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0장 강박증의 유형과 치료적 대응(3)

강박증은 간단하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강박증이 중대한 질병으로 인식되기에 얼마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성격이 까다로운 것으로 이해돼 온 것이 가장 클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오늘날 대단한 수정을 요하기에 이르렀다. 강박증이 간단한 증상이 아니라 상당히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1. 지연행동의 강박증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시도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려는 증상이다. 곧바로 시도해야 할 일, 지체 없이 시도할 일들을 지연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므로 지연행동의 강박증이라고 부른다. 철저하게 마무리하고 엄격하게 끝내야할 일들을 지연시키고 있다면 주변에서 보기에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성격이 느긋한 사람들은 조급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이런 현상을 강박증으로 진단하기 쉽지 않다. 지연행동은 강박증이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특징에서 생각하면 강박증으로 인정하기에 쉽지 않은 점도 있다. 그러므로 지연행동은 강박증의 특수한 측면이라 해야 할 것이나, 분명히 강박증의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 어떤 일을 그 자리에서 즉각 처리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미룬다면, 일종의 병리적 증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이들의 대변 지체는 일종의 강박증상이므로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1) 증상의 특징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꾸물거리고 지연시키는 행동이 주요 증상이다. 강박증 환자들 중에는 꾸물거리고 지연시키는 환자들이 있다. 물론 그들이 반복적이고 의례화된 강박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지연행동을 필연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소수 강박 환자들의 경우 이러한 지연행동이 다른 의례행위에서 비롯되는 부차적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일차적 강박증상으로 나타난다.

지연행동의 병리적 특성은 증상들이 구체적으로 설명되면서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양치질하는 데 무려 30분이 걸리고, 면도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리며, 목욕하는 데 무려 두 시간이 걸린다면 일반적인 행동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중간에 또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고 면도하고 샤워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지연행동은 자기관리행동과 같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수행 과제에 나타나기도 한다. 간단한 서류 하나 작성하는 데도 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보라. 거의 직업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환자들 중 극단적인 경우는 하루를 시작하며 씻고 옷을 입는 데 자그마치 몇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면도할 때 턱수염 하나하나를 각각 잘라내야 한다고 느끼고, 구두끈을 묶을 때는 정확하게 양분된 리본 모양으로 날마다 똑같게 묶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씻고 입는 행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화장품 바르고, 옷 입는 정도의 서너 가지 행동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수없이 많은 작고 세세한 행위로 구분될 뿐 아니라, 이런 것이 날마다 똑같은 고정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낀다.

2) 심리적 이해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어떻게 유발되는가. 그리고 그 증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강박적으로 뒤로 미룬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형상은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의 경우 일의 시기에 적절성을 놓치면 많은 손해를 감수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도 적절히 행동하지 못하여 시기를 놓치면 각종 부조화나 부자연스러움이 유발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이는 지연행동의 강박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청하는데, 우리는 이를 심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서두르지 못한다. 그들은 어떤 일에 대하여 일단 지연해야 일의 진행과정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지연행동은 꾸물거리고 강박적으로 지연시키는 행동이 주요 증상이다. 물론 강박증 환자들이 반복적이고 의례화된 강박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어느 정도 지연행동을 필연적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소수 강박 환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지연행동이 다른 의례행위에서 비롯되는 부차적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일차적 강박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하는데 무척이나 천천히 하고, 서둘러 하라면 정신이 나갈 정도다. 이들의 지연행동은 시간소모와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달리 이들의 행동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시간 소모는 조금 늦은 정도가 아니라 답답하리 만큼 오래도록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전술한 대로 양치질하는 데 무려 30분이 걸리고, 면도하는 데도 한 시간이 걸리고, 목욕하는 데는 무려 두 시간이 걸리는 수도 있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하고 면도하고 샤워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서두를 줄 모르는 것이 이들의 특성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서두르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싶지만 모든 것에 더 완벽해야 하므로 대충대충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현상은 그들에게 마음은 있으되 행동이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지나치게 정확한 것이 문제다. 지나친 정확성은 이들의 지연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간단하게 착수하거나 시도하여 생각보다도 쉽게 일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런 태도가 익숙하지 않다. 모든 일을 하려면 정확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이들에게 지나치게 정확하려는 마음이 그들의 행동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물론 정확성이 반드시 시간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 지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더 정확하게 하려다 지연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부분 이러한 강박적인 지연행동은 자기관리 행동과 같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수행 과제에 나타나기도 한다. 간단한 서류 하나를 작성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면, 거의 직업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대머리 메뚜기 영감님이 장 구경하고 싶어 단장을 하고 새 옷을 뽐내어 갈아입었네. 새 옷을 뽐내어 입고 난 다음 망건을 쓰려하니 자꾸 벗어져 망건을 쓰는 사이 장이 파했네."

