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종화·정성구·김명혁 박사. ⓒ김진영 기자

제9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제6회 개혁주의생명신학 포럼 ‘개혁주의생명신학과 교회연합운동’이 25일 서울 방배동 백석신학원 백석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오전 개회예배에 이어 오후 학술대회에서는 김진섭 회장(개혁주의생명신학회)을 좌장으로 김명혁 박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가 ‘개혁주의생명신학과 교회연합운동’, 정성구 박사(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가 ‘개혁주의생명신학과 교회연합’, 박종화 박사(경동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 생명, 정의, 평화’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후 최갑종 박사(백석대 총장)와 장영일 박사(장신대 전 총장), 류호준 박사(백석신학대학원장) 등이 각각 논평했다.

김명혁 박사 “화해와 연합, 한국교회에 가장 시급한 요청”

김명혁 박사는 발표를 통해 성경과 자신의 경험 등을 근거로 기독교 및 전 세계의 화해와 연합을 염원했다. 김 박사는 “제가 알기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사람을 살리고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 운동으로, 선언문에서 밝힌대로 신앙 운동이자 신학회복 운동이며, 영적생명 운동이자 하나님나라 운동이고, 기도운동이자 성령운동, 나눔운동이다”며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연합운동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사람을 살리고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 17:11)’라고 기도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연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후 아브라함, 야곱과 에서, 이사야, 에스겔, 예수 그리스도, 사도 바울, 성 프란치스코 등을 언급하면서 화해와 평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하나됨과 평화는 이 세상에 갈라져 있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목적이었고, 성경은 연합과 평화가 궁극적으로 인간들 뿐 아니라 모든 자연계에 이뤄지고 완성될 것임을 보여주셨다(엡 1:9-10)”며 “모든 피조 세계의 화해와 평화와 하나됨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자 비전이고, 결코 부수적이거나 선택적이 아닌 본질적이고 불가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혁 박사는 “그럼에도 세계 교회 역사는 불화와 다툼과 분열에 휩싸여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교회도 초기에는 비교적 연합과 협력을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교회가 성장하면서 신학적 차이와 WCC 등으로 인해 극심한 분열을 계속해 지금은 교단과 연합기관들 안에 서로를 향한 대립과 적대감이 형성되고, 심지어 피차를 향한 증오와 분노와 저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멋진 예배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교회 성장보다도 화해와 평화와 연합과 협력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이는 우리들이 ‘의인 의식’이 아닌 ‘죄인 의식’을 지닐 때, 그리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마음과 몸에 지니셨던 낮아짐과 온유의 마음을 품고 모두를 향한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가질 때 조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만 해도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고 WCC 총회에서 강연한 극단적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입장을 심하게 비판했지만,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며 “제 궁극적인 소원과 기도는 분열과 분쟁에 휩싸인 교회들과 세계 안에 사랑과 화해와 평화와 연합을 가져오는 하나님의 도구와 심부름꾼이 되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성구 박사 “연합과 일치, 꼭 에큐메니칼적이어야 하나?”

정성구 박사는 장로교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연합의 방법을 모색했다. 정 박사는 “1948년 WCC 태동 후 지난 60여년간 많은 개혁주의적·보수적 교회들은 에큐메니칼 운동과 교회연합·일치를 비판해 왔고, 자연스럽게 WCC를 지지하는 교회는 연합과 일치에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데 반해 개혁주의·보수주의적 사람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인상으로 굳었다”며 “그러나 WCC 부산총회 이후 거센 태풍은 교회 연합과 일치이고, 더 이상 분열은 명분이 없으며 교회적·사회적으로 큰 비난의 대상마저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정 박사는 존 칼빈의 교회 연합과 일치에 대한 원리와 입장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한국교회에 적용하고자 했다. 그는 “흔히 칼빈을 강인하고 독선적이며 교리지상주의로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 자로 회자하지만, 교회개혁자로서 존 칼빈은 16세기 다른 개혁자들보다 교회연합과 일치에 대해 가장 폭넓은 이해와 이론을 갖고 있었다”며 “칼빈의 교회론 핵심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고 주장했다.

