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8장 강박증의 유형과 치료적 대응(1)

강박증의 유형은 일단 행동적·심리적으로 대별된다. 강박증상은 행동이 주로 나타내는 것과 심리적으로만 나타내는 것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강박증에서 행동증상은 외현적이므로 그 구분이 어렵지 않으나,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증상은 간단하지 않다. 심리증상은 대개 성격 때문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의 특징을 혼합하는 것으로 행동과 심리를 오가거나 혼재하는 혼합형도 있다. 이런 유형은 불안할 때의 행위나 의례적 행동, 또는 순수하게 심리적인 반복 생각 등에 따라 그 이해와 치료적 대응이 달라진다.

1. 씻기행동 강박증

강박적인 씻기 행동은 신체의 부분을 강박적으로 씻는 증세다. 강박증상 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씻기 행동적 강박증은 오염(汚染)에 대한 불안한 생각으로 이를 방지하려고 자주 씻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오염물질이나 병균 등으로 손이 더러워졌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사고는 이들에게 강한 불안과 손을 씻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야기한다. 그래서 이들은 어떤 물건이나 상황에 의해 오염되는 것에 대한 강박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의 증상은 단순히 오염공포와 세척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더러워진 손을 통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을 오염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동반되는데, 이는 잠재적인 불안감과 죄책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가능한 오염경로를 생각하고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행위경로를 반추하는 데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오염은 이들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이 근원이기에, 이를 떨치려 과도하게 손을 씻거나 습관적으로 오래 샤워하고, 몇 시간 동안 집안을 청소하는 등 강박행동에 몰두한다. 이들의 행동은 ‘이미 오염되었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수행된다. 이러한 행동에는 손 씻기, 샤워와 목욕, 옷 갈아입기와 세탁, 표면이나 물건을 깨끗이 정리하기 등이 포함된다.

1) 증상의 특징

씻기 행동은 의례적으로 행동하거나 회피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작용한다. 여기에는 고통을 일으킬 사고나 이미지와 충동 등과 관련하여 이를 피하지 못하거나 의례적인 행동을 못할 때 일어나는 두려움 등도 포함된다. 이런 행동적 증상을 그 특징에 따라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의례적 행동을 하거나 회피하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여기에는 공중화장실, 쓰레기 등에 병균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것, 친척, 고향 등이 오염되었다고 느끼는 것, 대변, 소변, 월경혈, 땀, 바닥 등이 더럽다고 느끼는 것, 화학물질, 석면 등의 건강에 위험을 주는 것 등이 해당된다. 그 다음 고통을 일으킬 사고, 이미지, 충동들이 있다.

그것들에는 나는 오염되었다, 나는 오염될 것이다, 그것을 만지면 더러워질 것이다, 충분히 씻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피하지 못하거나 의례적인 행동을 못할 때 일어나는 두려움 등이 있다. 그것들에는 나 혹은 다른 사람이 오염되거나 어떤 것을 안전하지 않게 만들 것이다, 나 혹은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죽을 것이다, 영원히 불안해질 것이다, 나는 조정력을 잃어 미칠 것이다 등이 해당되고 있다.

2) 심리적 이해

강박적 씻기는 매우 단순한 생각에 의해 지배된다. 이들에게 “왜 그토록 씻는가?”라고 물으면 먼지나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와 의도는 자신과 접촉하게 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강박행동을 반복하는 의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해 들어가다 보면,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행위는 비이성적이고 지나친 것인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이들의 강박적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여기서는 그 행동의 원인을 심리적인 관점에서 밝히고자 한다.

첫째로 강박적 씻기는 오염에 대한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강박적 씻기 또는 강박적 청결은 세척 행동과 마찬가지로 오염사고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접촉해 오염되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피부에 접촉하면 직접적으로 불편한 감각을 느끼어 이 감각을 제거할 필요성을 느낀다. 더욱이 이들의 흔한 오염에 대한 강박증은 신체분비물, 대변, 소변, 월경혈, 땀 등을 포함한다는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걱정으로 인해 그들은 병균에 의해 오염된 신체 분비물에 관한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중 화장실 접촉을 두려워하는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이처럼 그들의 오염사고는 손을 벗어나 다른 사물들로 점차 확대되며, 그에 따른 세척행위는 끊임없이 그 대상을 확대시켜 나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질병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람은 대개 막연한 두려움만 느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병을 가질 기회는 매우 낮으나 강박증은 질병이 임박한 것으로 느낀다. 이런 현상은 병균을 피하려는 행위이지만 이들의 증상은 무엇을 피함으로써 병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이 문제다.

