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5장 강박증의 행동치료

행동치료는 인지치료와 함께 강박증 치료에 널리 활용된다. 행동치료는 나타난 행동을 위주로 정신적 현상을 분석하여 자극적 감소를 시도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런 현상은 행동치료가 생각을 바꾸어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행동치료는 강박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여러 구체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이를 위하여 행동치료는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강박증의 증상 악화에 기여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1. 행동치료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

오늘날 행동치료는 강박증의 치료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행동치료가 이론과 임상 실제에서 그 근거가 확립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연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노출과 반응방지’는 대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출과 반응방지법은 상당한 치료적 효과를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행동치료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의 쟈네(Pierre Janet)는 오늘날의 ‘노출-반응방지’에 해당하는 치료기법을 사용하여 강박증 환자가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증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일부 강박증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강박행동을 하기 힘든 엄격한 조직사회인 군대, 수녀회 등에서 강박증이 저절로 좋아진 경우가 때때로 있다는 경우를 발견했으며, 그중 어떤 환자의 경우에 군 제대 후 그러한 통제가 없기 때문에 강박증이 다시 생겨 못 견디겠다는 이유로 자진해 다시 수도원에 들어간 경우를 보고하였다. 여기서 강박증이 좋아진 이유는 아마도 강제로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반응방지’가 유용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치료는 계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강박증의 치료가 간단하지 않은데도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강박증의 단순한 변화는 가능하지만 완벽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시일이 걸리는 것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월피(J. Wolpe)에 의해 행동치료 기법이 공포증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래 강박증에 관해서도 점차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여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행동치료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게 되었다.

여기에는 월피의 ‘체계적 탈감작 기법’(systemic desensitization)과 ‘상호 억제’(reciprical inhibition)의 행동치료 기법이 공포증 환자에게 효과를 본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법들이 강박증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sion)와 내폭법(內爆法, implosion therapy)의 연구가 있게 된다. 역설적 의도는 소규모 증례 연구에서 66%의 효과를 보았다고 보고한 것이나 10명 중 5명이 상당한 치료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내폭법에서는 7회 치료받은 어떤 환자의 증례에서 치료 후 증상이 없어졌으며, 두려운 상황에 대해 장기간 상상노출을 시도한 결과 성공적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월경 때 흘러내리는 피에 대한 상상노출을 시도한 환자가 치료 후 어느 정도 증상이 감소하였으며, 그러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친 추적조사에서도 유지되었다.

이런 것은 행동치료에서 노출법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한 것을 의미한다. 물론 노출법이 항상 성공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치료자의 실력이나 환자의 경우에 따라 성공적이지 못하거나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의 보완책으로 노출치료와 혐오자극이 시도됐다. 예를 들면 강박사고가 녹음된 테이프를 듣다 주기적으로 일정한 간격이 지나면 침묵이 흐르면서 약한 전기자극이 가해지는데, 침묵이 20초 정도 지속되다 다시 녹음된 말이 들리기 시작할 때 환자 스스로 스위치를 눌러 전기자극을 멈추게 하는 방법 등이다.

강박사고에 대한 노출치료 외에도 강박행동에 초점을 둔 치료에 관한 연구도 있었다. 강박행동에서는 확인행동(checker)형 환자들에게 더 이상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이 안 생길 때까지 보다 길게 확인행동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결과 그러한 힘든 지시에 잘 순응하지 않았던 환자들까지 치료 후 강박행동이 상당히 감소했다는 보고다. 이것은 아마도 ‘역설적 의도’ 기법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볼 수 있다.

더하여 강박행동에 강화요법을 사용한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씻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할 때 전기자극이 들어가다 오염되었거나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질 경우 전기자극이 멈추는 ‘혐오자극 제거 기법’(aversion relief paradigm)을 사용하였더니 강박행동이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씻는 행동을 할 경우 그냥 전기자극만 가해질 뿐 별도의 전기자극 제거가 행해지지 않는 ‘단순한 혐오자극 기법’(aversion procedure without relief)을 사용한 연구결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의 과정을 거쳐 행동치료는 발전을 거듭했다. 이런 발전과정에서는 대부분 증례 중심의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차지한다. 이론 연구는 실제상황에 노출시키기 위함이다. 실제상황에서 혐오자극을 이용한 강화요법이나 역설적 의도는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현재에도 사용되는 기법이다. 우리는 이런 행동치료 발전과정을 고찰하면서 이것들이 모두 최근 행동치료에서 노출-반응방지 기법을 완성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2. 노출-반응방지의 기법

노출-반응방지 기법(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ERP)은 강박사고를 유발시키는 자극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노출), 불안상황을 회피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방지하는(반응방지) 기법이다. 강박사고는 특정한 조건형성을 통해 불안을 바탕으로 도피 및 회피행동을 발달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상황에 직면하기를 꺼려 점차적으로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를 더욱 발달시킨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생략되는데, 바로 도피 및 회피행동이 실제로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확인할 기회다. 이 점에서 노출과 반응방지의 기법은 행동차단의 방법이다.

