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연 전도사는 “지금도 예배당 문 열고 들어와서 십자가 앞에 서면 눈물이 확 나온다”며 “제가 뭐라고 이런 공간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할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하셨는지…”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지난 2005년 한국에 온 송혜연 전도사(34)는 지난해 4월 서울 신정동에서 탈북민 약 15명과 함께 ‘남과 북 성도들이 하나되어 통일을 준비하는’ 하나목양교회를 개척했다. 서울목양교회 임준식 목사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목양교회 교육관 6층 ‘방 한칸’을 교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개척의 시작이었다. 당시 창립예배에는 장영일 당시 총장을 비롯, ‘탈북민들의 대모’ 주선애 명예교수와 여러 교수들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년째를 맞은 하나목양교회의 올해 표어는 ‘한 영혼을 주님께로’. 탈북민들이 주로 모여있지만 받기보단 ‘주는 교회’가 되고 싶고, 북한 선교사로 7백명을 파송하고 싶다는 송 전도사를 만났다. 탈북 후 북송과 수감, 지하교회 생활을 경험한 송 전도사는 장신대를 졸업하고 신대원을 다니다 출산 때문에 휴학한 후 복학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에는 송 전도사와 교회 성도들이 함께했다.

-힘든 탈북 과정을 거쳐 자유의 땅에 왔는데, 왜 신학을 시작하셨나요.

“가족들과 중국으로 넘어와서 처음 간 곳이 교회였는데, 할아버지·할머니들만 계시더라구요(웃음). 그래서 처음에 가지 않다 1년 후에 갔어요. 사실 중국에서 죽으려고 약을 먹었어요. 탈북민들만이 갖는 감정이 있거든요. 닷새 만에 죽지 못하고 깨어났는데, 지금은 북한 수용소에 계신 전도사님 부부가 찾아오셨어요. ‘하나님 인도로 네가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거에요. 그래서 청도의 선교단체로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하루종일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어요. 아침은 금식하고, 하루 7-8시간 성경을 읽고, 같이 기도하고, 말씀을 함께 나누고…, 하루 10구절씩 암송도 했어요. 훈련을 시키시는 분들도 같은 탈북민들이시라 가능했죠. 저는 하나님을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하나님이 살아계신데 왜 북한 여성들은 중국 땅에서 개처럼 팔려가야 하느냐’부터…, 만나야 물을 수 있잖아요.

저는 말씀으로 하나님을 만났어요. 탈북민들도 이렇게 1년쯤 훈련을 받으면 상처가 치유되고, 3년쯤 지나니 독기가 빠져요. 통독 가운데 말씀의 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 개척했을 때, 다같이 앉혀놓고 성경만 읽혔어요. 그러다 공안에 잡혀 북송됐는데, 거기서 하나님과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온 후 장신대 기독교교육과에 입학했고, 교생실습도 했어요(웃음).”

-신대원 생활은 어떤가요.

“원래 보수적인 신학을 갖고 있었어요. 특히 북한에 대해서요. 북한 사람들은 상처가 많아 잘못 하면 고집스러워지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쉽거든요. 북한의 영적 우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신대원에 간 후 신학적 고민이 생겼어요. 교단 분위기도 에큐메니칼적이고, 특히 바르트 신학을 배우면서였어요. 북한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부분들을 강조하다 보니, 제 자신이 계속 분노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었어요.

주님께서는 내 안의 분노와 상처를 승화해 사랑으로 북한을 덮기 원하실텐데, 오히려 그 분노와 상처를 뭉치고 뭉쳐서 내 잘못은 생각 않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만 키워가고 있었어요. 좀더 신앙적으로 성숙해지니 그런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정말 크리스천이라면 북한에서 받은 큰 상처-아버지가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모습 같은 것들- 등을 승화시켜서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상처가 다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제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극단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요.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지 하나님 뜻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에큐메니칼 신학을 굉장히 삐딱하게 봤어요. 모든 종교를 합친다니요, 이게 말이 되나요(웃음)? 그런 말을 하니 누군가가 직접 수업을 들어보래요. 들어가서 질문을 가장 많이 했어요.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넓은 마음을 거기서 발견했어요. ‘근본주의’라는 게 정말 무섭잖아요? 북한도 따지고 보면 근본주의인데…, 그래서 신학적 고민들은 일단 덮어두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제 안의 상처부터 바로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제 주장만 내세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다 맞는 것 같아요. 누가 나쁘고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없잖아요. 북한선교 문제는 신학생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어요.”

-공부해 보니, 신학적으로 탈북민으로서 부딪치는 부분은 없나요.