이들은 오염이 끝없이 한 대상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며 신체적 접촉이 없이도 일어난다고 믿는 것이다. 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청결한 대상과 공간, 그리고 오염에 노출된 대상이나 공간은 관념적으로 설정되며, 오염되지 않은 대상과 공간의 청결이 유지되고 있다는 안도감은 대부분이 강박행동인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라야만 얻어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개에 의해 오염된다는 걱정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에 그들은 개를 피할 뿐 아니라 개의 집, 개가 지나간 거리, 공원 등도 피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오염되는 상황의 연결에는 끝이 없고 주변의 모든 물리적 세계가 오염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에게는 단순히 어떤 장소를 피함으로써만 개의 병균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염을 제거할만한 적극적 방법으로 반복적 청결을 시도할 것이다. 이는 오염으로 인한 질병의 유발이 걱정되는 것이지만, 이들이 반드시 질병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인해 발생되는 행동과 그 생각의 일치성을 규명하려는 문제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들에게 질병의 유발보다는 단순히 강박적인 씻기 행동으로 그 불안을 해소하려는 강박적인 특성이 지배한다는 점에서다. 이때 질병의 유발이 우선되는 경우라면 아마도 건강염려증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건강염려증 환자의 경우에도 이런 강박적인 청결이나 씻기 행동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에 대한 염려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생각에 매여 강박적으로 행동하는 것인지의 차이만 있을지 모른다.

둘째로 강박적 씻기는 강박 사고에 매여 있다. 씻기 행동은 행동보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질병의 문제는 부차적이면서도 마치 그럴 것 같은 핑계, 즉 자기의 합리화로 인하여 강박적인 씻기를 더 시도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문제는 건강염려증 환자의 행동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예를 들자. 병원 복도와 계단을 따라 흰 가운을 입은 사람과 오만상을 찌푸린 환자복 차림의 네 사람이 일렬로 어설프게 걷고 있다. 한 사람은 수건을 들고 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어정쩡하게 들고 있다. 그들은 일렬로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안절부절 못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나와서 다시 윗층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실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오염에 대한 강박 사고와 씻기의 강박행동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노출치료 장면이다. 실제로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열심히 씻기를 시도했다. 병원균이 자신의 신체에 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강박적 씻기 행동이 오염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의 오염사고는 실제적인 상황이 아니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심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들은 외출한 후 집에 들어오면 여러 번씩이나 씻어야 하고, 샤워는 한 시간 또는 한 시간 반 정도로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몸의 구석구석까지 문질러 닦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강박적 씻기 행동은 씻으려는 충동이 그들을 괴롭게 하는 증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씻기 행동의 비합리성이다. 강박적인 씻기 행동은 비합리적 사고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들은 반드시 씻어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자주 씻는다는 점에서다. 그들에게 오염에 대한 공포로 전치된 불안은 ‘혹시나 오염물이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면’, ‘혹시나 씻는데 놓친 부위가 있다면’ 등의 걱정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이 걱정은 또다시 반복되는 씻기 행동을 요구하며, 결국은 더 많은 시간과 더 정교한 방법을 동원해야 가까스로 안심할을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들은 일시적인 평정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지 잘 인식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다양한 공공장소에 가는 것이나 사람들과 혹은 사람들이 만졌던 물건에 접촉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이들은 다양한 공공장소에 가는 것이나 사람들과 혹은 사람들이 만졌던 물건에 접촉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것이다.

이들에게 “왜 그토록 씻는가?”라고 물으면 먼지나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들의 목표와 의도는 자신과 접촉하게 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들이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지나친 것인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할 뿐이다.