노출-반응방지의 기법은 노출하고 반응을 방지하므로, 불필요한 행동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이는 체계적인 계획 하에 의도적으로 불안자극에 노출시키고,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수행되는 행동을 차단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내면에 감춰진 불안한 심리를 바탕으로 도피와 회피의 특성을 드러내 더 이상 속에서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다르게 설명하면, 두려워하는 자극에 의도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환자들에게 상당한 불안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도가 반복되면 환자들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불안이나 불쾌감이 저차 감소하는데, 이를 ‘습관화’(habituation)라 한다.

이 습관화는 강박증 행동치료의 핵심 기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출과 반응방지는 무의식을 의식화시키는 정신분석 기법과도 유사하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불안감이 감소하고 강박 행동을 중단하며, 무의식의 의식화를 통해 환자는 강박사고 내용처럼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배우게 된다.

1) 노출-반응방지 기법의 유래

이 기법은 1966년 마이어(V. Meyer)가 강박증 치료를 위해 강박사고에 대한 노출과 강박행동에 대한 차단 방법을 처음으로 사용한데서 비롯되었다. 마이어는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와 씻기 강박행동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 치료 기법을 적용하였다. 이 기법에서 환자들은 반복적으로 오염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는 물건을 만지면서 강박적 씻기 행동을 못하도록 차단당했다. 환자들이 할 일은 불안을 인내하면서 세척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15명의 환자들이 이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이 중 10명은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상당한 호전을 보였고, 5명은 증상이 완화되었다. 15명의 환자 중 5-6년 후 증상이 재발한 환자는 2명이었다. 이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고질적 장애로 여겨졌던 강박증의 치료에 매우 획기적이었다.

이 연구 결과로 노출과 차단을 종합하여 사용하는 치료 방법에 많은 관심이 일기 시작하였고, 많은 연구자들이 노출과 반응방지를 사용하여 강박증 환자들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를 보고하였다. 치료 직후 효과에 대한 12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83%에서 반응을 보였고, 장기간에 추적조사를 벌인 16개 연구에서는 76%가 치료 반응군이었다.

이 보고 후 다양한 노출방식과 반응방지의 방식을 결합한 노출-반응방지 기법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가 각국에서 쏟아져 나왔다. 통제집단을 둔 논문이건 아니건 거의 모든 논문에서 치료 직후 및 추적조사 기간 중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보임에 따라 결국 이 기법이 강박증 행동치료의 표준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연구는 노출과 반응방지를 합친 행동치료 효과를 검증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노출과 반응방지를 별개로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일부 소수 연구에서 노출치료만 한 경우, 반응방지만 한 경우, 그 둘을 합친 경우를 비교한 것도 있다.

다만 문제되는 것은 노출-반응방지 기법이 치료효과에서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이다. 관련 연구에서는 발표된 1년 이상의 추적조사 연구 8개를 종합한 결과 최소 1년에서 5년까지 그 효과가 지속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결과에도 치료 효과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일부 환자의 경우 우울증 등으로 중간에 약물치료를 병행, 순수하게 초기 노출-반응방지 훈련 효과를 검증한 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행히 초기치료가 끝난 후 유지기 때 전화접촉을 포함한 간단한 재발방지 프로그램을 잠깐만 추가해도 초기 행동치료 효과가 상당기간 유지됐다. 이외에도 강박증세가 노출-반응방지로 효과를 보았다면 다른 강박증상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는가 하는, 이른바 ‘일반화’(generalizability)의 문제는 남는다. 이는 앞으로 강박증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따라야함을 의미한다.