우리는 이 노래에서 메뚜기처럼 대머리인 영감님이 오랜만에 시장에 가려 단장하다 벌어진 광경을 연상할 수 있다. 집에서만 생활하던 영감님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가려고 하니 신경이 쓰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맵시를 가다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머리에 망건이 잘 걸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어차피 이리저리 옮겨질 수밖에 없는 망건에 그렇게 까지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영감님은 완벽하게 망건이 걸쳐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노래는 대머리 때문에 망건을 잘 쓰려다 시장이 끝나버렸다는 풍자섞인 해악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지연행동의 강박증의 특성과 그것이 완벽주의에 기초하는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셋째로 만성화된 습관화 문제다.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만성적으로 습관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만 특별히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지연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이들에게 행동적 습관이 만성화된 점이 지적돼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들에게 만성화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을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이 그들로 하여금 문제적 행동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래서 지연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은 자신의 강박적이고 지나치게 꼼꼼한 수행에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증상은 일단 나타나면 만성화되는 것이 보통이며, 최악의 경우 이런 증상은 한 사람을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폐한 존재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 때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톨이로 지내게 되는 경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강박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간단한 수준의 연구가 있는데, 바로 지연 행동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환자들 내면에 대칭이나 정확성, 의례화된 순서 등 저마다 다른 내용의 강박사고를 지니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3) 치료적 대응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일단 시간과 관련된다. 어떤 행동을 하는데 지나치게 시간이 지연된다는 지연행동 강박증은 일단 시간이 오래 지체된다는 점과 관련되고 있다. 이런 지연행동 강박증은 오래 굳어온 습관이자 행동이므로, 쉽게 고쳐지리라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그러기에 개선과 치료를 위하여 적절한 심리적 대안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이런 문제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 치료적 대응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약간의 긴장감을 갖도록 하라.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시간개념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할일을 하겠다는 마음의 태도를 갖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은 어떤 경우에는 매우 좋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성을 가져야 한다. 모든 일의 유효성은 대개 시간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라도 시간을 지나치게 경과한 후에는 불필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는 시간성의 의미와 관념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의 하나로 지나치게 여유로운 그들의 마음에 자극을 가해야 한다. 서두르지 못하고 마냥 지연을 시도하는 마음에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시켜야 한다. 이는 환자들이 꾸물거리고 지연시키는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들이 반복적이고 의례화된 강박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지연행동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는데 무척이나 천천히 하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시간 소모는 조금 늦은 정도가 아니라 답답하리만큼 오래도록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료자는 그들의 지연행동이 특별한 일에 집중하거나 몰두하여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일상의 생활을 하는 데에 그렇게 걸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누군가가 이들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경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지 능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치료적 작업은 심리적 측면에서 시도해야 한다. 모든 행동은 일단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료자는 그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즉 시간적 목표를 정하여 시도해야 한다. 그런 치료의 과정을 거쳐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그만 긴장된 마음으로 어떤 일을 시도할 수 있게 되고, 치료에 응하는 노력에 따라 점차로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단계적인 실천을 시도하라. 모든 일을 착수하려고 하는 데에는 단계적인 실천이 일의 시작이나 진행을 순조롭게 만들기 쉽다. 이런 원리에 따라 치료자는 그들에게 단계적인 실천을 시간을 의식하게 만들고, 시간성에 맞추어 일하는데 노력하게 해야 한다. 이때 일의 경중에 따라 시간배분을 적절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작은 일은 빠른 시간에 곧바로 착수하는 습관을, 큰일은 며칠간의 간격을 두고 시도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모든 일의 처리는 대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의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행동을 완벽하게 개선할 수도, 고칠 수도 없다. 일단 작은 것, 즉 작은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차로 작은 것을 훈련해야 한다.