“예정론 같은 경우는 저도 여전히 고민입니다. 탈북 신학생들은 누구나 하나님 앞에 의문을 제기하죠. ‘나는 이미 선택받은 존재이고, 예수님께서 선택해 주셔서 우리는 선택받았다’는데, 제가 중국에서 하나님을 만나면 질문하고 싶은 게 그거였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지옥과 같은 곳에서 살다 예수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지옥에 가는데, 남한 사람들은 행복한 곳에서 살다가 예수님 잘 믿고 천국 갑니다. 이게 얼마나 불공평해요?

칼빈의 예정론에 따르면 이곳은 선택받은 곳이고, 저곳은 선택받지 못한 곳이에요. 그러면 우리가 저곳을 위해 왜 기도해야 하나요? 탈북 교인들에게 저곳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은 죽으면 지옥엘 가야 한다고 설명할 때 가슴 아프지 않겠어요? 그래서 교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잘 하진 않아요. 물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여기 와서 예수님을 믿게 된 것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라는 이야기는 자주 합니다(웃음).

 

▲하나목양교회는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공간 확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한 영혼을 주님께로-남과 북 성도들이 하나되어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라는 비전 아래 7천만의 영혼 구원, 7백명의 북한 선교사, 70명의 해외 선교사를 꿈꾸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옥과 천국이 있지만, 하나님은 이를 초월하신 분이라는 거에요. 이러한 사정을 다 아시는 하나님이 아니실까요? 바울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동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지옥에서라도 자신을 건지실 분임을 믿어서 하는 기도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도 ‘제가 지옥엘 가더라도, 북한 사람들 구원받길 원합니다’ 그런 기도를 해요. 그런다고 저를 지옥 가게 놔 두실까, 이건 지옥과 천국의 개념이 아니지 않을까, 예정론을 초월한 하나님의 사랑이 있지 않을까,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주님께서 책임져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탈북 신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단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죠.

“제가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있었는데, 4년 지나면서 배려도 늘고 언니들 사랑도 독차지하는 등 빨리 변화된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게 질문을 많이 했었어요. 그땐 몰랐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알았어요. 재작년인가 만났는데, 올해 안에 예수님이 온다고 빨리 돌아서래요. 이만희 쪽이었어요. 그게 아니라고 성경을 놓고 설명을 해줬어요. 그런데 얘가 얼마나 치열한가 하면 그걸 다 기억하고 한 달 만에 다시 공부를 해서 나타났어요. 큰 교회 다니던 비리 같은 게 꽤 보이는데, 말씀으로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됐어요. 성경공부 한번 해 보자고 해서 따라갔다 빠진 거죠.

신앙은 있는데 말씀에 대한 깊이는 없고, 교회에 불만이 많은 아이들이 이단에 빠져요. 신천지에 특히 많이 빠지는데,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닙니다. 요새는 이단들도 교묘해져서, 예수를 인정한 다음 자신은 보혜사라고 해요. 하도 탈북민들이 이단으로 계속 빠져서 1년간 이단을 공부하기도 했어요. 기독론을 알아야 2천년 전 이단들이 지금 다시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한 사회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이 있으시겠습니다.

“대한민국에 뿌리깊게 박힌 반공 이데올로기나 보수-진보의 극단적 대립, 지하교회의 정면 노출 등에 대해서요. 하나님께서 지하교회를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는 하나의 세력이 되길 원하시진 않으시리라 생각해요. 북한에 있는 크리스천들도 그 땅에서는 백성일 뿐인데, 예수님이 그러셨듯 하나님 나라를 소리없이 사랑으로 전파하는 게 하나님의 뜻 아닐까요? 북한 지하교회가 그러한 일들을 조금씩이나마 실제로 하고 있거든요.

남한에서 많이 거론되는 ‘인권’은 북한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들 구호가 ‘인민의 나라를 세운다’인데, 여기서 인권을 계속 강조하다 보면 그곳 크리스천들이 위험해져요. 얼마 전 지하교회 영상이 공개됐는데, 북한 당국은 그러면 또다시 들춰내기 시작해요. 한 달에 한 번이나마 모여서 예배드리던 이들이 모이지 못하게 되는거죠. 물론 지금 사회에서는 보수-진보 대립에 종북주의까지 섞여 있어서 그런 면도 있다고 이해는 해요.

영상에 공개된 것처럼 북한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교인들도 있지만, 남한 성도들이 그렇듯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북한 교인들도 있어요. 오늘 하루도 눈앞에 보이는 사람마다 사랑하게 하시고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 사랑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도록 기도하죠. 물론 영적으로 치열하지만, 외부 지원을 통해 이웃에게 베풀면서 소리 없이 하는 그곳 신앙생활이 재미있을 때도 있어요(웃음).”