2) 노출-반응방지 기법에서 감정 표출과 인식 문제

노출-반응방지 기법에서 감정 표출과 그에 따른 인식 문제는 중요하다. 노출은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을 표출시키는 방법이고, 그에 따른 감정을 인식하는 문제는 치료의 일차 작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강박증 환자들에게 감정 표출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감정 표출은 치료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감정의 분출구를 찾는 것이다. 치료자는 그들의 감정을 유도하여 내면의 양가감정을 포함한 정서적 갈등을 다루어야 한다. 이때 그들은 주지화된 태도를 견지하면서 감정의 직면을 회피하려 한다. 또 치료자가 감정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면 그들은 분노로 위장된 두려움이나 위협감을 나타낼 것이다. 그들에게는 더욱더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생각’만을 말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치료자가 치료의 주도권을 가져야할 것을 시사한다. 이들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딱딱한 질문보다는 느낌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생활적 질문이 효과적이다. 이들이 자신의 정서적 세계로부터 도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들은 현학적이고 딱딱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 세계와는 더욱 동떨어진 의사소통을 시도하기 때문에 이분법적 질문이나 주지적 태도를 강화하는 질문들은 삼가야 한다. 이런 질문들은 ‘옳다 그르다’는 형식의 경직성은 인지체계를 활성화시켜 더욱 감정 표현을 속박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면에 잠재해 있는 양가성과 관련된 의심을 자극해 감정 직면의 회피를 위해 동기화되는 주지적 태도를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인식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감정표현 문제는 인식의 문제와 관련되는 점에서다. 이들은 생각하고 따지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판단하고 분석하는 이성적 기능을 누구보다 잘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실제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또는 어떠한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적절하게 판단한다. 적어도 사고의 판단 기능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심리적 기저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현학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감정 문제에서는 취약성을 보인다. 이는 그들에게시급한 사항이 감정 인식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들은 감정표현에 경직되고 방식에서도 서툴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이 표현한 감정이 치료 장면에서 수용되면 자신의 감정이 생각한 것만큼 폭발적이거나 압도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감정표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 초반부터 환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감정적 이야기를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이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으며, 치료가 조기에 종결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나타내는 감정 변화나 정서적 갈등의 단서를 예민하게 포착해야 한다. 이때 치료자는 그들의 논리에서 불확실성을 간파해야 한다.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합리적·주지적인 생각에서 나타나는 의심이나 불확실감은 양가감정 등의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3. 체계적 둔감화

행동치료에서 둔감화의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다. 행동치료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때 둔감화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인 점에서다. 둔감화는 감각적 측면으로 예민성에 대립되는 용어다. 이때 둔감화는 말 그대로 불안 유발자극에 대한 과민성 둔화 현상이다. 이는 불안 상태와 긴장에서 풀려 이완된 상태가 서로 양립할 수 없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로써 강도가 아주 약한 불안자극의 강도를 높여나가며 불안자극에 환자들을 노출시키고, 동시에 반복적으로 근육이완 훈련을 통해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불안자극에 대한 자극감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대개 환자들은 불안자극에 노출되면 심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너무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불안자극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된다. 이로써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 혼란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으므로 체계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둔감화는 일반적으로 약물을 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드시 약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둔감화의 방법이다. 근육이완 훈련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긴장하여 몸이 뻣뻣해 있다 긴장 상태를 벗어나면서 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릴 것이다. 이를 체계적인 방식으로 응용한 것이 근육이완 훈련이다. 이런 과정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편안한 소파나 침대에 누워 호흡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오른쪽 주먹에 힘을 꽉 주고 그 상태를 약 10초 정도 유지했다 풀어주며 숨을 천천히 내쉰다. 이를 신체의 각 근육 부위별로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10분 정도만 하면 몸이 축 늘어질 정도로 이완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병균에 감염되는 것에 대한 강박사고와 반복해서 씻는 행동에 몰두하는 강박증 환자에게 체계적 둔감화 훈련을 실시한다면,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손을 씻는 사람의 필름부터 보여줄 수 있다. 이 자극에 대해 불안이 유발된다면 근육이완을 반복하여 자극에 대한 민감성을 둔화시킬 것이다.