정성구 박사는 “칼빈은 참된 교회의 연합을 그토록 타는 마음으로 갈구하면서도 거짓된 교회, 복음에서 떠나고 성경에서 떠난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는 매섭게 공격했다”며 “그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례가 옳게 증거하는 참된 교회끼리의 연합과 일치를 그 기준으로 삼았고, 성도의 공동체로서 연합을 강조하면서 순수한 말씀 중심의 교리 안에서의 일치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칼빈의 교회일치에는 양면성이 있는데, 진리의 순결을 외면한 연합과 일치에 분노하면서도 연합과 일치가 없는 진리의 순결도 옳지 않게 생각했다는 것.

정 박사는 “한국교회는 WCC 제10차 총회를 전후해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크게 양분되는 양상이 있을 텐데, 여기서 ‘교회연합과 일치는 꼭 에큐메니칼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며 “우리는 국제기구 가입 여부에 생사를 걸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끼리 하나님·그리스도·성경 중심으로 서로의 신앙을 고백하고 차이점은 서로 배우면서 공통점은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굳이 신앙고백이 다르거나 교파 색깔이 뚜렷한 교회와 억지로 연합하기보다, 장로교회끼리라도 더 이상 분열 없이 연합하자는 것.

같은 신앙고백과 같은 정치원리와 헌법을 갖고 있다면 사안별 또는 역사적 뿌리가 비슷한 교단끼리 합할 수도 있고, 가시적 연합이 아니더라도 공동 프로젝트를 하거나 공동 관심사를 갖고 논의할 수도 있다. 정성구 박사는 “이제 WCC 10차 총회가 끝났는데, 국제적 잔치에 들떠 있거나 교회연합과 일치 운동에 뒷짐을 지고 있을 것도 아니다”며 “내 교회, 내 교단도 중요하지만 다른 교회, 교단도 귀하게 여기고 배우려 노력하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한국 장로교회는 연합과 일치에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화 박사 “하나님 나라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

박종화 박사는 이번 WCC 총회의 세 가지 핵심 단어였던 ‘생명·정의·평화’에 대해 소개했다. 박 박사는 “성서적·신학적으로, 그리고 윤리학적·신앙고백적 실천의 경우에도 생명·정의·평화는 각기 독특하면서도 동시에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총회 주제는 갑자기 태동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사진 정지작업이 있었고, 이미 23년 전인 1990년 WCC를 비롯한 전세계 신·구교 및 기독교 단체들이 서울에서 ‘정의·평화·창조세계의 보전 세계대회’를 개최했는데, 이는 교회 에큐메니칼 운동 역사상 구체적인 실천 주제와 연대적 행동을 위한 최초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선교와 봉사가 교회의 사명 내지 역할임과 동시에, 교회 자체도 선교적·봉사적 존재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교회의 사명과 과제를 ‘church doing’이라 한다면, 교회 자체의 선교적 및 봉사적 존재를 ‘being church’라 이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WCC의 태동 과정과 9차 총회까지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종화 박사는 “아시아교회협의회는 부산총회를 계기로 아시아 대륙과 교회들의 긴급 관심사항인 ‘평화와 정의’를 총회 주제에 포함시켜 달라고 제안했고, 저도 (한국교회를 대표해) 총회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함께 이 문제를 토의했다”며 “그 결과 한국과 아시아 교회의 제안을 과감하게 수용하자는 점에 거의 일치를 보내 이번 ‘생명·정의·평화’라는 주제가 채택됐는데, 핵심은 ‘생명’이고 그 양팔이 ‘정의·평화’”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성경은 ‘하나님 나라’가 다름 아닌 ‘정의와 평화와 기쁨(롬 14:17)’이라고 단순명료하게 말한다”며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의로운 평화를 사는 것이 ‘생명’이고, 평화의 집인 정의가 사는 것이 ‘생명’이며, 그 생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이자 동시에 사명으로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의 것이므로 우리는 그 분을 ‘생명의 하나님’이라 칭송하면서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번 총회의 여러 ‘에큐메니칼 좌담’이나 ‘마당 워크샵’의 결실이 보고서 형태로 출간되면, 오늘의 주제를 에큐메니칼 관점에서 상세히 분석·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