넷째로 결백적 행동 때문이다. 행동은 습관화되는 경향이 있기에 행동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행동하는 사람은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행동하는 사람은 대개 행동하고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이런 현상도 알고 보면 그들의 행동이 유연하지 않다는 점에서 강박적 증상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리에서 그들은 청결을 향해 행동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므로 이들이 치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심리적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청결행동은 씻기 행동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청결행동은 불결한 것을 참지 못하는 일종의 결백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방을 말끔히 청소하고 그런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런 청결벽을 가진 아내라면 남편이 먼지를 떨어뜨리는 것도 묵인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아마 남편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먼지를 주울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그런 아내는 남편이 어지럽히거나 불결을 조장하는 것에 극도로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다. 그녀가 신경을 쓰는 일은 실로 피곤한 일이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아내를 둔 남편이라면 아내의 청결벽을 고치든지 아니면 거기에 순응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의 따가운 핀잔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의 요구에 맞추어 깔끔하지 않으면 아내로부터 점수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경우의 남편은 살기 위해 청결이 필요한지 청결을 위해 사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3) 치료적 대응

씻기 행동적 강박증 환자들의 치료적 대응은 일반적인 원리와 특수한 원리가 활용된다. 일반적인 원리는 강박증의 여러 유형들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특수한 원리는 관련되는 증상에만 해당되는 경우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들의 치료는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원리를 적절히 활용해야 될 것이다. 이런 씻기 행동을 위한 치료적 대응으로는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로 상황을 직면하는 일이다. 상황의 직면은 모든 공포감을 갖는 현상에서 중요한 해결책이다. 상황의 직면은 강박증이나 공포증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들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은 대개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어 그 부분에 경험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들에게 상황의 직면은 특정한 부분을 한 번만 씻거나 씻지 않는 방법이 된다. 씻지 않으면 오염되리라는 생각을 경험적으로 수정하기 위해 행동으로 입증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이란 열심히 씻는 경우에도 유발될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유발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치료에서의 행동 지연이나 금지는 이들의 행동이 심리적 불안에서 야기됨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임상에서 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질병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또 그러한 병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여기는지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은 지극히 모호해진다. 이들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어떠한 질병에 대해서 걱정하기보다는 막연하고 비합리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험의 확률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측면에서 비합리적인 사고를 보인다.

이러한 강박사고에서 비롯되는 강박행동의 수행에서도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측면을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환자를 상황에 직면시키는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하여 인식을 바꾸어 주어 행동의 변화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식의 변화를 우선으로 하면서도 이를 단계적으로 시도해야 되는 등의 기본적인 유의 사항을 잘 활용해야만 치료적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점은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마음을 넓히는 문제다. 마음을 넓히기는 이들의 불안감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이다. 임상의 경험에 의하면 누구든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가질 때 마음이 좁아진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들에게 부정성의 수위가 높아진 경우로 볼 수 있다. 부정성이 높아져 불안해지면 넉넉한 마음이 아니라 좁아진 마음이기에 초조해진다. 그러고 보면 마음의 초조함은 그만큼 불안을 유발시키는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마음은 넓은 만큼 안정감을, 좁은 만큼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이런 원리에서 이들의 씻기 행동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들의 불안감은 오염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오염 부위를 씻어내 일시적인 안정감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강박적인 세척행위는 더러워진 상태를 자신이 원하는 아무런 흠이나 부족함이 없다는 무흠무결(無欠無缺)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는 회복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의 그런 노력이 당장의 불안을 떨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것은 너무나 짧은 것이라는 사실이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외출을 삼가고, 벌레 한 마리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단속을 철저히 하며, 외부의 어떤 물건도 신중하게 확인하기 전에는 집안에 들여놓지 않으려 한다. 또한 낯선 사람과 접촉하게 되는 것도 너무 위험한 일이다. 자기가 늘 닦고 확인하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집안의 물건조차 만지기를 꺼린다. 심지어 이들이 극단적인 경우에는 집의 창문과 모든 출입구를 봉쇄한 채 외출을 삼간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제 그들이 치료적 효과를 거두려면 이런 부질없는 수고를 더 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마음을 넓히는 일에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치료자의 체계적인 작업이 수행되기만 하면 치료적 효과는 충분히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로 심리적 둔감법의 활용이다. 씻기 행동적 강박증은 외부적으로는 행동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심리적인 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에게 신경증적인 특성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리적인 측면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측면, 즉 신경증적인 특성은 그들이 지나치게 예민한 점을 들어야 한다. 이들에게 일어나는 오염의 불안은 너무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현상은 신경증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므로 이들에게는 과도한 생각보다는 단순하게 행동할 것을 권유해야 한다. 이런 점은 그들이 덜 예민하면 그 증상이 일단 완화된다는 것을 기대하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둔감해지는 방법이 하나의 치료적 기법이 된다. 이때 ‘될대로 되라!’는 식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생각에 매달리게 되어 거기에 압도되는 것보다는 그 생각을 넘겨버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곧바로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하여 신경을 기울여 행동하다 보면 다른 생각들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위에 제시한 치료 대응방법이 효과를 얼마나 거둘지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지면관계상 방법이나 절차를 자세히 기술하지 못하고 대략적 방법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자가 전술한 치료적 방법에 따라 적절히 시도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이런 원리를 시도하여 상당한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게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 어려움도 따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강박적인 씻기 행동을 보이는 환자에게서 종종 마술적인 성격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강박행동에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간의 논리적인 연결이 결여되고 마술적인 연관성을 띠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부모에게 난폭한 행위를 저지르는 강박사고에 시달리는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이 생각에서 나오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매일 50회씩 강박적으로 손을 씻었다. 이러한 강박행동은 상식적에서 볼 때 현실적 방식의 대처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씻기행동 강박증의 치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치료자가 명심해야 할 일이라 보아야 할 점이다.