4. 분노의 해소

행동치료는 근본적으로 행동을 통한 심리적 치료에 목적을 둔다. 행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심리가 외부로 표출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들의 내면에 자리하는 분노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 실제 강박증 환자들의 내면에는 분노가 자리한다. 물론 분노는 모든 정신병 환자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목표 중심의 생활을 하는 강박증 환자는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일과 계획에 대한 좌절감이 내면에서 분노를 유발한다. 여기에 강박증 환자들의 분노는 다른 정신병의 증상보다 조금 강하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이런 분노는 편집증 환자들도 강박증에 못지않으므로, 모든 정신병 환자들에게 분노의 해소는 매우 중요한 치료과정이 된다. 강박증 치료에서 분노의 해소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1) 분노의 이해

강박증 환자들의 분노는 내면에 뭉쳐진 부정적 감정덩어리이다. 이 부정성은 내면에서 대단히 위력을 발휘한다. 생각의 흐름을 차단하고 갑자기 소리를 질러 목매게 만드는 행동을 취하게도 만든다. 치료시 강박증 환자들은 실제로 분노를 폭발시킬 때도 있다. 치료시 일어나 치료자를 노려보며 노기와 살기 등등한 표정으로 심한 욕설을 퍼붓거나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치료자는 상당히 당황할 것이다. 그 분노의 감정이 실제로 치료자에게 너무나 생생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노는 내면 감정의 일부에서 튀어나온 파편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내면에서 강박증을 유발하는 사실상의 원인이다. 환자는 그 분노에 지배당하고 조종당하며 살아온 것임에도, 환자는 그것이 자신을 사로잡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런 분노를 원만하게 치료하기 위해 치료자가 먼저 환자의 분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2) 분노의 허용

분노에 대응하는 방법은 일단 분노에 대해 이해하고, 다음으로는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환자가 분노를 표시하거나 폭발할 때 치료자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내담자의 분노에 방어적이거나 금지적이 아니라 최대한 허용적 분위기를 만들고 감정의 출구를 제공해야 한다. 치료자가 환자의 분노를 허용하는 태도는 그들의 존재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에게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들에게 시급한 것은 일단 그들의 존재를 수용한다는 점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분노의 허용은 환자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화나셨군요!” 라고 말하기보다, 그 자신의 분노를 방출하도록 도와야 한다. 내면에 쌓인 부정성은 대개 분노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부정성은 일단 감정의 어두운 색채이지만, 외부로 표시될 때는 대개 분노로 표출되는 점에서다. 이런 경우 “내가 실망시켰나보군요!” 라고 화답하는 것이어야 한다. 치료자는 환자의 분노에 방어적이지도 않고 그의 분노를 합리화시켜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인식하도록 촉진할 필요도 있다. 감정표현은 비록 돌발적이고 단편적이라도 감정이 조금씩 부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서와 동기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켜 갈 수 있다.

3) 노출법의 활용

분노의 해소를 위한 노출법을 활용해야 한다. 실제 노출법은 강박사고의 차단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노출과 반응방지를 통해 강박사고를 포함한 불안 유발자극이 더 이상 불안을 유발하지 않는 점에서다. 그리고 반드시 강박행동만이 유일한 대처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분명하게 체득하고 학습하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고통과 부적응을 일으키는 강박행동 역시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는 행동치료가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이다.

행동치료에서 노출법의 활용은 분노의 해소만 아니라 불안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강박행동이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소라는 강화적 속성으로 인한 것이기에 노출과 반응방지는 이러한 역기능적인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문을 안 잠그고 왔을까 반복 확인하는 환자에게 더 이상 확인을 못하게 하고 집에 전화도 못 걸게 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꼭 그렇게 확인하지 않아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고 ‘괜찮더라’는 것을 체득할 것이다. ‘체득’이라고 말한 것은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노출과 반응방지 기법에서 불안자극에의 노출은 이렇게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행동치료에서 노출 기법으로 체계적 둔감화도 널리 사용되는 이유다.

5. 노출과 반응방지의 실제

노출은 사실상 직면의 원리이다. 실제로 불안감은 직면이 중요하다. 충분히 불안감 정도가 감소했다고 여겨지면 더 강한 불안자극을 시도한다. 이때 환자에게 화장실 앞에서 5분간 서 있게 한 다음 자극은 화장실 안에 10분간을 버티고 있다 나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단계에서 이완훈련을 통해 불안자극을 하나하나 점령해 가는 것이다. 나중에는 오줌 한 방울을 손바닥에 떨어뜨리고 10분 동안 참게 만드는 보다 강도 높은 자극 노출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화장실의 오염자극들에 둔감화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불안 수준이 저하된다면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의 증상이 많이 호전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불안자극이던 것이 더 이상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강박행동에 대한 충동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같은 체계적 둔감화 훈련은 처음에는 치료자와 같이 협력하여 실시되지만, 점차 환자 혼자서도 해나갈 수 있다.

