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친불교 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에 ‘종교차별과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계약을 의뢰한 것에 대해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종교차별 인권침해 실태조사 연구용역과 관련해 두 차례 공개 입찰공고를 했으나, 입찰한 곳이 종자연 한 곳이어서 이를 유찰하고 종자연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이하 기공협)는 인권위의 이번 용역 의뢰에 대해 세 차례(5월 21일, 6월 5·8일)에 걸쳐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인권위가 이같은 반응을 나타낸 것.

인권위는 답신에서 “이번 종교차별 실태조사는 종립학교 내에서 종교를 이유로 고용 및 교육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이 있는지 그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특정종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어떤 권고나 의견표명을 할지는 실태조사 수행기관이 아니라 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다시 한 번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상임위원회, 전원위원회 심의과정을 통해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는 국민들의 종교 자유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종교에 있어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으로 그 소임을 다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고, 귀 협의회가 우려하시는 편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5일 기공협 전용태 공동대표의 항의방문에서도 “본건 계약체결에 하자가 없고 해지사유가 없어 계약해지는 불가능하고, 다만 용역 결과물을 토대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종자연, 동국대 종교차별은 왜 보고만 있나?

그러나 이같은 인권위의 현실인식이 너무 안이하며, 인권위가 도리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종자연은 그동안 ‘학내 종교자유’를 실현한다며 미션스쿨의 사례들만을 수집해 왔고, 종교편향과 차별에 대해서는 사안이 훨씬 심각한 동국대학교 등 불교계 학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동국대 내 기독 학생들은 갖가지 피해 사례가 존재함에도 “알려지면 제보자를 찾아내 학교측이 보이지 않는 보복을 실시할까봐”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선교단체들은 동아리 가입도 원천 봉쇄된 상태다.

기공협은 “종자연은 불교 평신도 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발의로 설립됐고, 재가연대의 공동대표가 종자연 공동대표를 맡는 등 임원 대부분이 친불교인들로 구성돼 있는 데다 실제 활동마저 기독교의 종교활동만을 감시 대상으로 하고 있는 친불교단체” 라며 “특히 불교 성직자가 심사위원으로 관여한 자리에서 문제의 종자연을 선정한 것은 심각하게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정성과 기회균등성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의 행위는 적법성 뿐만 아니라 타당성도 요구되는데, 그 내용이 현저히 부당하다면 이 역시 하자 있는 행위로 봐야 한다”며 “다종교사회의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신장하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공협 관계자는 인권위의 이같은 버티기에 대해 “교계 원로들이나 교단장들을 비롯한 지도자 모임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극 알려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에 힘있게 하나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