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현대식 찬송가 ‘예수 안에 소망 있네’(In Christ Alone)가 미국장로교 새 찬송가에서 삭제된다. 이 곡의 작곡가가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가사 변경을 거절하면서, 결국 미국장로교는 이같이 결정했다.

스튜어트 타우넨드가 작곡한 이 곡의 가사 중에는 “Till on that cross as Jesus died, The wrath of God was satisfied”란 부분이 있으며, 이는 “예수님이 인류의 모든 죄를 지고 십자가에 비참하게 처형당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받아야 할 하나님의 진노의 대가를 대속하셨다”는 내용이다. 이런 본 뜻에 따라 한국어로는 “십자가에 주 달리사, 그 진노를 거두셨네”라고 번역돼 있다.

미국장로교측은 이 중 “The wrath of God was satisfied(하나님의 진노를 대속하셨다)”를 “The love of God was magnified(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났다)”로 바꾸고자 했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직역해서 보면 논란의 초점이 간단히 드러난다. “하나님의 진노를 충족시키셨다”가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났다”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죄를 향한 심판과 진노, 그것을 친히 담당하신 구원자 예수님이라는 대속적 내용이, 하나님의 사랑으로만 표현된다는 것이다.

이 곡의 원작자들은 이런 변화를 거부했고, 결국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곡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미국장로교는 이 곡 자체를 찬송가집에서 제하기로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은 “미국장로교 내 자유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진노’를 찬송가에서 제외하려 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미국장로교측은 “하나님의 진노에 관한 찬송가는 여전히 많다. 다만 ‘충족시키셨다’는 단어에 대한 신학적 견해의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장로교 내 찬송가위원회의 루이스 브링글 교수는 이에 대해 “보다 복잡한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침례교단에서 2010년 출간된 ‘Celebrating Grace Hymnal’에서는 이 찬송가에서 논란이 된 구절이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브링글 교수는 “이 구절이 그 찬송가집에서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원작자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찬송가위원회는 이 변경이 허가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이 곡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CMG출판사는 “침례교단에 이 문제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브링글 교수는 “우리가 출판하려는 새 찬송가 ‘Glory to God’에는 ‘오 거룩하신 주님’(한국어 새찬송가 145) 등 하나님의 진노와 대속에 관한 곡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님의 진노를 찬송가에서 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충족시켰다’는 단어에 있다”고 밝혔다.

이 ‘충족시켰다’는 단어는 중세신학자인 안셀름의 주장에서 나온 말로, 그는 “죄가 하나님의 영광을 침범했기에 하나님의 영광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죽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찬송가위원회의 위원 15명은 9대 6으로 이 의견을 거부했다.

그 중 한 명인 크리스 조이너 목사는 “내가 시무하는 프랭클린제일장로교회 성도들은 이 곡을 매우 좋아하기에 이번 소식에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이 표현은 하나님이 예수님을 살해했다는 의견에 가까운데, 십자가는 하나님의 진노의 도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슈빌예수장로교회의 스콧 사울스 목사는 “충족시키셨다는 단어는 예수께서 죄의 대가를 지불하셨다는 뜻”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에 관해 라이프웨이 워십의 디렉터 마이크 할랜드 씨는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는 우리가 말하고 노래하는 것에 따라 그들의 신앙을 형성해간다. 그래서 이런 단어 하나가 큰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