노출과 반응방지는 1960-70년대에 개발되었으나, 현재까지도 강박 환자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물론 이 기법도 생각처럼 간단하고 쉬운 것은 아니다. 환자는 오염에 대한 공포로 손을 씻고 샤워하며, 실수나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하고, 흐트러진 상태를 그냥 넘길 수 없어 정리정돈하고, 뭔가 또 필요할 것 같고 중요한 정보를 상실할 것 같아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수집하기를 수 년간 반복해 왔다. 그들은 강박행동이 역기능적임을 알고 있지만 곧바로 그칠 수 없기에 노출과 반응방지는 수많은 반복을 통해 고통을 감내하고 싸워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치료 과정은 환자는 물론 치료자에게도 많은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한다. 또 내적 강박행동이나 순수 강박사고 유형처럼 태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반응 차단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치료 절차는 기계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이 실제에서 고려가 필요하다.

1) 노출 기간

치료는 특성상 단기간보다는 장기간이 요구된다. 장기간을 치료하면 단기간보다는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치료는 기간이 긴만큼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 효과가 높다. 업그레이드란 행동 변화를 위한 것으로 일단 정신에너지 충전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치료의 기간은 확실하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환자들이 강박 증세에 따른 고통이 감소되었다고 느낄 때까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하게 느낀 불편감이 50% 이상 감소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강박증세가 50% 이상 감소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환자에 따라 다소 달라지지만 대개 1회당 최소 90분 정도가 필요하다. 물론 환자에 따라 더 길게나 짧게 할 수 있다. 치료는 1주에 1회를 잡는다면 최소한 3개월 12회 정도가 적당하다. 저자도 12회를 응급처치 기간으로 잡고 있다. 이 기간 가장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장애물을 제거하여, 이른바 막혀 있는 숨통을 열어 일상생활에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정도로 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를 감안, 보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서는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

2) 노출에 따른 간격과 집중도

치료는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단계적 치료는 무리가 따르지 않고, 환자에게도 치료 적응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환자가 극단적 불안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과 처음에는 다소 낮은 수준의 상황에 노출시킨 후 점차 강도를 올리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점진적 노출과 급격한 노출의 문제가 대두된다. 임상적으로는 급격한 노출보다 점진적 노출이 치료 적응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계적인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노출의 간격이 중요시되는데, 이 또한 치료의 점진과 급격의 문제다. 이때 환자에게 제시되는 숙제를 이행하는 정도가 감안돼야 한다. 숙제를 잘 해오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임상적으로는 중세가 매우 심하고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경우 보다 집중적 치료가 요구되거나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를 통해 증세가 상당한 정도로 호전되거나 불안이 감소된 경우 보다 느슨한 간격의 치료만으로도 가능하다.

3) 실제상황 및 상상노출

실제상황에다 상상노출을 병용하면 치료효과에 도움이 된다. 실제상황 노출은 상황에 직면하는 방법이다. 상황에 직면하여 스스로 경험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이들의 불안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바탕에는 경험 부족이 자리한다. 이는 중요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두려움의 근본 원인은 그것에 적응하는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경험 부족이 그들에게 불안을 유발하였고, 급기야는 두려움으로 이행된 것이다.

강박증은 미래에 관련된 불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박증을 신경증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불안해하는 점에서다. 임상적으로는 실제상황 노출이 어려울 경우나 강박사고에 따른 공포 내용이 미래에 대한 재앙에 관련된 경우 상상노출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경험적 문제를 중요시할 경우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일단 직면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는 실제 상황에 상상노출을 병용해야 더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앙에 관련된 두려움 때문에 강박의례를 시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상노출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강제 반응방지와 가족의 치료적 개입

치료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강제적·자율적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소심하여 겁을 내는 환자에게는 무리가 따르지 않는 한 치료자의 강제적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강제적 방법에는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 마이어가 실시한 프로그램을 비롯한 초기의 반응방지 치료에서는 수돗물 공급을 아예 끊어 씻지 못하게 하는 등 물리적으로 반응방지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 동원되었으나, 최근에는 이렇게까지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는 강제적보다는 자율적 방법이 더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환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반응방지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이 치료에 개입되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타(M. Metha)는 인도에서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1주일에 2회씩 12주 동안 점진적 노출-반응방지치료를 가족의 도움이 있는 군과 환자 혼자 하는 두 군으로 무작위 배당하여 비교한 결과 가족의 도움이 있는 군에서 치료 직후 및 6개월 후 추적조사 결과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는 가족들이 반응방지, 숙제 및 근육이완에 환자들과 같이 참여하고 도움을 주었다. 이로 인해 현재 임상 실제에서는 여러 치료 프로그램에서 가족의 행동치료 개입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자와 가족의 정신병리나 역기능적 행동 패턴 및 가족간 역동구조에 따라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음으로 환자의 지적 능력이 떨어져 알게 모르게 환자의 강박증상을 강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6. 긴장 해소를 위한 이완법의 활용