2. 확인행동 강박증

강박적 확인 행동은 자신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들은 어떤 결함이나 실수 혹은 사고에 대해 ‘의심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방지하려 반복적으로 확인행동을 수행한다. 이들의 확인행동은 대체로 일정하게 굳어진 의례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며, 주로 실수나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내지는 검토적 의도를 띤다.

이 확인 행동적 강박증은 씻기 행동적 강박증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세척유형(washer)과 확인유형(checker)은 강박증 전체로 보면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세척유형과 확인유형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치료 대상의 75%을 차지하는 점에서다. 강박적 확인행동의 소재로는 문단속, 가스밸브, 난로, 재털이 등이 등장됨을 들 수 있다.

1) 증상의 특징

확인행동은 자신의 행동 반복 확인하는 증상이다. 흔히 문이나 창문, 차 브레이크나 수도꼭지 전기제품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기, 편지나 서류들을 보내기 전에 확인을 반복하기, 운전해야 하는 길을 확인하기, 자신의 활동을 정신적으로 다시 반복 회상하기 등이 있다. 이런 확인 행동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고통이나 초조함을 유발하여 의례적 행동이나 회피하도록 만드는 상황들이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불편감을 유발시키는 사고, 상상, 충동들이 있으며, 이에 따라 피하거나 의례적으로 행동하지 않음으로 인한 두려운 결과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의례적 행동이나 회피하게 하는 경향을 일으키는 상황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다. 실수하는 것, 다음처럼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해칠지도 모르는 상황, 문이나 창문이 닫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집 떠나기, 해로운 물질을 확인하지 않고 음식을 먹기, 사람을 해칠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고 보행자 근처에서 차 몰기, 전기제품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집 떠나기, 약을 넣어둔 벽장을 잠그지 않고 두기 등이다.

그런가 하면 그들에게 불편감을 유발시키는 사고, 상상, 충동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내가 모든 창문을 확인했나”, “내가 아픈 아이에게 너무 많은 약을 줬나”, “내가 차에 브레이크를 걸어 놓았나”, “내가 차로 다른 사람을 치었나“, “유리조각이 음식에 있을 수도 있다” 등이다.

피하거나 의례적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 인한 두려운 결과들에는 다음과 같다.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누군가 집으로 난입하여 물건을 훔치고 가족을 해칠 것이다”, “내 집이 불타 없어질 것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것이다”, “내가 비판받거나 조롱받거나 창피 당할 것이다” 등이다. 이렇게 확인행동이 다양한 것은 확인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에서 근거한다.