만약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우라면 어떤 일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설정해 두고 점차로 그것을 시도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전혀 지적받지 않으려는 마음보다는 일단 이렇게 계획을 하여 그 일단계로 이렇게 시도했음을 보고하거나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거의 직업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며 옷을 입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면도할 때 턱수염을 하나하나를 각각 잘라내야 하거나 구두끈을 묶을 때는 융통성을 부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씻고 입는 행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화장품 바르고, 옷 입는 정도를 세세한 행위로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실로 이들에게는 '대충'이라는 말이 치료를 위해서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대충은 어설프게 또는 얼버부린다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지나치게 기울이지 않은 정도를 의미한다.

셋째로 작은 실천을 중요시하라. 변화를 바란다면 일단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야 한다. 변화는 큰 것에서부터가 아니라 작은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고, 큰 변화도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고 작은 변화들이 여러 개 모여 큰 것을 이루는 원리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의 치료 작업에서 작은 실천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작은 실천은 일단 시간적으로 적응하는데 쉬우며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지연행동 강박증은 시간이 중요하다. 이들의 만성화는 알고 보면 시간적인 것이고, 오래도록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가 하면 이들의 시간적인 행동은 실천적인 것을 포함한다. 이들의 행동은 쉽게 바꾸지 못하여 머뭇거리다 오래 시간을 끄는 형태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실천은 일단 쉬워야 하기에 작은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너무 완벽한 것을 목표로 하거나 완전하게 하려 할 때 더욱 머뭇거리게 된다. 일을 완벽하게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곧바로 착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큰 것을 하려는 부담스러운 마음에서 출발하기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소박한 마음을 갖고 착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은 여기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더욱이 이들은 지나치게 꼼꼼한 수행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는 작은 일부터 착수하거나 실천하는 측면이 가능함을 반증한다. 그러니까 치료자는 이들을 치료할 때 처음부터 큰 것을 요구하지 말고 작은 것을 요구하여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런 치료 노력을 통해 이들의 내면에는 어느새 대칭이나 정확성, 의례화된 순서 등 저마다 다른 내용의 강박사고를 지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 수집행동의 강박증

수집행동의 강박증은 물건을 덮어 놓고 모으는 증상이다.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벽이 병리적 증상이 되는 것은 이들이 강박적으로 모으는 증상이라는 점에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의 수집적 증상의 핵심은 무가치해 보이는 사물의 수집 및 축적, 그리고 난잡해진 생활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배후의 강박사고는 정보, 기회 및 수집물의 상실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자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물건을 반드시 모으지 않으면 불안하고 그것을 수집해야만 편안해진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이들의 수집으로 인한 것이 장기적이지 않고 대개 일시적인 경우로 제한되고 있다. 물론 모든 수집적 행동이 반드시 강박증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을 즐거운 취미로 수집하는 경우다. 어떤 물건이든 일정하게 모으는 현상에서는 강박증상과 동일한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지나친 병리적인 측면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다. 외국 주화나 기념우표를 수집하는 것, 또는 한 음악가의 앨범만을 끈기 있게 수집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수집하고 있을 듯하다. 이들이 때로 강박적인 성향이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강박증 환자들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 얼마든지 병리적인 강박증으로 진단내려도 틀리지 않을 수 있기에 그에 따른 조심성이 요구되고 있다.

1) 증상의 특징

강박적 수집증은 정상적인 수집행동과는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강박적인 수집행동에서는 거의 쓸모없어 보이거나 낡고 가치 없는 물건들에 대해서 집착을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날짜가 지나 누렇게 빛바랜 신문을 차곡차곡 쌓아 모으거나 신문지에 끼워져 배달되는 광고지나 팜플렛까지도 모은다. 그들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은 물건들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수집가들은 흔히 다른 강박증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강박적으로 손을 씻거나 확인하는 증상은 다가올 일들을 깊이 생각하면 혼란스러워한다. 또 자신들의 강박적 의식행위에 대해 걱정한다. 강박적으로 손 씻는 증상들도 매일 자신의 손을 씻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증상도 난로가 꺼져있는지 확인하려고 40분 동안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반면에 전형적인 수집광은 모아두고자 하는 마음에 저항하지 않는다.

