선천성 매독과 같은 신체적 조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자폐증 아동의 발생률은 출생 전 또는 출생 후의 좋지 못한 조건에서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외에도 임신과 출생 후 처음 몇 년간에 발생한 중추신경의 어떤 손상에서 오는 징후가 있어 최후의 공통된 통로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심인성 요인이 자폐증의 출현이나 형성에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데, 이는 환경적 요인이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증의 요인을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일부의 자폐증은 일차적으로 심인성 영향에 의해 결정되었을 가능성, 환경적 스트레스와의 상호작용이 증후에 영향을 주는 일종의 기질적 손상, 가족의 영향은 생물학적 결함이 있는 아동에게는 손상이 됨, 환경적 요인이 원인은 아니라 해도 자폐증의 진전과 예후에 영향을 준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치료적 차원으로서는 교육적 경험과 가정환경이 작용하여 자폐적 행동을 변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넷째로 후반기 아동기-정신분열증의 치료이다. 후기아동기-정신분열증의 치료는 전반기와는 다르다. 일단 그 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후기 아동기-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일단 자폐증적이지 않다. 이들은 지능도 높고 조숙한 측면을 있으면서도 자기 주위 사람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지 못한다. 이런 아동기-정신분열증에서도 매우 드물게 성인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함구증, 괴상한 자세 및 납굴증을 수반하는 긴장성혼미를 보이는 수도 있다. 아동기-정신분열증은 성장기에 있다는 점에서 약물치료를 한다면 미약한 정도에서 해야 하고, 대부분은 상담치료를 하는 것이 대체로 효과적이다.

상담치료는 심인성에 원인을 두는 것으로 대개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 및 활성화시키는 수준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동을 요구하거나 이해하기보다는 아동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다. 개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그 아동에 맞는 요구를 해야 한다. 다른 아동과 비교하여 발달수준이 낮은 것을 야단치거나 소외시키지 말고 더욱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따뜻한 사람의 관심은 일단 인정과 긍정으로 나타나야 한다. 아동의 능력을 일단 긍정해주고 인정해줄 때 아동은 자신의 자아를 확대시켜갈 수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꾸중이나 야단치는 행위는 이런 아동에게는 더욱 자아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은 이 아동에게 적합한 말이 될 것이다.

5. 정리: 최근 연구와 약물치료로 치료율 향상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 정신분열증 유형과 치료증례에 대하여 기술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치료되는 것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정신분열증의 특징이기도 하다. 정신분열증은 완전한 치료가 되었다고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증상이 완화되었다거나 사회생활을 할 정도만 되어도 어느 정도 치료에 가까운데, 이는 사실적 관계형성 능력의 향상이다. 실제로 의학상 치료의 개념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 깨끗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도움 없이 한두 박자가 늦더라도 스스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치료는 그들이 타인에 대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칭찬, 비난, 타인의 느낌 등에 무관심하지 않으면 긍정적이다. 여기에 사고, 언어, 행동 등에 괴상한 증상을 보이지 않을 정도이면 되는데, 마술적 사고, 관계사고, 편집성 관념이 조금 낮아지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은 30% 정도는 완치되는 경향이 있고, 30% 정도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고, 30% 정도는 치료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최근 연구와 약물개발로 점차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의 치료에는 약물로만 아니라 상담치료, 또는 종교적인 신앙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 될 것도 생각할 때가 되었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을 때 정신분열증의 치료는 더 이상 불가능한 질병이 아닌 정도로 될 것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