-‘남과 북 성도들이 하나되어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남과 북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해요. 북한 선교를 꿈꾸는 남한 분들이 우리 교회에도 섬기로 자주 찾아오시는데, 자꾸 가르치고 싶어하세요. 그래서 우리 교회는 주의사항을 정해 놓았어요. 못 해도 1년은 나오셔야 하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무조건 섬겨야 한다는 것 등이에요. 외래어에 서툴고 생활문화가 차이나다 보니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으세요. 한국 분들 중에도 탈북민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분들이 인기가 좋아요(웃음). 우리도 배울 게 있듯, 남한 분들도 우리에게 배울 게 있지 않겠어요? 남한 분들은 배려를 잘 하시지만, 북한 분들은 잘 섬기시고 열정과 뜨거움이 있어요.

우리 교회의 꿈은 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에도 갖고 있을 궁극적인 상처나 아픔들을 잘 치유하는 ‘목회적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를 위해 제대로 섬길 수 있는 교회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아십니까? 그들이 고집이 있어 말은 안 하지만…. 한국교회가 이러한 문제들도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가난은 나라도 구할 수 없다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죠. 북한에 교회나 신학교만 세우려 하지 말고, 그 땅 아이들을 가르칠 크리스천 선생님이나 보육교사도 준비해야 합니다. 각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일할 유능한 기독교 인재들도 필요해요. 자기 분야 그대로 북한에 가서 일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합니다.”

 

▲성경을 읽고 있는 하나목양교회 남북한 성도들. ⓒ교회 제공

하나목양교회의 ‘탈북민에 대한 유의사항’은 8가지이다. ①탈북민들이 경험한 북한 생활과 제3국에서 배운 것을 존중하십시오-북한이나 제3국에서 배운 것을 다 버리라는 태도는 탈북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대화 단절을 낳습니다. ②꿈과 비전에 대해 나누세요-소망 없는 이야기보다는 주변의 성공한 탈북민들 이야기를 들려줘 하나님과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해 주세요. ③가족 사항을 묻지 마세요-대부분 갈라져 있거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마음에 자칫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④재능이나 강점에 대해 나누세요-북한에 있을 때 이야기를 존중하고 들어주며 칭찬하면 자연스러운 자리가 됩니다.

⑤정치적 대화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북한 분들은 아직 김일성에 대해선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김정일에게는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⑥억지로 복음에 대해 설득하려 하지 마십시오-그들 삶 속에 경험한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 하십시오. ⑦함께할 수 있다면 적극 공감해 주는 지지자가 되십시오-지시적 문구 사용을 자제하시고 적극적으로 들어주세요. ⑧지나친 기대감을 주지 말고, 한계를 분명히 하세요-확실히 들어줄 수 있는 사항(일자리·자녀교육·질병문제 등)만 답변하세요. 부탁을 받았다 들어주지 못하면 상처를 받습니다. 송 전도사는 “대부분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 5년 전도면 잘 정착하므로, 낙심하는 1-2년차 분들에게는 긍정적인 말씀을 해 주셔야 한다”며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니, 다양성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통일을 준비한다는데, 인권이나 기독교적인 면에 치우친 게 아닌가 해요. 먼저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북한 각 지역에 들어가야 하는데, 다들 ‘동방의 예루살렘’이어서 그런지 평양에 교회 세울 생각만 하세요.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경도라면 그 안에서 학교나 공장, 농사나 탁아소 등 구체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죠. 그래서 저희 교회도 이걸 시작했어요. 저희가 북한 선교사 7백명을 말하는 것도, 목회자 7백명이 아니라 사회에서 섬길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해 ‘북한선교주간’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일단 주변 탈북민 교회에 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이 못 먹고 못 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도 젊은 세대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눈도 필요합니다. 북한을 위해 교회들마다 탈북민들을 채용해 주셨으면 해요. 신대원 후배들이 많은데 걱정이에요. 단독 목회 하는 탈북민들은 잘 지원해 주시고, 세미나 같은 데도 불러 주셨으면 해요. 훌륭하게 목회하시는 분들 가르침을 좀 듣고 싶거든요.

저는 ‘한 명을 위한 목회’를 계속 해 나가려 합니다. 앞으로도 한 명을 위해 살 것이고, 그 사람이 주님 앞으로 돌아와 세워지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탈북민 교회이지만, 올해 교단 표어(작은 자들의 벗)처럼 더 작은 자들 위해 섬기려 합니다.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도들에게도 늘 섬기자고 강조해요. 모이면 늘 그런 궁리 합니다. 한국교회는 성도들이 교회 와서 얻어먹지만, 우리는 다들 반찬 가져와서 먹거든요. 새로 오신 분들도 와서 배우고 그대로 해요. 오는 사람마다 우리 교회가 잘 섬긴다고 얘기해 주셔서, 뿌듯합니다(웃음). 그리고 이런 얘기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교회 공간이 좁아서 넓혀야 하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