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21세기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글로벌 대학’ 한동대가 창립 19년 만에 새로운 총장을 선출했다. 내년 2월 취임하는 장순흥 제5대 총장(59)은 저명 과학자 출신에 KAIST 교수를 역임하는 등, 19년간 학교를 이끌어 온 김영길 초대 총장과 여러 모로 닮은꼴이어서 화제가 됐다.

장순흥 신임 총장은 지난 1976년 서울대 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MIT에서 핵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KAIST 교수로 부임하여 교무처장과 기획처장을 거쳐 대외부총장 및 교학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벤틀리(Bently)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원자력안전전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스스로에게도 KAIST에서 32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돼 ‘새로운 도전’이라는 장순흥 신임 총장과의 일문일답.

▲장순흥 총장은 “한동대는 기독교계와 한국 교육계가 이뤄낸 걸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먼저 소감과 각오를 전해 주십시오.

“한동대는 지난 19년간 신생 학교이자 좋은 학교였고, 한국의 기독교계와 교육계가 이뤄낸 걸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학교에서 김영길 총장님에 이어 두번째로 총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하게 자란 학교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대학교들은 큰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당장 4년 후인 오는 2018년이 되면, 대학생 정원이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이들 중 크리스천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우리 학교에는 또다른 위기입니다. 거기에 지방대학으로서 이 파도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하는 ‘거룩한 부담감’이 있습니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많이 해결되고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내려가서 교수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대학이 20년 가까이 새 총장 선임 경험이 없다 보니 학생과 교수님들의 참여가 부족한 면 등 절차적으로 미숙했던 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만큼 학생들이 학교에 애착이 많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장 선임에 대해서도 다른 대학들보다 관심이 많겠지요.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이사회에 건의해서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인수위원으로 활동하셨고 KAIST에서도 오래 가르치셨는데, 한동대로 옮기겠다는 결심을 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인수위원을 맡았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연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창조경제를 위해 일했는데, 이는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일도 중요하지만, 제게는 하나님 일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한동대에서는 19년 만에 총장이 바뀌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을 했지만 32년 간 몸담았던 KAIST를 떠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기도하는 가운데 큰 결단을 했습니다.”

-한동대 하면 김영길 총장님이 떠오르는데,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차별화하실 계획이신가요.

“김 총장님께서 그 동안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과 세계를 품는 글로벌 교육을 잘 해오셨다고 봅니다. 인성교육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좀 더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대 학생들이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필요한 문제들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 문제라면 빈곤 문제나 에너지·환경·보건 문제 등이 있겠지요. 좀 더 말하자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빈곤이나 물 부족, 건강 문제 등은 계속해서 중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풀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마음에 품고 인식하게 하는 것부터 필요합니다. 지역을 보자면 한동대는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데, 포항을 비롯해 영덕, 울진 등 이런 지역들이 발전해야 대학에도 좋습니다. 저희가 일자리 창출 내지는 신성장동력을 개발해야 지역에도 좋고, 결국 학생들이 혜택을 입게 됩니다. 저도 첫 해에는 부족하겠지만,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임 총장님과 비슷한 면이 많으신 듯합니다.

“둘 다 과학자에다 창조과학자잖아요(웃음). 과학자로서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창조과학자인 점을 불교보다는 기독교에서 더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적 신앙인으로서, 창조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창조와 구원, 부활 세 가지 말입니다. 창조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요.

인수위원 시절 ‘창조과학자’인 점이 논란이 됐는데, 오히려 기뻤습니다. ‘아, 과학자도 창조를 믿는구나’ 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하나님 믿는 과학자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조용히 믿고 있습니다. ‘창조’를 믿는다고 하면 ‘비과학적’으로 볼까봐 알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소위 피켓 들고 반대하는 분들까지 있었으니까요.

저는 크리스천들이 생활로 연결되는 신앙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성경공부 열심히 하고 기도와 예배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 속에서 예배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삶 속에 사랑이 넘쳐야 전도가 되지, 불친절하고 자기 욕심만 챙긴다면 전도가 되겠습니까? 지금 보면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는 열심인데 직장에서는 티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순흥 신임 총장은 “‘오랜 지구’ 논쟁 같은 경우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음을 부인하는 데까지 가선 안 된다”며 “과학은 보이는 것으로만 해야 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법”이라고 했다. ⓒ이대웅 기자

-비록 한동대가 신학대는 아니지만 기독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잘 지켜왔는데, 갈수록 미션스쿨의 사명 수행은 힘든 현실입니다. 묘안이 있으신지요.

“정말 큰 숙제입니다. 한동대가 소중하다는 것은 비교적 신앙을 잘 지키면서도 우수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를 계속해서 잘 해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게 맡겨진 소명이기 때문에, 거룩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랑’을 강조하려 합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깊이 깨닫고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요? 두번째로는, 마태복음 25장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남을 도와주고 싶지만 능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갖고 있는 달란트로 다른 이들을 도울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 사회가, 세계가 잘 되려면 사랑하겠다는 마음이 많아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은 있지만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지만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동대는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고자 합니다. 능력을 기르려면 좋은 교육을, 사랑하는 마음은 인성교육으로 기르고자 합니다.”

-지난 ‘이슬람 학생’ 논란처럼, 한동대에는 기독교 학생들만 입학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방식의 교육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 저는 짧게라도 성경을 좀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성경, 하나님에 대해서요. 오히려 평신도이기 때문에 목회자들보다 더 신경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KAIST에서도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 성경을 요약해서 가르쳤습니다.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고, 성경을 모르면 서양 역사를 비롯해 문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이라면,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지요. 믿고 안 믿고는 둘째 문제이고, 성경은 알아야 합니다.

이슬람 문제는 좀더 복잡하지만, 지혜롭게 처리해야겠지요. 이는 저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전체의 문제입니다. 혼자 고민해서 될 일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능을 마치고 원서 접수를 앞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인성’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착한 사람이 이깁니다. 한동대야말로 인성을 기를 수 있는 대학입니다. 그리고 한동대는 계속해서 세계를 품으려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지역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동대에 오시면 글로컬(Global+Local)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동대는 가장 실력 있는 사람, 실제적 문제를 잘 발견하고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배출할 것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