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민수기 6:24-26)

‘살아있는 화석’이란 말이 있다. 화석으로 발견되는 종(種) 가운데 지금도 남아 있는 종을 말한다. 잠자리, 은행나무 잎, 고사리 등이 살아 있는 화석에 속한다. 가을철 들판을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옛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화석처럼 가장 오래된 기록이 있다. 민수기 6:24-26절의 말씀으로, 일명 제사장의 축복문이다. 민수기 6:24-26절은 지금도 유대인들이 매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읽고 묵상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씀에 속한다. 우리가 민수기 6장을 펴 언제나 읽을 수 있는 똑같은 말씀을, 2700년 전 예루살렘에 살던 고대 유다 사람들도 읽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보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1979년 케텝 힌놈에서 제사장 축복문이 발견된, 1차 성전 시대의 무덤. ⓒ두루투어 제공
성경의 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사해의 북서쪽 쿰란에서 발견된 사해 사본이다. 1947년 베두윈 소년에 의해 사본이 처음 발견된 이후, 모두 11개의 동굴에서 발견된 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주전 250년경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힌놈의 아들 골짜기 언덕(Ketef Hinnom)에서 발견된 두 개의 은편자(two silver scrolls)에 기록된 말씀은 쿰란 사본 보다 무려 400년이나 앞서 기록되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문서에 속한다. 은을 얇게 펴서 만든 판에 민수기 6:24-26절의 말씀을 기록하였는데, 그것을 죽은 자와 함께 무덤에 두었던 것이 1979년에 발견된 것이다.

이 은편자를 발견한 이는 거의 60년을 예루살렘에서 살아온 바르 일란(Bar Ilan)대학의 고고학 교수인 가브리엘 바르카이(Gabriel Barkay)다. 바르카이 교수는 고대 예루살렘 사람들에 대한 생활 습관 중 1970년 초, 농경지, 숲, 무덤, 도로, 솔로몬 성전 외의 다른 제단, 이 같은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힌놈의 아들 골짜기 서쪽 언덕인 케텝 힌놈(Ketef Hinnom)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흩어진 토기 조각들을 수거하고 주변 지형들을 조사한 후에, 고대 예루살렘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발굴 장소가 될 것을 확신하였다.

바르카이 교수는 1975년 시작하여 1996년까지 모두 6회에 걸쳐 케텝 힌놈(Ketef Hinnom)을 발굴하였다. 바르카이는 케텝 힌놈(Ketef Hinnom)에서 1차 성전 시대에 속한 7개의 무덤을 발굴하였다. 무덤들은 모두 바위를 파서 만든 1차 성전 시대의 전형적인 가족 무덤으로, 다른 곳에서 발견된 무덤에 비하여 매우 부유한 예루살렘의 귀족 무덤이었다. 무덤은 시신의 머리를 뉘일 수 있는 머리 받침(headrest)과 뼈 저장소를 갖춘 구조였다. 다행인 것은, 이전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이 고대 무덤의 뼈 저장소에서 1천 개가 넘는 다량의 유물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발견된 유물 가운데는 제사장의 축복문이 기록된 두 개의 은편자(two silver scrolls)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에서 왼쪽의 것은 케텝 힌놈 1(Ketef Hinnom I), 오른쪽 위는 처음 발견될 당시 담배 대롱처럼 둥글게 말린 모습, 오른쪽 아래 사진은 케텝 힌놈 2(Ketef Hinnom II)의 은편자다. ⓒ두루Tentmaker 고문 이주섭 목사 제공
바르카이는 처음에 이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마치 담배 대롱처럼 둥글게 말린 모습으로 그 안에 성경의 말씀이 기록되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랜 세월에 은편자는 검게 부식되었고, 부주의하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 뻔했다. 이 유물을 펼치는 것은 문제였다. 바르카이 교수는 이 유물을 펼치는 작업을 몇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였다. 그래서 이스라엘 박물관의 유물 보관 전문가인 마리나 로소브스키(Marina Rosovsky), 조셉 센하브(Joseph Dodo Shenhav) 그리고 다비드 비겔라젠(David Bigelajzen)이 특수 아크릴 접착제와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이용하여 오랜 노력 끝에 담배 대롱 같은 유물을 펼치는 데 성공했고 그 안에 쓰인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두 개의 은편자는 매우 얇은 상태에서 99%의 순수한 은과 1%의 구리로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에 은편자는 특히 바깥 쪽 부분이 가장 많이 상했다. 은편자는 부식되었고 많이 갈라졌다. 케텝 힌놈 1(Ketef Hinnom I)에는 모두 18 줄의 글씨가 기록되었는데, 아마 본래는 19줄로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각 줄에는 5개에서 7개의 고대 히브리어 글자가 쓰여졌다. 케텝 힌놈 2(Ketef Hinnom II)에는 12개의 줄로 기록되었다.

은편자에 기록된 고대 히브리어 글자를 해독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글자는 거의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정도로 작게 기록되었다. 글자의 크기는 1.7mm에서 5mm 정도였다. 겨우 글자인 것을 확인할 정도로, 작은 글씨가 매우 가늘고 정교한 펜으로 기록되었다.

두 개의 은편자에는 모두 민수기 6:24-26의 유명한 제사장 축복문이 기록되었다. 이 제사장의 축복문은, 지금도 경건한 유대인들이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가족들의 식사 자리에서 자녀들을 축복하는 말씀이며, 회당에서 기도할 때에 인용하는 대표적인 축복문이다. 두 개의 은편자에 기록된 내용을 아래에 옮긴다.


“그런즉 너는 알라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는 하나님이시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 그를 사랑하고 그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그 언약을 이행하시며 인애를 베푸시되”(신명기 7:9)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민수기 6:24-26)

은편자의 연대는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전인 주전 7세기 말에 속한다. 2700년 전의 고대 예루살렘 사람들이 읽었던 동일한 말씀을 현대인들도 읽는다.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에 의해 기록된 생명의 말씀인 것은 잘 알지만, 이런 증거들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에 경외감을 넘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아주 오랜 옛날에 예루살렘에 한 가족이 살았다. 그 가족은 가까운 사람이 사망하자 민수기 6:24-26의 말씀을 얇게 펴서 만든 은편자에 기록하고 그 은편자를 죽은 사람과 함께 무덤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2700년이 지났다. 1979년 이 은편자는 가브리엘 바르카이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다. 나는 지금도 민수기 6:24-26절을 읽을 때마다 감동한다. 고대 예루살렘 사람들은 제사장 축복문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고, 하나님에 대한 어떤 믿음을 갖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이주섭 목사
현)두루Tentmaker(www.eduru.co.kr/두루투어/두루에듀/두루문화원) 고문
현)조지아 크리스챤 대학교 (Georgia Christain University) 역사 지리학과 교수
현)성서지리연구원 (Institute of the Biblical Geography) 원장
전)예루살렘 대학 역사학과에서 고대 성읍, 히브리 대학 고고학과에서 고대 도로를 수학
전)4X4 지프를 이용해 방문 가능한 모든 성경적인 유적들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