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경영연구원(이사장 박래창, 원장 배종석) 창립기념세미나 ‘목회자 및 기독교단체 과세, 어떻게 볼 것인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6가 중앙성결교회(담임 한기채 목사)에서 개최됐다.

기독경영연구원은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 입장을 밝힌 후, 지난 6개월간 신학·회계학·세법·조세정책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교인 과세 특별위원회(위원장 황호찬 교수)’를 조직해 연구를 진행했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김은애 기자

경과보고를 전한 황호찬 위원장은 “교회 혹은 목회자의 납세 문제가 간단치 않은 이유는 단순히 납세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납세 자체의 파급효과 때문”이라며 “목회자의 정체성에서부터 정교분리라는 거시적 문제와 함께, 납세 문제를 교회 공격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 등이 혼재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그러나 “한국교회는 더 이상 과세 문제를 도외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며 “오히려 교회 및 목회자가 이 문제를 긍정적·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로, 납세 문제로 더 이상 세상으로부터 비난받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세상을 향해 주의 이름을 담대히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는 고재길 교수(장신대)가 ‘목회자 납세 문제와 교회의 공적 책임’, 최호윤 회계사(삼호회계법인)가 ‘목회자 과세 여부의 판단 근거’, 이천화 회계사(가립회계법인)가 ‘기독교단체 과세에 대한 대비’, 박훈 교수(시립대)가 ‘목회자 과세 논의의 정책적 함의’를 각각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정병모 회계사(중앙성결교회)가 교회 입장에서, 신기형 목사(이한교회)가 목회자 입장에서 각각 의견을 냈으며, 황호찬 위원장 사회로 종합토론도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대체로 목회자 과세가 시대적 흐름이며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정부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해 종교인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기존 과세 형평성과 맞지 않고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교회=탈세집단’ 매도 분위기, 국가에서 쇄신 노력을
면세점 이하 목회자들 자존심 훼손해서는 절대 안 돼

첫 발표에 나선 고재길 교수는 납세 문제를 루터(만인제사장론)와 칼빈(정교분리론), 아브라함 카이퍼(영역주권론)와 디트리히 본회퍼(사회성의 신학) 등의 견해를 비교하며 신학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교회의 공적 책임이행의 한 형태’라고 보았다. 특히 ‘사회의 공적 이슈에 대한 교회의 공적 책임성을 다루는’ 공공신학 입장에서 목회자 납세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후 정치권을 향해서는 “종교인 과세 요구의 기본 의도를 밝히라”고 했다. 국가는 종교를 보호하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대한 압박이나 부담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 또는 정치적 이유가 있지는 않은지 분명히 하라는 것. 고 교수는 “국가는 목회자 납세가 실행될 경우 면세점 이하 사례비로 살아가는 목회자들을 위한 실질적 사회보장제도 정책을 수립·실천해야 한다”면서도 “목회자 납세 요구가 이들의 소중한 자존심을 어떤 형태로든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선 결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종교인, 특히 개신교 목회자들과 교회를 ‘탈세 집단’으로 폄하하는 부정적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국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황호찬 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또 목회자 납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내적·외적 차원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내적으로는 범교단 차원의 합리적 토론과 실무적 준비가 필요하고, 교단의 신학적 입장이나 다른 이유를 넘어서는 공동의 합의를 만들어내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이 과정을 거친 후 나타난 합의가 한국 사회를 섬기는 일과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선 실현에 기여할 경우, 이는 한국교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오해를 해결하고 서로 진정으로 이해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납세를 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소득세제안 쟁점’들을 미리 파악하고 실제적 준비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쟁점들로는 세적등록 간소화, 종교인세목 별도 신설 여부, 선교단체 등 비영리 종교단체 해당 여부, 과세소득 범위, 외국인 단일세율체계와 구간별 단일세율체계, 부교역자 주거환경 지원비 비과세 처리, 목회비·도서비·심방비 등 정액경비 인정 여부, 교단관리 연금가입을 국민연금 대신으로 인정할지 여부, 반기 납부, (별도) 부교역자 사택 등이 있다고 했다.

“과세 관청도 목적사업용 자산 인정 근거 확대해야”

이후 이천화 회계사는 종교단체 과세에 대해 “종교인 과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많은 종교단체들이 법인세 및 증여세를 납부하고 있고 그 추정 규모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예상 금액보다 훨씬 크다”며 종교단체 과세제도를 검토한 후 사례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행 세법은 종교단체와 관련해 대부분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연관이 있고, 수익사업이 있는 경우 법인세법 혹은 소득세법의 적용 문제, 부가가치세법 등이 관련을 갖는다.

현재 과세관청에서 요구하는 공익법인에 대한 요구사항은 △출연재상 등에 대한 보고서 제출 △장부 작성·비치 △외부전문가의 세무확인서 제출 △외부감사 △전용계좌 개설·사용 △결산서류 공시 △기부금영수증 발급내역 작성·보관·제출 △계산서 합계표 등 제출 등이 있다. 종교단체 스스로도 이 사항들을 숙지하고, 강제로 요구하기 전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

이 회계사는 “과세 관청도 ‘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과 고유목적사업의 이해에 있어 시대 변화와 다양한 방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교단체가 국가에서 해야 할 일들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여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교회 운영정관에 규정이 있고 종교의 보급 및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것이라면 목적사업용 자산으로 인정할 근거나 예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