수집광들의 흔한 양상에는 먼저 고통이나 의례적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이 있다. 그리고 회피하거나 의식화 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이 있다. 고통이나 의례적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들은 물건을 버린다, 누군가 자신의 ‘수집품’을 재배치한다, 후에 필요할지 모를 물건을 잊어버리고 남겨두고 간다 등이다. 고통을 불러 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은 어느 날 내가 물건이 필요할 때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그것을 버렸으면 어떻게 될까 등이다. 회피하거나 의식화 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은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없다, 필요한 물건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등과 관련되고 있다.

2) 심리적 이해

강박적 수집증 또는 수집적 강박증은 물건을 덮어놓고 모은 것에 집착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문제는 생활공간이나 난잡한 쓰레기로 가득차게 된다는 점에 있다. 낡은 신문지이든 돌멩이든 이들의 수집물이 주거공간을 메우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모은 물건으로 주거공간을 가득 메우고야 만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으로서의 수집행동을 정의해 주는 요소다. 이처럼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흔한 증상에는 쓸모없는 품목들을 모으는 것, 특정한 방식으로 '수집품'을 정리하는 것 등도 해당되고 있다. 이들은 마침내 수집과 축적의 강박행동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학업 및 직업 기능의 수행에 지장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강박적으로 모으는 수집벽을 가진 수집광도 강박증과 동일한 공통점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강박적 손 씻기와 확인증의 환자들은 그런 행동을 금지할 때 불안을 경험한다. 그러한 불안은 그대로 불쾌한 감정이다. 이런 불안이 수집증 아니 수집벽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는 측면이 있다. 이들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자신이 원하는 순간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근간을 두는 점에서다. 이는 수집증 강박증의 병리적 경계선을 위하여 더 정확하게 심리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점이라 보아야 한다.

첫째로 수집적으로 변형된 양상이다. 이들의 증상은 어떤 물건을 아까워하고 버리지 못하는 특성이 수집으로만 발전되거나 변형된 경향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수집행동은 아마도 성장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갖고 싶은 물건에 집중하여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여유롭게 살지 못한 가정환경이 갖고 싶은 물건을 갖지 못한 마음이 물건에 대한 귀함으로 자리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사용가능하고 쓸만한 물건을 보면 아까워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쓸만한 물건을 왜 버리는지 아까워서 자기라도 그것을 주워서 모아두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은 물건을 주워 모으다 보면 모두 쓸만한 것이고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의 문제는 생활공간을 어렵게 만든다는 측면이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수집행동 강박증은 생활공간을 난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점에서다. 심지어 이들은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쓰레기로 취급될만한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모은다. 그러나 몇 년이 흘러가도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증상은 사실상 마음에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심리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허전한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없기에 그저 많이만 쌓여 있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른다.