2) 심리적 이해

강박적 확인행동은 정상행위를 벗어나거나 과장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일상생활에서도 늘 수행하는 일에서도 이상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그들은 일상에서 가볍게 행하는 문이나 창문을 닫았는지를 걱정하는 형태를 보이거나 자신이 난로를 정말로 조심스럽게 확인했는지 확인행동을 한다. 물론 이런 정도의 확인은 일반들인들도 얼마든지 한다. 밤에 잠자리 들기 전에 일단 문을 점검하는 일을 누가 하지 않겠는가? 다만 나쁜 어떤 일의 가능성을 과장하는 점이 일반인과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틀림없이 뛰어들어와 가족을 죽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라도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확인 행동적 강박증 환자에게는 그것이 또한 결과가 얼마나 두려울 것인지도 과장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과장적 생각은 다른 측면에서도 충분히 일어난다. 자신의 상관에게 비판받는 것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과장 때문에 그들은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두려움에 떨게 된다. 이런 확인 행동적 강박증에 대하여 심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실수에 의한 두려움에 근거한다. 확인행동적 강박증은 확인하려는 행동에 지배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그들이 실수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나온다. 그들은 실수하면 더 큰 문제가 파생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런 두려움이 바로 그들에게는 강박적으로 확인하려는 행동의 반복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반복적인 확인은 실수로 인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의 확인행동은 한 번에도 미심쩍어서 다시 한 번, 아니 의심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할지 모른다.

문을 닫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시도하는 그들도 힘들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들다. 이를 생각하면 그들이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이란 대개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이를테면 그들이 과거에 잘못 확인하여 큰 사고를 경험하였거나, 어떤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들의 행동은 어떤 결함이나 실수 혹은 사고에 대해 ‘의심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의 확인행동은 대체로 일정하게 굳어진 의례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며, 주로 실수나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내지는 검토하려는 의도를 띤다는 점이 특이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매우 간단한 것으로는 문단속, 가스밸브, 난로, 재털이 등을 확인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로 소심함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소심함이란 어떤 일에 매우 세심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경증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소심한 사람은 신경증적 측면이 많다. 그들은 작은 일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다. 슈퍼마켓에서 매장의 물품 및 기자재 관리를 도맡아 일하는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본래부터 소심하고 작은 일에도 크게 놀라 새가슴마냥 뛰므로 늘 걱정을 만들어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이 슈퍼마켓에서 일한 지 1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강박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수시로 엄습하여 밤늦도록 퇴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과가 끝난 다음에도 몇 시간이고 남아서 매장의 여러 출입문과 창문을 확인하곤 하였다. 그는 매장의 전열기구, 실내조명, 간판 조명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는 전열기구를 하나라도 켜놓아서 불이라도 나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확인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는 집에 가다가도 확인을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서 확인해야만 했다. 그는 아마도 99% 정도로 안전하고 1%의 사고위험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1%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는 확인하지 않은 1%로 인해 매장 전체는 불에 타버리게 되면, 자신은 해고되어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매장주는 거지가 되어 길에 쫓겨날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면 1%는 더 이상 1%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높은 도덕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강박증은 높은 도덕성이 그 바탕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높은 도덕성, 즉 초자아의 위협이 그런 반복적인 확인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런 확인 행동에는 다양한 경우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남을 해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확인 행동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는 참을 수 없는 생각들이 계속 침투해 들어오므로 강박적 확인행위를 견딜 수 없어서 운전을 하기에 어렵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누군가를 차로 치게 될 것 같거나 누군가를 차로 치고 지나온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이미 지나온 길을 몇 시간이고 되돌아가서 아무도 자신으로 인해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으면 주차를 시킨 후에 바퀴에 핏자국이 묻어 있지는 않나 살펴보아야 한다. 심지어는 다음날 조간신문을 사서 누군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있지는 않나 확인해보아야 그나마 안심이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높은 도덕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들에게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봐 고민하는 그들의 지나친 도덕성이 이런 확인행동을 유발된 것이다.

