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생명 나눔의 싹을 틔우기 위해 신장기증을 실천한 이영신(54·사진) 선교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만성신부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먼 태국 땅에서 한국을 다시 찾은 이 선교사는, 그토록 갈망해오던 생명나눔의 꿈을 이루게 됐다.

“제가 어렸을 때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곡식과 물품들을 준비하시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나눔을 실천하시는 부모님의 선한 눈빛, 기쁨이 가득 찬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태국에서 목회자인 남편 윤광섭 목사와 함께 16년간 선교활동을 해온 이 선교사는 오래 전부터 생명나눔을 꿈꿔왔다. 어렸을 적부터 이 선교사에게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며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했던 부모의 삶이, 그녀의 생명나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베풀기를 즐겨하시고 당연시하시던 아버지의 성품 때문에 주변에는 아버지를 본받고자 하는 이들이 참 많았어요. 그리고 본인이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저에게 나눔을 가르치셨던 아버지는 제 인생의 최고의 멘토셨죠.”

이 선교사가 그렇게 존경하고 따르던 아버지는 2년 전, 향년 93세 나이로 소천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태국에서 한국을 찾은 이 선교사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항상 나눔을 실천하시던 고인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생존시 신장기증을 결심하는 데에 이르렀다. 삶의 멘토였던 아버지의 나눔 정신을 이어받고 싶었던 것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몸이 약해 신장기증은 꿈도 꾸지 못했죠. 하지만 이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할 뿐이에요”

사실 이 선교사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태국에서 선교활동을 펼칠 당시, 살아있을 때 신장기증을 하기로 뜻을 품었다. 남편의 누나가 오래 전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이 세상을 떠났고, 이를 가슴 아파하던 남편의 모습을 보며 그같은 꿈을 키워온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건강이 여의치 않았다. 심각한 골다공증을 앓게 되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고,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2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되었고, 그 기쁨을 다른 환우들과 나누기 위해 신장기증을 하기로 결심했다.

20여년 넘게 외국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국내의 많은 장기부전 환우들을 생각하며 생존시 신장기증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이 선교사.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가족들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태국 현지에서 큰빛감리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남편 윤광섭 목사도, 아내의 신장기증 의사를 존중하며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과 딸도 이구동성으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야죠. 응원할게요”라며 이 선교사의 생명나눔을 적극 지지했다.

이 선교사는 생명나눔 뿐 아니라 무료급식봉사활동을 통해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태국에서 어려운 형편에 처한 현지인들과 한인들을 위한 무료밥상 봉사활동 등을 통해 그들에게 한 끼의 따뜻한 식사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제 신장을 이식받은 분께서 새 생명을 선물 받아 살아갈 날들에는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즐거움, 행복, 건강 모두 누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한편 새해를 맞아 첫 장기기증 등록자도 탄생했다. 1월 1일 0시 18분에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한 강유진 씨(서울, 23세)는 패션디자인이 전공이고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뇌사 장기기증으로 8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가수 故 홍종명 씨의 사연을 접한 강 씨는,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약에 동참하게 됐다. 강 씨는 “생명을 살리는 이런 좋은 취지의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하게 돼 기뻐요. 가족들도 이 좋은 뜻에 함께 동의해 주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의: 사랑홍보팀 02-363-2114(내선 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