둘째로 소유본능의 발현이다. 수집형의 소유적 측면은 본능적인 관점에서 이해된다. 수집형이 물건을 모으는 것은 유달리 소유본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소유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소유라는 영역을 중요시 하는 마음으로 나타난다. 수집형이 책을 읽는다면, 여러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 이들은 책의 중요한 부분에도 줄을 긋지만, 중요하지 않은 모든 부분에도 줄을 긋는다. 그렇게 줄을 그어놓고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다시 기억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이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들여다본다면 전혀 새로울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부분을 읽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행동은 기억과는 상관없는 그들의 소유적 행위인 것이기에 그들에게는 처음이냐 이미 경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실로 그들에게는 기억하느냐 않느냐 보다는 처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그들의 소유적 본능에서 이해해야 한다. 자신이 거쳐 간 것에는 모두 애정을 가지려는 특징이 드러난다. 이런 애정의 마음은 아마도 소유에 바탕을 두는 심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읽은 부분에 대해서 단순히 줄을 긋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적 영역이라는 표시인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마치 동물들의 영역 표시를 상기하게 만든다. 동물들이 자기의 영역의 표시를 몸의 냄새나 특이한 냄새인 소변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도 많이 가져보지 못한 물건애의 애착심이 그런 행동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물건의 소유, 그리고 소유물의 애착심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리고 소유욕은 인간에게 있는 본능 중에서도 가장 끈질긴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현재는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쓸 만한 물건이 있으면 지하실이나 창고에 보관해 둔다. 그러나 강박적인 수집행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주거공간을 온갖 수집물로 가득 채워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는 그들의 과도한 소유욕이 보이는 현상의 결과이자 그 과도한 소유욕의 심리적 현상이 오늘의 수집 증상으로 발전되었을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셋째로 심리적 공허감의 발로이다. 수집증은 물건에 대하여 애착을 갖고 수집하지만 그 물건을 정리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다고 전술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수집형에 대립적인 것이 정리정돈형이다. 수집형 중에서도 드물기는 하지만 정리정돈을 겸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기에 논외로 한다. 정리정돈 유형은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강박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동일한 강박증이라 해도 매우 다른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수집형은 집안을 온통 난잡한 쓰레기더미로 만들어 놓는다. 이들은 자신의 수집물을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치우는 것에 대하여 과도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들에게는 단지 '보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집안이 들썩들썩 바람 잘 날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안 씻는다고 형편없는 남편으로 취급하는 아내 보기가 무서워 억지로 고양이 세수하듯 하는 남편이 있다고 하자. 그에게는 아마도 그에게는 이삼 일에 한 번은 이리저리 베개가 날아갈 판이다. 그런가 하면 온 집안을 난지도처럼 만들어 놓고 보물을 다루듯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아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끼리 결혼하면 안 싸우고 조용히 살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수집증은 수집행동에 몰두하느라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수집한 물건이나 수집행위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심한 불편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수집형 중에서도 드물지만 때로는 수집한 물건들을 잘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씻고 확인하는 강박증은 일어날 끔찍한 일을 두려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만 하는 자기의 행동에 대해 불편감을 느낀다. 그러나 수집형은 자기의 행동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고 자기행위에 대해 저항하거나 억제하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것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괴로워 떠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치료적 대응

수집증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을 강박적으로 모으는 증상이라고 했다. 이들에게는 흔한 강박적 행동들은 쓸모없는 품목들을 모으는 것이 주된 증상이었다. 버려도 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축적해 두거나 다른 곳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물건을 나중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덮어놓고 모으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수집증에는 특이하게도 특정한 방식으로 '수집품'을 정리하는 것 등도 해당된다고 했다. 이들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치료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로 자기기억을 신뢰해야 한다. 강박적 수집증의 특징은 기억과 관련된다. 이들은 자신의 기억을 잘 신뢰하지 못하면서 정보를 기억하거나 기록해두는 것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평가한다. 낡은 신문을 버리지 못해 모조리 쌓아두는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환자는 신문에 담긴 정보가 매우 중요한 것들이지만 이를 기억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정보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신문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대로 모아둔다. 신문을 모으는 것은 정보를 기억하지 않으면서 상실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쌓아둔 신문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문이 자신에게는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자신의 부족한 기억력을 보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이 환자에게 있는 잘못된 신념은 일단 읽은 것은 모조리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강박증은 시각정보에 대한 의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수집물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잊혀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자신의 기억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눈에 보이는 곳에 수집물을 늘어놓는 이유이다. 강박적으로 확인 행동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문을 닫았는지, 가스불을 제대로 껐는지에 대한 자기기억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수집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 이 수집물을 상실했을 때 수반되는 기회나 정보의 상실에 대한 책임감과 수집물 자체를 파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다. 많은 경우 이들에게 있어 수집물은 일종의 안전신호로 작용하여 자신의 삶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드시 지키고 보호해야 할 애착의 대상이기도 하다. 실로 그들에게는 수집물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안정감을 주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심지어 치료를 받다가 “아이, 불안해요, 어서 집에 보내주세요, 빨리 가서 물건을 모으고 확인하고 싶어요, 보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둘째로 심리적 공허감을 극복해야 한다. 10여년 이상이나 강박적인 수집행동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일단 난잡함의 폐해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집에는 편히 발 뻗고 앉거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이 하나도 없다. 주방에는 어깨 이상의 높이로 잡다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고,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만 트여 있을 뿐이다. 응접실에서도 앉을 수 있는 소파나 의자는 없다. 물건을 쌓아 둘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누렇게 때가 낀 잡다한 서류철이나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히 쌓여 있다. 그들에게는 이른바 '쓰레기 더미'로 인해 일상적인 일과도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으며, 아이들에게 '적절한' 생활환경도 마련해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쓰레기더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서도 위축되고,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부엌의 식탁은 다른 탁자의 용도로 사용된지 5년도 더 되었다. 그 위에 온갖 쓰레기 같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러한 '난잡함'은 온 가족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도 물건을 하나라도 건드리거나 버리면 노발대발한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버릴 수 없다는 생각과 난잡한 쓰레기더미가 강박적인 수집행동의 특징이다. 그러기에 기념우표를 수집하기 위해 우체국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수집행동과 환자들의 강박적인 수집행동간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셋째로 정보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쓸모없는 물건을 수집하고 축적해둔다는 것이 정상인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가족 중에도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기만 하다가 이사라도 가야 마지못해 버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뭔가를 버리려고 할 때면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막상 버리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쓰지도 않는 물건이다. 또 이들은 책상과 서재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일하면서 흩어져 있는 물건을 정리하려고 하면 전혀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강박적인 수집행동의 성향과 관련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우선 이들은 '중요한 정보나 기회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지식 위주의 경향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정보를 알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다.

