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성 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신학충돌 Ⅰ·Ⅱ>를 통해 WCC 비판에 앞장섰던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이 6일 서울 연지동 카페 다사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참관 결과를 보고했다. WCC 반대 주요 인사들 중 유일하게 총회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산에서 통곡하셨다”고 이번 총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덕성 총장은 “이번 부산총회를 시작부터 끝까지 참관했는데, 과연 화려하고 질서 있고 흠모할 만한 것들이 많았으며, 다양한 기독교 유형을 포용하고 일치시키는 모습은 놀라움까지 자아냈다”면서도 “WCC 에큐메니칼 운동은 21세기 기독교 운동의 큰 물줄기이지만, 화려하고 거창한 행사 속에 교회의 생명력을 빼앗는 독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부산총회에서 확인한 것은 그간 제가 해왔던, WCC 신학에 대한 연구와 지적이 정확했다는 것”이라며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 종교대화주의, 사회구원 지상주의, 용공주의, 로마가톨릭주의, 개종전도 금지주의, 가시적 교회일치주의, 성경불신주의 등을 변함없이 지향하고 표방했다”고 했다.

그는 “부산총회에서 WCC는 복음적으로 회귀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산총회를 계기로 WCC가 복음적으로 변화되리라는 복음주의자들의 예측은 빗나갔다”며 “이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오판으로 교회는 진리에 대한 민감성을 상실했는데, 이 같은 오판은 ‘WCC와 역사적 기독교의 충돌’이라는 신학 패러다임의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총회 현장에서는 참관자의 경우 발언할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신학적 기조를 바꾸는 발언이 애초 불가능하고, 중요한 신학문서들의 경우 전임(專任) 신학자들과 WCC 관계자들이 미리 완성하고 해당 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종결짓는 등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 자체가 없었다”며 “문서 작성과 보완 발언은 회원교회가 파송한 소수의 총대들(delegates)만 할 수 있는데,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총대로 파송받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므로 총회 장소에서는 이를 선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듯 참관 결과 WCC 총회의 모든 회무와 발표 내용은 미리 준비되고 치밀한 계획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음을 볼 때, 지난 제7차 캔버라 총회에서 일어난 종교혼합주의적 ‘초혼제 푸닥거리 한마당’은 WCC의 신학적 흐름을 예술적 형식으로 보여준, 계획된 행사였음이 자명하다”며 “이는 WCC가 지금까지도 초혼제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하지 않은 것만 봐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덕성 총장은 “부산총회는 단 한 차례도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 고백하지 않았다”며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버린 채 ‘의견 수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총장은 “성경을 언급할 때도 그것이 제시하는 핵심 진리인 십자가 복음은 배제한 채 인권과 정의, 평화와 환경, 빈곤 극복, 자본주의 타도 등 사회복음 지상주의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며 “폐회식에서 ‘오직 예수 구원자’라고 말한 김삼환 목사의 발언은 오히려 부산총회의 신학적 주지와 불일치했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자기변명 같은 독백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부산총회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죄’와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 도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하나님 나라’를 정의와 평화가 유지되는 ‘세속적 이상 사회’로 환원시켜 복음을 세속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우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선교와 전도 대신 교회의 사회·문화적 책임, 피조물의 생명과 생명충만 활동 자극에만 관심을 가진 WCC는 마치 ‘아이는 낳지 않고 노인복지에만 전력투구하는 꼴’”이라며 “WCC가 강조해 온 ‘전 복음(holistic gospel)’은 입술에 발린 말임을 스스로 보여줬다”고 했다.

관심을 모은 단어 ‘생명’에 대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얻는 영원한 생명(zoe)을 자연적·생물학적 생명인 ‘목숨(bios)’로 환원시켰다”며 “WCC가 말하는 ‘생명’과 ‘생명 충만’은 아프리카 부족 종교도, 우리나라 박수 무당도, 인도의 범신론적 종교 사제도 받아들일 만한 개념이고 뉴에이지 운동의 구루나 미신적 종교인, 마르크스주의 신봉자들도 호감을 가질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령’도 “타종교인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힘·에네르기·정령(精靈)과 구분되지 않는다”며 “WCC의 생명과 성령 개념은 종교통합을 위해 달리는 고속도로”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WCC의 신학에 대해 “인류와 만유를 배반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부정의와 억눌림, 탐욕에서 인간과 피조물을 자유케 하는 활동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것, 곧 선교와 전도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복음이고, 피조물들 회복의 첫걸음은 하나님과 사람의 교통을 가로막는 인간의 죄 문제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 새롭게 발표된 ‘선교-전도 문서’에 대해선 “전도를 ‘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에 대한 한계를 두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고난, 그리고 부활의 중심성을 명백하고 확실하게 하는 선교활동’이라 규정했는데, 이 ‘중심성’이라는 용어로 여러 탈기독교적 해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며 “‘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에 대한 한계를 두지 않고’라는 구절은 WCC 공식 문서들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종교다원주의 선언”이라고 단언했다.

덧붙여 “이 선언서는 ‘지형 변화 속의 선교와 전도’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이 ‘지형 변화(changing landscape)’란 기독교의 요람이던 유럽·북미·대양주 주류 교회들이 극도로 쇠락해 아프리카·남미·아시아 기독교가 주축이 됐음을 뜻한다”며 “WCC는 그러나 ‘지형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인 상대주의 진리관과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독성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총장은 “부산총회 마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WCC 행사장에 들어오지도 못한) 반대운동가들의 ‘WCC가 교회를 죽인다(WCC Kills Church)’는 피켓이었다”며 “동성애자에 대한 논의 당시 그리스정교회 루크 박사가 ‘일치 성명서에 반대 주장들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던 발언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이 항의자들이 WCC의 복음화에 이바지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는 WCC가 오히려 그것에 굴종했고, WCC에서 한국을 총회 장소로 결정한 이유 자체가 돈 때문이었다”며 “부산총회는 역대 어느 때보다 참가국 수나 인원, 환대 차원에서 가장 화려하고 성대했는데, 총대들은 호사스런 곳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 1달러 이하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권과 빈곤, 평등과 연대투쟁 따위를 논하는, 격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WCC 이후’에 대해 최덕성 총장은 “성경을 사랑하며 예수 그리스도 구원 유일의 진리를 전파하고, 교회의 복음 변증적 사명을 감당하는 진리의 용사들이 기지개를 켜고 사자처럼 일어나면 WCC의 독성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박해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학자·목회자와 기독론과 구원론 중심의 ‘단순한 기독교’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