아무에게도 피해주고 싶지 않은 착한 마음이 이제 그들 자신의 마음에 피해를 주고 있는 역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의 지나친 도덕성이 왜 잘못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런다 해도 그들의 지나친 도덕성이 오히려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은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상에서 우리는 확인 행동적 강박증을 심리적으로 이해하였거니와 이런 확인 행동적 강박증에서 특이한 점은 과도하거나 예민하다는 것을 들어야 한다. 이것은 신경증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리적인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소심함, 그리고 지나친 도덕성 등이 그들의 확인적 행동에 심리에 문제로 작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알고 보면, 그들의 과도한 행동, 또는 지나친 행동에는 불안감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불안해서 확인하려는 지나친 행동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의 행동은 더 근본적인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데, 자신이 한 행동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는 특성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하는 행동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어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3) 치료적 대응

확인 행동적 강박증은 단순히 행동 수정의 문제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이 관여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확인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에 확인 행동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치료에서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 기준에 따라 지나친 행동은 개선되거나 수정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치료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치료자는 이들의 행동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치료는 그들이 반복적인 확인행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신뢰하여 한 번으로 만족하는 행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응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로 행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행동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는 그들에게 일어나는 행동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는 일이다. 때때로 확인하는 강박행동들이 너무나 극심한 경우에는 이상해지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밤에 잘 때까지 강박적으로 확인해야만 한다는 여자환자가 있다. 그녀의 큰 두려움은 근처의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녀가 제때 그것을 알아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그녀는 죽을지도 모르는 버려진 아기가 슈퍼마켓에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걱정하였다. 그녀는 그 버려진 아이들에 대하여 걱정하고 그들을 찾아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들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이 죽을지도 모른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슈퍼마켓에 갔을 때, 한편으로는 그녀가 실제로 아기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문 뒤와 복도, 쓰레기통에서 아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그녀의 강박사고는 아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녀가 나무들 사이로 걸어갈 때 각각의 그림자가 땅위에 누워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때 그녀는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림자로 다가가야만 했다. 순간적으로 확인한 후 그녀는 걸어갔으나 몇 발자국 후에 그녀는 그림자로 돌아가서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그때 “내가 충분히 확인했을까”하는 전반적인 의심이 종종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가 없다는 것을 확증하기 위해 벽장을 철저히 확인해야만 했지만 몇 분 후 그녀는 의심하기 시작하여 “아마 내가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을 거야”, “다시 돌아가서 벽장에 아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게 나올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누군가 집안으로 침입할 거라는 것을 걱정하는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람이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문의 손잡이를 반복적으로 돌리거나 흔들어서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차를 향해 몇 걸어간 후에 “내가 정말로 확인했나, 정말로 잠겼나” 하는 의심이 생겼다. 이런 반복된 확인과 의심은 그 기억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심리학 검사에서 강박증의 전반적 기억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기억의 어려움은 오직 그들의 확인행동에서만 나타난다. 잠기지 않은 문에 대한 결과에 대해 과장된 관심은 과도한 불안을 일으키고 이것이 기억을 방해하는 것 같다.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람은 극심한 책임감에 부담스러워 하고, 그 책임감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집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문, 창문, 난로를 확인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밤을 보낸다면 그들은 확인해야만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확인행동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둘째로 사고와 행동의 신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생각이 행동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행동의 의심은 실제로는 자신의 사고를 의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이런 사고와 행동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면, 그만큼 회복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강박적인 확인행위를 하는 것은 강박적인 씻기와 마찬가지로 강박사고에서 유발된 불안감을 감소시켜주지만, 씻기의 행위처럼 그 효과가 일관적이고 늘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술한 대로 강박적 씻기 행동에서는 의례행위의 효과가 비교적 즉시적으로 나타난다. 손을 씻어 손에 묻은 때를 즉시 씻어낼 수 있듯이, 반복적인 의례적 씻기를 통해 불안이라는 마음의 오염을 즉시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인과 관련된 실수나 사고 등에 대해 의심하며 집착하는 환자들은 보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적으며, 또는 아예 가상적인 사고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좀처럼 발견될 수 없는 오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할 때, 뭔가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아서 닦아내는 것과 버리지도 않는 유리조각을 바닥에서 찾아내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어려운 일이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강박적인 확인행위는 씻기 행위에 비하여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불안감소 효과를 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물론 오염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나 가상적인 오염을 닦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의례행위 자체의 속성상 강박적인 확인행동은 만족감을 주는 수준까지 달성되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강박적인 확인행동을 추구하는 것은 일말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실수나 사고의 오류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들의 배후에 작용하는 강박사고는 “혹시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의심’이다. 이들의 의심은 사실상 아무리 확인행위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들에게 있어서 의례행위의 표적대상이 때로는 매우 현실적인 것들이어서 오염물을 씻어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 속에 아기가 들어 있을리가 만무하지만, 이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위해 가능성을 두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을 한다. 강박적으로 씻는 사람들은 오염의 근원을 회피하다가 일단 오염되었다고 여기는 순간부터 이를 씻어내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강박적 확인증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의심과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티끌 같은 오점과 실수를 찾아내고자 헤매는 경우도 많다.