남들 눈에는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라도 뭔가 중요한 내용이나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이를 버렸다가는 나중에 큰일을 당하거나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 같은 가능성에 집착한다. 일반적으로 낡은 팜플렛, 신문광고지, 일간지는 한 번 읽고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나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나 사건을 잊게 될까봐 끊임없이 메모하는 형태로 이러한 상실의 두려움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손에는 늘 노트가 들려 있으며, 사소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내용을 모두 기록한다. 이 역시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게 된다. 지금은 버린다고 해도 나중에 노력만 하면 필요할 때 다시 구할 수도 있을 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중에 다시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것들이 이들에게는 중요하고 다시 얻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정보상실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극복해야 되는 이유인 것이다.

넷째로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들 강박적 수집행동 환자들은 사고방식에서 독특한 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인지적인 과정상에 몇 가지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강박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특징이기도 한데, 그 하나는 완벽주의이다. 이들은 완벽을 추구하므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측면을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실수에 대한 염려가 많다. 대부분의 강박적 수집 환자들이 의사결정에서 우유부단함을 보이며, 무엇을 버릴 것인지 안 버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중대하고 골치 아픈 문제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일단 근시안적이 되는 것이다. 멀리 내다보면서 물건을 모두 모을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나중에는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실제로 이들이 수집하는 물건들은 대개 시대를 지나 쓸모없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집과 축적은 이들에게 의사결정을 피할 수 있게 해주고, 중요한 물건을 버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불운한 일에 대한 걱정을 해결해준다. 어쩌면 무엇을 버릴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는 습성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얼핏 보기에 쓰레기로 보여도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쓰며 어떤 사용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사물을 분류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여 사물의 범주를 나눌 때 매우 협소한 범주들을 생성해낸다. 서재를 어질러놓는 사람들이 이러한 유형의 강박 성향과 관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고의 흐름이 이런 난잡한 서재를 만들게 된다. 공부하다가 오른쪽 책꽂이에서 책을 하나 꺼내서 보았다. 이제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을 그대로 덮어서 다시 책꽂이에 꽂으면 방금 참고했던 중요한 정보를 남길 것으로 생각하고 책을 옆에 펼쳐 놓게 된다. 또다시 책꽂이에서 다른 책을 하나 꺼내서 참고한다. 이 책은 책꽂이의 책과도 다르고 앞에서 참고하고 펼쳐 놓은 책과도 다르지만 다른 중요한 정보를 담은 책이 되므로 다른 곳에 펼쳐 놓아야지만 안심이 된다.