강박증 환자들은 치료장면에서 경직되어 있다. 경직은 이완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열어놓을 정도의 태도가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지나 않을까 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안으로는 매우 긴장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그대로 부자연스러워 보이며, 편안하게 자신을 이완시킬 줄 모르고 긴장 속에 머물러 있다. 이들에게는 자발성이나 이완 상태에서는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올 것 같아 위협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직성의 배후에는 무엇보다 내면의 분노감이 표출될 것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잠재돼 있다. 치료자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치료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경직되고 긴장된 모습을 이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들도 치료장면에서 적어도 한두 번은 자발적 태도나 긴장을 늦춘 이완된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이완은 대개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 일시적으로 일어난다. 이들의 이완은 실제적인 치료와 상관없는 자연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치료실에 들어가기 전 잠시 대기실에 앉아있는 동안 또는 치료를 마친 후 잠시 치료실 바깥에 있는 동안 일어난다. 때로 이들은 치료 중 보이는 경직되고 긴장된 모습과는 상이하게 자신을 풀어놓고 이완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강박증 환자들은 오히려 치료 전후의 시간에 자기의 감정이나 내면의 생각을 별다른 제어 없이 노출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료 시간 내에 웅크리고 경직되어 내면을 숨기고 있다가도, 치료를 마쳤다고 생각되는 순간부터 자신에 대한 통제를 늦추어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나 비밀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므로 노련한 치료자라면 대기실과 같은 치료실 외 또는 치료를 마친 후 나가면서 보이는 환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7. 감정표현의 훈련

강박증 환자들은 감정표현을 경시한다. 이들은 감정표현을 일종의 경박한 ‘짓거리’로 여기며, 스스로를 이완시키고 편안히 앉아 쉬는 것에 안절부절 못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이완은 이들에게 매우 어색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상태이다. 이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통제의 측면에서, 자신을 이완시키는 것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스스로를 무절제하게 방임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스스로에게 무절제를 허용한 것이다. 그들은 무절제함에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이 경직성의 핵심은 감정의 통제에 있다. 특별히 자발성 결여와 관련하여, 이들 내면의 의존감과 무기력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더욱이 이들은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측면이 있는데, 자신이 누군가에 의존적이거나 무기력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굴욕적으로 느끼고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자신은 항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의지적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이들은 자신의 나약함으로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이나 굴욕감마져 느낄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감정을 보여준다는 것은 치부를 노출시키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자발적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것은 의존감이나 무기력감의 직면을 회피하게 해 준다.

치료 장면에서 환자의 자발적인 측면은 긍정적이다. 이때 치료자는 치료 장면에서 어떤 연기를 먼저 시작할지 환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여러 이야기 거리가 있겠는데…, 어떤 얘기부터 먼저 시작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통해 강박증 환자들에게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정서를 경험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매우 어렵고, 환자에게도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일단 환자가 치료장면에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경험하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치료실을 떠나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또는 상담시간이 되기도 전에 치료장면에서 도망가려고 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치료자는 정해진 치료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외에도 행동치료는 자극법을 시도할 수 있다. 행동치료의 근간이 되는 자극과 반응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때 긍정적 자극을 시도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강박증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장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하여 존재 가치감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부모의 위력에 억압되거나 눌리어 자신의 존재, 그리고 존재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자아가 심각하게 위축된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인정하는 것’이다. 칭찬하며 인정하므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야 긍정적인 존재로 변화될 것이다. 이런 원리는 복잡한 이론을 넘어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긍정적 자극과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나중에는 긍정적 존재로 되기 때문이다.