셋째로 과도한 책임감의 해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확인행동은 씻기 행동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이들은 대개 혼자 있을 경우에는 강박적 확인에 대한 충동과 압박을 강하게 받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비교적 불편감의 강도가 감소하고 확인행위에 대한 압박도 약해지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인 요인이 강박적 확인행동에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확인행동과 관련된 강박증은 예상되는 실수나 사고에 대하여 과도한 책임감을 지각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경우, 무엇보다도 이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는 자신의 책임감을 그들과 나누게 됨으로써 의례적인 강박행동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들에게는 자기 집 문단속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남의 집에서 나올 때는 창문 열쇠가 풀려 있는지, 다리미가 카페트에 눌러 붙었는지, 가스불이 켜져 있는지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확인행동의 강박증은 처음 병원에 입원하면 일시적으로 확인행동이 줄어든다. 여기에는 상황의 변화로 확인의 대상이 감소하는 것에도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자신이 개입하고 관여하던 상황이 아니므로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들에게는 다시 과도한 책임감이 발동하고 확인행동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 보면 모든 강박적 확인행위는 혐오스러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강박적 확인행위를 자신이나 가족 또는 낯선 사람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면, 왜 지나간 과거의 일에 대해 계속해서 확인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점에서다.

집을 나서기 전 계속해서 전열기와 수도, 전기 스위치 등을 확인하는 행동은 명백히 예방적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며칠 전에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었는지의 여부를 계속해서 확인하려는 환자들의 행동은 설명하기 어렵고, 그 안에 어떠한 예방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스로를 향한 비난이나 죄책감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이나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확인 행동적 강박증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이나 죄책감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강박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다.

3. 결론: 씻기행동과 확인행동의 강박증의 치료와 이해

지금까지 우리는 두 가지 강박증의 유형과 치료적 대응에 대하여 기술했다. 강박증에서 특정한 유형으로 구분되는 것과 거기에 따른 치료적 대응을 시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증상의 특징을 먼저 기술하고, 그 다음에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을 시도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씻기 행동적 강박증에서는 신체의 부분을 강박적으로 씻는 증세가 문제가 되었다. 강박증상 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씻기 행동은 오염(汚染)에 대한 불안한 생각으로 이를 방지하려고 자주 씻는 현상이라고 했다. 어떠한 오염물질이나 병균 등으로 손이 더러워졌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사고는 강한 불안과 손을 씻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야기하기에 이들은 어떤 물건이나 상황에 의해 오염되는 것에 대한 강박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었다.

오염과 관련된 것에는 신체 분비물, 병균, 질병, 화학물질 등이 해당되는 편이었다. 오염은 이들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이 근원이기에 이들은 오염에 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과도하게 손을 씻거나 매우 의례화 되어 오래도록 샤워하고, 몇 시간 동안 집안을 청소하는 등의 강박행동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들의 행동은 ‘이미 오염되었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수행되기도 했다. 이들의 흔한 행동으로는 손 씻기, 샤워와 목욕, 옷 갈아입기와 세탁, 표면이나 물건을 깨끗이 정리하기 등이 해당되는 것이었다. 여기에 증상의 특징,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이 다루어졌다.

확인 행동적 강박증은 자신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야만 증상이었다. 이들은 어떤 결함이나 실수 혹은 사고에 대해 ‘의심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확인행동은 대체로 일정하게 굳어진 의례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며, 주로 실수나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내지는 검토적 의도를 띤다. 흔히 등장하는 강박적인 확인행동의 소재로는 문단속, 가스밸브, 난로, 재털이 등을 들 수 있었다. 여기에는 증상의 특징,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이 다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