다섯째로 소유욕을 극복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가 있어서 서류철을 뒤적거리는데 뭔가 이 서류철에 있어서는 안 될 다른 서류가 들어 있다. 지금은 일이 복잡해서 서류를 제 위치에 찾아 넣을 만큼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중요한 서류는 아니지만 버릴 수는 더더욱 없다. 그러니 책상 다른 한 곳에 이 서류를 둔다. 이러한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하나쯤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금방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범주를 형성한다는 것이므로 직접적으로 수집과 축적의 강박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차이 없는 똑같은 쓰레기더미 같다고 해도 다르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매우 미세한 차이라도 있다면 뭔가 독특하게 중요한 것으로 지각되므로 그것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어야 한다. 이들에게 웬만큼 비슷한 것들은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그토록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책상을 어지럽게 둔 학생들의 경우 70%는 게을러서 그렇고, 20%는 강박적이어서 그럴 것이다. 나머지 5%는 천성적으로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 좋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유적 경향이다. 어느 정도의 소유는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분명히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시각에서는 소유로 행복하려는 마음은 착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소유욕에는 제한도 끝도 없으므로 적절히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리고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에 대한 실천을 하는 사람만이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3. 결론: 지연행동과 수집행동의 강박증

지금까지 우리는 지연행동의 강박증과 수집행동의 강박증에 대하여 기술했다. 이 둘은 일반적인 강박증으로 이해하기에 쉽지 않는 점이 특징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행동을 지연하는 것이 어떻게 강박증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가의 의문과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이 어떻게 병리적인 증상으로 구분되는가와 관련되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러기는 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강박증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특이한 강박증의 유형이기도 했다.

지연행동의 강박증은 시도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려는 증상이었다. 곧바로 시도해야 할 일, 지체 없이 시도할 일들을 지연하는 행위로써 이것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므로 지연행동의 강박증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철저하게 마무리 하고 엄격하게 끝내야할 일들을 지연시키고 있다면 주변에서 보기에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었다. 물론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성격이 느긋한 사람들은 조급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이런 현상을 강박증으로 진단하기에는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지연행동은 강박증이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특징에서 생각하면 강박증으로 인정하기에 쉽지 않은 점도 있을 것이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지연행동은 강박증의 특수한 측면이라고 해야 할 것이지만 지연행동은 분명히 강박증의 유형 중 하나에 해당했다. 어떤 일을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미룬다고 하면, 일종의 병리적 증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이들의 대변의 지체는 일종의 강박증상이므로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었다. 여기에 증상의 특징,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댕응 등이 함께 다루어졌다.

수집행동의 강박증은 물건을 덮어 놓고 모으는 증상이었다.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벽이 병리적인 증상이 되는 것은 이들이 강박적으로 모으는 증상이라는 점에서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의 수집적인 증상의 핵심은 무가치해 보이는 사물의 수집 및 축적 그리고 그로인해 난잡해진 생활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고, 그 배후의 강박사고는 정보, 기회 및 수집물의 상실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자리한다고 보아야 했다. 물건을 반드시 모으지 않으면 불안하고 그것을 수집해야만 편안해진다는 점에서였다. 더욱이 이들의 수집으로 인한 것이 장기적이지 않고 대개는 일시적인 경우로 제한되는 점도 있었다. 물론 모든 수집적 행동이 반드시 강박증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지 예매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을 즐거운 취미로 수집하는 경우이다. 어떤 물건이든지 간에 일정하게 모으는 현상에서는 강박증상과 동일한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지나친 병리적인 측면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에서였다.

실제로 우리의 주변에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다. 외국 주화나 기념우표를 수집하는 것, 또는 한 음악가의 앨범만을 끈기 있게 수집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수집하고 있을 듯하다. 이들이 때로 강박적인 성향이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강박증 환자들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런 수집적인 경우에도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는 얼마든지 병리적인 강박증으로 진단을 내려도 틀리지 않을 경우도 있기에 그에 따른 조심성이 요구되었다. 이를 위해서 증상의 특징,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을 부차적으로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