8. 결론: 행동치료는 심리와 정신의 문제를 중요시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증의 행동치료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행동치료는 약물치료와는 달리 상담을 통한 치료에 해당한다. 상담치료는 대화를 통한 치료기법이기 때문이다. 상담치료는 약물치료와는 달리 강박증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중요시 다룬다. 약물치료가 신체의 생리적 문제를 중요시한다면, 상담치료는 인간의 심리 및 정신의 문제를 중요시하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담치료는 각 학파의 이론에 따라 치료적 중점과 방법에서 특징을 보이면서 그 처치와 조작도 달라진다.

강박증의 행동치료에서는 실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하여 다루었다. 이때 행동치료의 역사적인 배경과 그 중요성을 중심으로 최근의 행동치료의 핵심적인 측면을 다룬 것이다. 오늘날 행동치료는 강박증의 치료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상담치료를 위한 일차적인 치료기법으로 다룬 것이다. 여기에는 행동치료가 이론과 임상 실제에서 그 근거가 확립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연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노출과 반응방지는 그 대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었는데, 노출과 반응방지법은 상당한 치료적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행동치료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자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노출-반응방지의 기법에서는 강박사고를 유발시키는 자극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노출), 불안상황을 회피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방지하게 하는(반응방지)의 기법임을 이해시키는 쪽으로 기술했다. 강박사고는 특정한 조건형성을 통해 불안을 바탕으로 하여 도피 및 회피행동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들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적인 상황을 직면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인하여 점차적으로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를 더욱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생략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도피 및 회피행동이 실제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노출과 반응방지의 기법은 행동차단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하여 노출-반응방지 기법의 유래, 노출-반응방지 기법에서 감정의 표출과 인식의 문제 등이 함께 다루어졌다.

체계적 둔감화에서는 행동치료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때 둔감화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둔감화는 감각적인 측면으로서 예민성에 대립되는 용어로써 불안 유발자극에 대한 과민성을 둔화시키는 현상이라고 이해했다. 이는 불안 상태와 긴장에서 풀려 이완된 상태가 서로 양립할 수 없음을 이용하는 것으로써 강도가 아주 약한 불안자극의 강도를 높여나가며 불안자극에 환자들을 노출시키고, 이와 동시에 반복적으로 근육이완 훈련을 통해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불안자극에 대한 자극감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었다.

분노의 해소에서는 행동치료가 근본적으로 행동을 통한 심리적 치료에 목적을 둔다는 점에 착안했다. 행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심리가 외부로 표출된다는 점에서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들의 내면에 자리하는 분노의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었는데, 강박증 환자들의 내면에는 분노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분노는 모든 정신병 환자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기에 목표중심의 생활을 하는 강박증 환자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일과 자신의 계획에 대한 좌절감이 내면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강박증 환자들의 분노는 다른 정신병의 증상보다는 조금 강한 정도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정신병 환자들에게는 분노의 해소는 매우 중요한 치료과정이 된다는 점에서였다. 여기에는 분노의 이해, 분노의 허용, 그리고 노출법의 활용 등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

노출과 반응방지의 실제에서는 직면의 원리가 다루어졌다. 직면의 원리를 통해 화장실의 혐오자극들에 대해서 둔감화 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불안의 수준이 저하된다면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의 증상이 많이 호전될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기본적으로 불안자극이던 것이 더 이상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강박행동에 대한 충동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와 같은 체계적 둔감화 훈련은 처음에는 치료자와 같이 협력하여 실시되지만, 점차로 환자 혼자서도 스스로 해나갈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노출 기간, 노출에 따른 간격과 집중도, 실제 상황 및 상상노출, 강제적 반응방지와 가족의 치료적 개입 등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

강제적 반응방지와 가족의 치료적 개입에서는 치료는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 수 있는 가운데 강제적인 방법과 자율적인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소심하여 겁을 내는 환자에게는 무리가 따르지 않는 한에서는 때로는 치료자의 강제적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해도 이런 강제적 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신중함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부언해 두었다. 그리고 감정표현의 훈련에서는 강박증 환자들이 감정표현을 경시하여 감정표현을 일종의 경박한 ‘짓거리’로 여기며, 스스로를 이완시키고 편안히 앉아 쉬는 것에 대해서는 안절부절못하며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에 대하여 주목했다. 이완은 이들에게 매우 어색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상태이지만 이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통제의 측면에서 볼 때, 자신을 이완시키는 것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무절제하게 방임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스스로에게 무절제를 허용한 것이 되기에 그들은 무절제함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이러한 경직성의 핵심은 감정의 통제에 있기에 특별히 자발성의 결여와 관련하여, 이들 내면의 의존감과 무기력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